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사상 첫 마이너스 물가 시대…짙어지는 불황 그림자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4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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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소비자물가 -0.5% 기록

지난달 경남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65년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맞물려가는 '디플레이션'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9월24일 한국은행 경남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경남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0.5% 하락했다. 1999년 2월 0.2% 증가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농축수산물 가격이 전년보다 7.5%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 하락을 주도했다. 특히 신선 채소·과실 등 기상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으로 작성한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3.1% 떨어졌다. 석유류 물가도 1년 전보다 6.2% 하락했다.

경기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올해 2분기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1.0%에 그쳤다고 밝혔다. 1분기 성장률은 마이너스 0.4%였다. 부진한 민간소비가 제품·서비스 수요를 감소시키고 이것이 물가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경남 창원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최근 경남 창원 시내의 한 마트에서 시민들이 채소를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소비 감소, 소비심리지수 악화 등 수요 위축이 원인

근본 원인은 연속 소비 감소, 소비심리지수 악화 등 수요 위축에 있다. 소비 강도의 척도 역할을 하는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2017년 이후 연속 마이너스(-)로 추락하고 있다. 7월 대형소매점 판매액지수는 1년 전보다 11.5%나 감소하면서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얼어붙었다. 7월 대형마트 판매액지수(-14.2%)는 지난해 4분기, 올해 6월에 이어 또다시 두 자릿수 감소율을 나타냈다.

지난해 12월에 비해 반등세를 이어가던 경남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도 6월에 이어 8월에도 하락했다. 생활형편전망, 소비지출전망, 향후경기전망은 지난해 연말보다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제조업 부진 등이 가계재정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형성한 것이다.

한국은행 경남본부가 지난 3일 발표한 '2019년 8월 경남지역 소비자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90.9로 전월대비 2.6p 하락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 4월(97.6) 정점을 찍고 내리막길을 기록해 올해 들어 최저로 떨어졌다.

소비자심리지수는 2003~2018년 장기 평균을 100으로 두고, 이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 낮으면 비관적인 것으로 해석한다. 한국은행 경남본부는 지난달 12일부터 17일까지 경남지역 도시 400가구(응답 388가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특히 경제상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이달 크게 악화됐다. 현재경기판단(61), 향후경기전망(62)이 각각 3p,5p씩 하락하면서다.

이처럼 가계 재정상황 등 구성지표가 내려간 건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미·중 무역 분쟁 격화 등으로 수출 부진이 이어진 영향이 크다. 대내외 경제악재가 소비자들 체감심리를 악화시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부진 때문에 벌어지는 물가 하락은 경제를 침체의 악순환에 빠트릴 수 있다고 본다. 물가 안정은 바람직하지만, 기업과 개인이 물가 하락을 예상하고 지출을 늦출 경우 소비 감소와 재고 증가를 불러 투자·생산·고용 등을 동시에 떨어트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경남의 한 경제학과 교수는 "흔히 물가는 낮을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며 "소비자들이 물가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소비를 늦추기 시작하면 소비 감소로 재고가 늘어나는가 하면 기업들이 생산·투자를 줄임으로써 고용 축소, 소득 감소로 이어져 디플레이션 에 빠질 수 있다"고 했다.

한편 정부는 현재의 저물가 상황은 디플레이션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최근 물가 하락은 수요보다는 공급 요인이 더 크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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