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의’를 몰랐던 검찰, ‘양현석’은 알까
  • 노혜경 시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09.28 17: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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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혜경의 시시한 페미니즘] 성접대, 성매매, 성폭력은 하나다

양현석 전 YG 대표의 성매매 알선 혐의에 대해 경찰이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는 소식은 여러 가지로 분노를 일으킨다. 경찰은 돈이 오고 갔으나 성매매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고, 증인의 진술을 신뢰할 수 없으며, 여행지에서의 성관계가 ‘통상적으로’ 이뤄지는 성매매라고 보기엔 ‘횟수’에 문제가 있다는 이유로 혐의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통상적으로’ 일반시민들이 ‘성접대’라 부르는 정황을 모두 충족시키는 이 사건이 경찰의 눈에는 왜 ‘통상적’이 아니게 보였을까. 의심과 지탄을 받을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썬학장’ 사건에 등장하는 김학의와 양현석, 장자연을 관통하는 단어를 하나만 꼽으라면 아마도 ‘성접대’가 될 것이다. ‘성접대’는 성매매보다 벌이 중하고 ‘성매매 알선 등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처벌받게 된다고 한다. ‘성접대’라는 말이 별로 바람직하지 않기는 하지만, 이를 ‘성매매 알선’이라고 이름 붙일 때는 ‘통상적으로’ 중요한 지식이 사라지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 예컨대 김학의 사건에서 피해자인 여성은 김학의에게서든 윤중천(김학의에게 여성의 성을 제공한 자)에게서든 성 판매대금을 받기는커녕 강간과 협박과 약물에 의해 ‘성 상납용 몸’이 되어버린 경우였다.

8월30일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조사를 마치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8월30일 양현석 전 Y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조사를 마치고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를 나서고 있다. ⓒ 연합뉴스

‘썬학장’ 사건 관통하는 하나의 단어 ‘성접대’

장자연의 경우는 어떤가? 가해자로 지목된 조선일보 사주 일가나 기획사가 장자연에게 돈을 주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에도 없다. 오히려 장자연의 몸이 곧 뇌물이었다. 즉,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성접대’는 금품 대신 여성의 신체가 오고 가며, 반대급부로 일시적인 특혜나 포괄적인 특혜를 받는다. 앙현석 사건에서도 양현석이 대금을 주고 고용한 여성들이 양현석이 초대한 손님들과 함께 해외여행을 하고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 성매매 알선 혐의가 말하는 바다.

이 지점에서 나는 늘 궁금한 것이 있다. ‘성접대’ 또는 ‘성상납’이라 불리는 이 뇌물은 가장 강력하고 효과 있는 것이라고 하는데, 접대하는 자도 문제지만 접대받는 자들은 왜 여성 신체를 뇌물로 받을까.

모든 성폭력의 근본 원인인 권력의 사악한 과시가 여기에도 있다. 상납받은 몸은 사람이 아니라 리얼돌보다 진화된 섹스 도구로 간주된다. 속칭 변태적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강간치상 상황에 해당하는 폭력이 자행될 때도 많다. 제왕이라도 된 듯한 극한 쾌감을 주는 권력행사다. 실제로 성매매를 하는 남성들의 상당수는 섹스가 목적이라기보다는 대접받는 기분을 느끼려고 한다고도 한다.

성판매 여성들에게 친절을 강요하고 그렇지 않을 땐 서슴지 않고 주먹을 휘두른다. 하물며 ‘성접대’의 경우, 내가 지불하지 않으니 성매매라는 의식도 없고, 여성을 상납하는 자와 여성 그 자신으로부터 이중의 수탈을 하니 권력감은 곱절이 된다. 그러므로 성접대를 받고자 하는 자들은 반드시 김학의급의 고위직 말고도 수두룩하다. ‘통상의’ 성매매 업소를 이용한 성접대가 아닌 별장이라든가 해외여행 등은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경찰과 검찰의 ‘되도록 수사 안 하거나 적당히 하기’ 신공이 발휘된 건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왜 그럴까에 대한 ‘통상적’인 답도 어지간한 사람들은 다 짐작한다. 어떤 방식으로든 다 ‘성접대’와 무관하지 않아서라고. 아마도 이 불기소 송치 사건은 검경 수사권 조정에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경찰, 검찰, 어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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