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여성 안심 못 시키는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
  • 숙명여대 미디어학부 권민지·서정윤·신요원·정윤영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3 13:00
  • 호수 15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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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려상 수상작] 안심귀가 이용 급증했지만 스카우트 공급 '잰걸음'…"서비스 수요 조사 선행돼야"

“뚜루루루- 현재 통화량이 많아…”

지난 5월13일 오후 11시 경, 서울 양천구 신정1동에서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서울시 다산콜센터에 전화했다. 그러나 약 10분가량 모든 상담사가 통화 중이라는 자동안내서비스(ARS) 음성만 들을 수 있었다. 끝내 전화 연결에 성공했지만, 돌아오는 건 해당 시간대에 예약이 모두 잡혀있어 불가능하다는 답변뿐이었다.

여성에게 밤길은 그 자체로 공포다. 지난 5월에는 서울 신림동에서 한 남성이 귀가 중인 20대 여성의 집까지 쫓아가 문을 열려다 미수에 그치는 폐쇄회로 TV(CCTV) 영상이 공개돼 많은 여성들을 놀라게 했다. 이 사건은 늦은 시각 혼자 귀가하는 여성이 겪는 불안과 공포를 잘 대변한다. 7년 째 서울에서 홀로 자취 중인 신유진씨(26)는 “밤늦게 집에 올 때는 이어폰을 끼지 않는다”며 “혹시나 누가 따라올까 경계하며 걷는다”고 말했다. 집에 들어와 현관문을 닫기 전까지는 한 순간도 불안을 떨칠 수 없는 것이 여성의 현실이다.

서울시는 ‘여성안심특별시’라는 슬로건 아래 2013년부터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를 도입했다. 늦은 시각 귀가하는 여성들의 안전귀가를 돕고 있으며 표면적으로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그 내막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서울시가 급증하는 서비스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서비스 이용이 어려울 뿐더러 제도적 허점도 많다. 늦은 시간 귀가하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여성 표적 범죄가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여성들을 위한다는 서비스는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7년 동안 스카우트 수는 제자리

서울시 25개구에서 모두 시행되고 있는 안심귀가서비스는 범죄의 표적으로 노출되기 쉬운 여성 지원정책의 일환이다. 밤 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서비스 제공이 이뤄진다. 이용 희망자들은 이용 30분 전에 다산콜센터에 전화를 하거나 스마트폰 ‘안심이 앱’을 통해 신청해야 한다. 신청이 접수되면 2인 1조의 스카우트들이 출발지에서 이용자를 맞이해 목적지까지 데려다준다. 스카우트는 각 구청 홈페이지에 공고를 통해 지원을 받는다. 이후 서류와 인적성검사, 면접을 통과해야만 스카우트로 활동하게 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안심귀가서비스 이용 건수는 2013년 3만1587건에서 2018년 34만1162건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렇게 폭증하는 수요에 비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체 스카우트 수는 제자리걸음이다. 2015년과 2018년을 비교하면 고작 32명이 증원됐을 뿐이다.

2018년 3월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별 스카우트 현황은 평균 17명이다. 서초구가 26명으로 가장 많고, 마포구, 광진구, 종로구가 11명으로 가장 적다. 문제는 구청별 스카우트 인원 배정 방식이 주먹구구식이라는 점이다. 먼저 구청별 스카우트숫자를 해당 구청의 여성인구와 비교하면 적정한 배분인지에 의문이 간다. 예를 들어 가장 많은 스카우트를 보유한 서초구의 여성인구 수는 21만6309명으로 서울시 전체 25개 자치구중 10위에 불과하다. 이는 가장 적은 스카우트 인원을 배정 받은 자치구 중 마포구(19만3515명), 광진구(18만6778명)와는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취재팀이 각 자치구의 안심귀가 서비스 이용실적을 여성인구를 반영해 집계한 서비스 이용률은 지역별로 현저한 차이를 보인다. 2018년 기준으로 이용률이 가장 높은 서초구는 15.42%의 이용률을 기록한 반면, 종로구는 0.42%로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서비스가 서울시의 예산을 받아 자치구별로 시행되는 까닭에 지역별 운영실태는 천차만별이다. 도입 당시에는 여성인구 비율에 맞추어 각 자치구별로 스카우트가 배정되었으나, 이후 예산 등의 문제로 현재는 이전 년도의 서비스 이용 건수에 따라 자치구별로 스카우트 인원을 배정하고 있다. 적은 공급은 적은 수요로 이어져 결국 자치구별 서비스 이용률 격차를 지속시키게 된다.

 

