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청승맞지만 시나리오 보고 울었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5 10:00
  • 호수 15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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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년생 김지영》으로 3년 만에 컴백한 ‘남친짤’ 공유

공유는 대명사다. ‘잘생김’의 대명사가 ‘장동건’과 ‘정우성’인 것처럼 공유는 고급스러우면서 세련된, 부드러운 남자의 대명사다. ‘뭐 이렇게 사족이 많아?’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게 ‘공유스러움’이다.

그는 늘 단정하다. 피지컬은 훌륭하고, 패션 센스 또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스타일리스트에 의존하지 않는다. 옷 입기를 스스로 즐기기에 간혹 보여지는 일상복 간지 역시 남다르다. ‘남친짤’이라는 해시태그가 수두룩 달린 것만 봐도 그렇다. 마흔 살의 공유는 여전히 젊고, 트렌디하고, 달콤하다.

공유는 데뷔 후 영화와 드라마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MBC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대체 불가한 배우가 됐고, 지난해 tvN 《도깨비》로 다시 한번 톱스타임을 입증했다. 불멸의 삶을 끝내기 위해 인간 신부를 맞이한 도깨비 ‘김신’은 공유의 ‘인생 캐릭터’ 중 하나가 됐다.

“날이 좋아서, 날이 좋지 않아서, 날이 적당해서 모든 날이 좋았다”고 나지막이 읊조리던 이 남자가 드디어 3년여 만에 컴백했다. 이번엔 스크린이다. 사실 공유의 ‘스크린 행보’엔 그의 소신이 엿보인다.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김종욱 찾기》 《도가니》 《용의자》 《남과 여》 《부산행》 《밀정》. 흥행과 인기에 치중하기보다는, 그의 성향과 노력이 고스란히 보이는 작품들이다. 그 끝에 그는 《부산행》으로 ‘천만 배우’ 타이틀을 달기도 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82년생 김지영》의 한 장면 ⓒ 롯데엔터테인먼트

3년여 만에 선택한 그의 복귀작은 영화 《82년생 김지영》이다. 《82년생 김지영》은 누적 판매 100만 부를 돌파한 조남주 작가의 동명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소설 자체가 ‘여성’이라는 젠더 의식을 담고 있어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영화에서 공유는 동료 배우 정유미와 3번째 호흡을 맞췄는데, 두 배우는 《도가니》 《부산행》에도 나란히 출연한 바 있다.

《82년생 김지영》은 1982년 태어나 2019년 오늘을 살아가는 ‘김지영’(정유미)의 아무도 몰랐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정유미가 맡은 김지영은 결혼과 출산 후 평범하게 살아가는 일상 안에서 자신도 몰랐던 모습과 아픔을 알아가는 현실적인 캐릭터다. 극 중 공유는 아내 지영을 걱정하고 지켜보는 남편 대현 캐릭터를 맡아 한층 깊어진 분위기와 연기를 선보인다. 공유 특유의 섬세하고 배려심 넘치는 성격이 가장 보편적이면서도 현실적인 캐릭터를 통해 지금까지의 공유와는 또 다른 매력을 전한다.

《82년생 김지영》의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원작은 단편영화를 준비하면서 이미 읽었다. 나도 두 아이의 엄마고, 아내고, 누군가의 딸이고, 사회생활을 하는 사람으로서 직접 겪은 경험과 겹치는 부분들이 많아 공감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원작이 사회에 많은 화두를 던졌다. 어쨌든 이 이야기는 할 만한 이야기이고, 해야 하는 이야기라 생각했다”며 “무엇보다 이 이야기가 상업영화 틀 안에서 제작된다는 건 분명 의미와 가치가 있는 일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연출하기로 마음먹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9월30일 《82년생 김지영》 제작보고회에서 공유를 만났다. 이 자리는 영화와 관련된 첫 공식 일정이었다.

ⓒ 서울문화사 제공
ⓒ 서울문화사 제공

처음 시나리오를 접했을 때 어땠나.

“집에서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시나리오 덮자마자 가족들 생각이 진짜 많이 났다.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사실 시나리오를 보고 우는 일이 거의 없는데, 청승맞지만 꽤 많이 울었다. 내가 대현이 돼 울컥했다는 건, 본능적으로 ‘해야겠다’는 느낌을 들게 만들었다. 평소에는 불효자로 까칠한 아들이지만 엄마에게 전화도 했다. ‘키워줘서 감사해요’라고 이야기하니 살짝 당황하시며 웃으시더라. 그래도 기분은 좋으신 것 같더라. 우리 전 세대, 우리 세대, 그리고 다음 세대가 다 같이 보면 좋겠다는 마음도 컸다.”

 

현실적 남편 ‘대현’이라는 캐릭터는 어떻게 해석했나.

“캐릭터를 처음 접할 때 ‘나와 닮은 점이 어디가 있을까’를 보는 스타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현은 동질감을 느낄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대현은 인간관계에 있어 ‘혹여 나의 말 때문에 상대가 상처받지 않을까’라는 고민을 한 뒤 상대에게 말하는 인물이다. 소심할 수 있지만 배려심이 깔려 있다. 내 자랑 같지만 그런 부분에서 나와 비슷했다. 이해를 하려고 노력하는 자세를 가진 사람이라서 좋았다.”

 

정유미와는 세 번째 호흡이다.

“촬영하는 내내, 같이 나이 들고 같이 어른이 돼 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더 좋았다.”

 

두 사람은 세 작품 만에 ‘부부’로 호흡을 맞춘다. 같은 소속사 배우이자 업계 선후배인 두 사람은 허물없이 지내는 ‘절친’으로 알려졌다. 그래서인지 몇 차례 결혼설에 휘말리기도 했다. 모두 해프닝으로 끝났다. 두 사람의 소속사인 매니지먼트숲 측은 당시 “두 사람이 친한 것은 맞지만 결혼설은 사실무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은 남다른 친분으로 인해 2017년에도 한 차례 결혼설이 제기된 바 있다.

 

화제의 작품이다. 출연 결정에 고민은 없었나.(영화는 개봉 전부터 악플과 평점 테러에 시달렸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여성이 겪는 부당함과 고충을 현실감 있게 표현해 관심을 받았지만, 일부 페미니스트를 상징하는 책이라는 의견이 나오면서 논란이 된 것이다.)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을 안 했다’고 한 말에 내 마음이 내포돼 있다. 나 역시 관련 기사들을 접했고, 볼 수밖에 없었지만 그 자체가 출연을 결정하는 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문제가 됐다면 이 자리에 없었을 것이다. 나는 그저 좋은 책을 읽었고, 내가 하고 싶은 역할, 들어가고 싶은 작품을 선택하는 데 있어 그 모든 상황들이 크게 방해되지는 않았다. 관점의 차이는 늘 존재한다. 맞고 틀리고는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메가폰을 잡은 김도영 감독은 오랜 세월 배우로 활동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어땠나?

“우리끼리는 늘 이런 말을 했다. 연기 족집게 과외를 받는 것 같다고(웃음). 개인적으로 감독님이 출연했던 작품 속 캐릭터를 생생하게 기억한다. 그만큼 연기에 일가견이 있다. 좋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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