저금리 기조에도 P2P 금융은 ‘방긋’
  • 김희진 시사저널e 기자 (heehee@sisajournal-e.com)
  • 승인 2019.09.25 08:00
  • 호수 1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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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 시장 규모만 6조원 달해…가계대출 규제 따른 대체 투자처로 각광

저금리 기조가 최근 이어지고 있다. 시장금리가 속속 인하되면서 시중은행의 1개월 만기 초단기 정기예금 금리는 0%대에 진입했다. 한국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은행 수신금리 전반에 걸쳐 0%대 금리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예·적금의 낮은 이율에 아쉬워하던 투자자들 사이에서 P2P 금융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P2P 금융거래 법제화가 첫 단추를 꿰고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지는 등 관련법도 정비되고 있어 P2P 금융 성장세는 더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면서 P2P 금융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창구 모습 ⓒ 연합뉴스
저금리 기조가 확산되면서 P2P 금융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서울의 한 은행창구 모습 ⓒ 연합뉴스

예금금리 1%대에 주식시장 침체

9월20일 한국P2P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7월말 협회 회원사인 44개 부동산 P2P 금융사의 누적 대출액은 4조5054억원을 기록했다. 1년 만에 2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게다가 신용대출을 전문으로 다루는 마켓플레이스금융협회 소속 회원사 5곳의 6월말 기준 누적대출잔액이 8545억원인 것을 고려하면 현재 P2P업계 전체 규모는 5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P2P 시장은 매년 성장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P2P협회가 처음으로 발족한 2016년 6월 당시 회원사는 현재의 절반 수준인 22개였으며, 업계 전체 대출액 규모 역시 1525억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최근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이전까지 법제화가 불투명해 안정성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P2P 금융시장 규모는 5조원 안팎으로? 3년 만에 40배가량 성장했다.

이처럼 P2P 금융이 급속도로 성장한 배경에는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에 따른 대체재로 P2P 대출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가계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은행의 대출 문턱이 높아지자 대출자들은 비교적 대출 과정이 까다롭지 않은 P2P 대출로 눈을 돌렸다. 실제로 7월 기준 P2P 시장에서 개인의 부동산담보대출 금액은 2499억원으로 지난해(1130억원)보다 2배 이상 증가했다.

이와 함께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금융소비자들이 P2P 시장을 새로운 투자처로 점찍으면서 성장세는 더욱 가속되고 있다. 은행 예·적금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2%대 예금금리도 찾기 어려워졌다. 한국은행과 은행연합회 등에 따르면 올해 7월말 기준으로 ‘금리 2% 미만 구간 예금’ 비중은 94.3%를 기록했다. 2~3% 이상 고금리 특별판매 예·적금 상품은 자취를 감췄다. 올해 7월말 기준 예금은행의 ‘금리 2~3% 미만 구간 정기예금’ 비중은 5.7%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2~3% 미만 구간 비중(67.2%)보다 61.5%포인트나 떨어진 것이다. 신한·KB국민·KEB하나·우리은행 등 4개 시중은행의 예금금리는 1.5% 내외에 그쳤다. 일부 초단기 정기예금의 금리는 0%대로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최근 미·중 무역전쟁이나 한·일 무역갈등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수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에 시중 여유자금 일부가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P2P 시장으로 쏠리는 모양새다. P2P 금융기업 어니스트펀드 관계자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개인 자산을 불려주는 부가적인 투자소득 활동이 중요해지고 있다”며 “일반 개인투자자들이 주식은 다소 어렵고, 은행 예·적금은 낮은 이자수익으로 아쉬움이 있어 누구나 투자할 수 있는 P2P 간편투자 플랫폼에 관심이 쏠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투자금 쏠림 현상 외에도 P2P 법제화와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 등 제도적 측면에서도 P2P업계에 청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P2P 대출 관련 체계를 규정하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법 및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이 지난 8월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하면서 법제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르면 10월부터는 P2P업계에도 관련법이 적용돼 투자자 보호가 강화될 전망이다. 그동안에는 P2P 금융업체에 대한 가이드라인만 있을 뿐 법적 구속력이 없어 사기나 횡령, 부실 문제로부터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었다. 법제화로 P2P 시장의 고질적 문제로 지적되던 불확실성이 해결되면서 투자자 유입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P2P 대출 관련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 2월 P2P 대출 관련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뉴스1

법제화에 핀테크 투자 활성화까지 ‘희소식’

김항주 투게더펀딩 대표는 “이전에는 명확한 법이 없다 보니 P2P 투자가 위험하다고 생각해 투자를 꺼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향후 법제화가 되면 P2P 대출도 법 테두리 안에서 안전한 운영이 가능해진다”며 “법제화가 투자자 유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9월4일에는 금융위원회에서 ‘금융회사의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을 내놓고, 내달부터 금융회사가 출자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 범위를 대폭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금융사의 핀테크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취지다.

앞서 은행 등 금융사는 금융업이 아닌 비금융 회사에 지분을 15%까지만 출자할 수 있어 제약이 많았다. 또한 은행, 보험사 등이 해당 금융업과 관련 없는 비금융사에 출자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금융사와 협업할 수 있는 핀테크 업체의 폭이 좁았다. P2P 금융업체 역시 핀테크 기업에 해당돼 금융사와의 협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P2P업계는 핀테크 투자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P2P 금융업체의 금융사 투자 유치 및 금융사와의 시너지 확대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P2P 업체 관계자는 “이전에도 금융회사의 P2P 업체 투자가 이뤄져 왔지만 투자 가이드라인 도입으로 규제가 완화되면 P2P 기업과 금융사 간 협업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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