기준 잃은 자치구별 스카우트 인원 배정

그러나 지역별 스카우트 숫자가 얼마나 적절한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지역별 여성인구, 범죄율, 성범죄 발생 비율과 같은 지역 여건 또한 고려해야 한다. 취재팀이 실제로 서울시 25개 자치구의 5대 강력범죄(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발생 건수, 성범죄 발생 건수에 따른 안심귀가 서비스 예상 실질 수요를 3단계(HIGH, MIDDLE, LOW)로 나누어 분석해본 결과, 현재의 자치구별 스카우트 인원 공급과 상당히 괴리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서 여성 인구수가 가장 많은 송파구(32만6230명)와 여성 인구수가 가장 적은 중구(6만5701명)에서는 동일하게 15명의 인원이 스카우트로 근무하고 있다. 또한 강력 범죄 발생 건수를 기준으로 HIGH 단계에 속하는 강남구(3만3337건)의 경우 최소 스카우트 인원인 11명만 배정이 된 반면, LOW 단계에 속하는 동작구(1만4500건)에는 25명이 배정이 되어있다. 더군다나 강남구의 2013~2017년까지 성범죄 발생 건수는 서울시내 최대인 4390건을 기록하고 있는 곳이다. 현재 서울시의 안심 귀가 서비스는 각 자치구에 대한 다른 모든 지표를 배제하고 지난해 이용 실적만을 바탕으로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취재팀이 지난 5, 6월 각 하루 동안 서초구와 마포구 스카우트 요원으로 근무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5월26일 밤, 서울 마포구 홍익지구대. 10시가 되자마자 스카우트의 핸드폰이 울렸다. “마포역 5번 출구요? 예 금방 갈게요.” 홍익지구대의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 윤정희(53), 김화란씨(50)는 노란색 조끼를 입고 경광봉을 든 채로 지구대를 나섰다. 이 날 마포구는 서울 주요 상권인 홍대가 속해있는 자치구인 만큼 서비스 요청이 끊이지 않았다. 기자가 스카우트로 근무한 밤 10시부터 11시20분까지 총 4번의 서비스 요청을 받았다. 하지만 2인 1조의 스카우트가 3개 동을 전담하고 있어 요청 장소가 스카우트로부터 멀 경우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어려웠다.

윤씨는 “하루에 적게는 7명, 많게는 12명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많을 때는 1시간에 4명까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관할 범위가 넓다보니 다른 이용자 분께 가는 시간까지 촉박할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윤씨와 김씨는 제 시간에 약속장소로 가기 위해 자신의 사비를 들여가며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10시14분에 들어온 3번째 요청에서, 이용자는 10시45분에 마포구청역 5번 출구로 서비스를 신청했지만, 실제 만남이 이루어진 시각은 그로부터 9분 뒤인 10시54분이었다. 스카우트 인원이 부족한 상황에서 한 조당 할당된 범위마저 넓어 서비스 요청에 늦는 상황까지 발생한 것이다. 서비스 이용 시간이 제한적인데다가 뒤에 예약돼 있는 이용자도 고려했을 때 9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서비스 이용자 정미영(가명)씨는 캄캄한 어둠 속에서 9분 동안 스카우트가 오기만을 기다려야 했다. 정씨는 “가까운 지구대가 있지만, 여성 안심귀가스카우트 서비스를 운영하는 곳은 홍익지구대 뿐”이라며 “(스카우트 분들이) 멀리서 오시는 건 알지만 밤길을 혼자 걷기엔 무서워서 종종 이용한다”고 말했다.

반면 지난 6월4일, 서초구의 분위기는 마포구와 사뭇 달랐다. 서초구에서는 비교적 원활한 서비스 제공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익명을 요구한 서초구 스카우트 2명은 스카우트 업무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보였다. 서초구 취재팀은 오후 10시부터 12시까지 서초구 양재 1동에서 스카우트로 근무했다. 서초구 내에서도 구역을 나누어 해당 구역만을 담당하는 서초구 스카우트들은 보다 좁은 관할 구역에서 원활하게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들은 콜을 이용하여 신청하는 이용자들 뿐만 아니라 순찰 중 마주치는 여성들에게도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해당 구역 단골 이용자들까지 파악하고 있었다. 이를 바탕으로 스카우트들은 이용자들과 친근하게 대화하며 편안한 분위기로 서비스를 제공했다. 스카우트 A씨는 “서초구의 안심스카우트 서비스는 재이용률이 높은 편”이라며 “처음에는 거부감을 느끼지만 이제는 동네를 다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서비스에 대해 거의 다 알고 계신다”며 뿌듯해했다. 실제로 만나는 주민 대부분이 서비스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었다.

 

실속無…이름 뿐인 안심귀가서비스

두 지역의 서비스 운영실태가 이렇게 대비되는 이유는 구청 측의 제도 시행 의지와 관련이 있다. 서초구청은 시에서 지원하고 있는 인원이 부족하다고 판단하여 자체적으로 인원을 충원하며 적극적으로 스카우트 제도를 개선했다. 서초구는 2016년 7월11일부터 서울시에서 실시한 안심 귀가 서비스를 ‘여성안심귀가 반딧불이 사업’으로 확대해 운영하고 있으며, 전 지역에서 가장 높은 서비스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서초구는 서울시에서 배정하는 26명 이외에 자체적으로 충원한 32명을 포함하여 총 58명의 스카우트를 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26개 거점지역에 26개 조(2인 1조)를 배치하고 있다. 또한 거점지역을 선정할 때는 일반주택, 유흥업소 밀집지역, 역세권 등의 특성을 우선 고려하여 수요량을 반영하고 있다.

각종 범죄 상황에서 혼자 있는 여성은 표적이 되기 쉽다. 안심귀가 서비스의 근본적인 목적은 바로 이러한 여성들이 안전할 수 있는 귀갓길을 제공해주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서울시는 여성인구를 배제하는 등 서비스의 근본이 되어야 할 수요와 공급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서비스가 그저 허울뿐인 여성 정책으로 남지 않기 위해서 서울시와 각 자치구의 보다 적극적인 개선 방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오늘도 안심하지 못 한 채 집으로 돌아가는 여성들의 귀갓길은 여전히 어둡다.

9월26일 시사저널 강당에서 '2019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숙명여자대학생들이 장려상을 수상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9월26일 시사저널 강당에서 '2019 시사저널 대학언론상 시상식'이 열린 가운데 숙명여자대학생들이 장려상을 수상 하고 있다. ⓒ시사저널 임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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