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 창당’ or ‘한국당 컴백’…깊어지는 유승민의 고민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3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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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과의 결별 결심 굳힌 유승민…‘창당 깃발 아래 얼마나 모여들까’ 고심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는 말씀드립니다.”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

“자유민주 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모든 문을 열어놓고 함께 하겠습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의 탈당이 가시화된 가운데, 유 의원이 차기 행선지를 두고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탈당 후 신당 창당’이 가장 유력한 유 의원의 선택지가 될 것이란 관측이 나왔으나,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중 일부가 한국당 복당을 타진하면서 유 의원의 고민을 깊게 만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최근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보수대통합’을 명분으로 당 안팎 인사 영입에 문을 대폭 넓혔다. 당초 친박계 의원들의 거센 반발 탓에 실현 불가능한 시나리오로 구분됐던 유승민의 한국당 복당설이 재점화되는 모양새다.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직 직무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하태경 최고위원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유승민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바른미래당 윤리위원회로부터 당직 직무정지 6개월 징계 처분을 받은 하태경 최고위원 관련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9월19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유승민 의원이 참석하고 있다. ⓒ 시사저널 박은숙

“유승민계 의원들, 명분만 있다면 한국당 복귀하고 싶어해”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의 대표 유승민 의원은 지난 2일 “우리의 선택에 대해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손학규 대표가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유 의원이 말한 ‘결론’이란 게 ‘탈당’을 시사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변혁 전체회의에서 “이대로는 아무 희망도 없고 절망뿐이라는 공통 인식을 갖고 있다”며 “사즉생의 각오로 의원들과 원외 지역위원장, 당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우리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지 빠른 시일 안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빠른 결론이 탈당을 의미하는 것이냐’는 질문에 유 의원은 “(변혁은) 위기상황에 대응하는 비상기구이기 때문에 어떤 결론이든 길게 오래 끌 생각은 없다”고 답했다.

유 의원은 3일 열리는 범보수 진영의 집회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오는 4일 원외 지역위원장을, 6일에는 청년정치학교 1∼3기 전원을 초청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사실상 유 의원의 행보가 향후 ‘보수 통합’을 위한 탐색 과정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탈당 후 창당을 위한 ‘지지기반 다지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다만 제 3지대에서 창당을 시도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순탄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른바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중 바른미래당 내홍을 겪은 후 창당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익명을 요구한 한국당 관계자는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전원이 신당 창당을 바라지는 않는 것 같다. 유승민을 지지하는 것과 별개로, 창당이란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바른미래당에서 체감했기 때문”이라며 “사석에서는 (바른미래당 의원들이) 명분만 있다면 (한국당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마 유 의원도 창당을 하면 그 규모를 계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유 의원의 한국당 복당설도 재점화됐다. 바른미래당 탈당 후 한국당 복당을 택한 이학재 의원을 비롯해, 한국당 의원들 중 상당수가 유 의원의 복당에 ‘찬성 사인’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유 의원 역시 지난 2일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주장하며 국회 본청 앞에서 단식 중인 이학재 의원을 방문해 “앞으로 어떻게 하면 보수를 제대로 된 방향으로 새롭게 재건할 수 있는지에 대해 같이 뜻을 모으는 동지의 한 사람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만 ‘강성 친박’으로 분류되는 한국당 의원들과 이른바 ‘태극기 집회 세력’이 여전히 유 의원을 ‘배신의 아이콘’으로 지목하고 있다는 게 걸림돌이다. 그러나 최근 조국 사태 등을 겪으며 범보수 세력이 ‘반문(反文) 텐트’ 아래로 빠르게 모이고 있는 터라, 유승민 의원에 대한 한국당 내 반발도 점차 힘을 잃는 분위기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유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가 탈당할 경우 보수 통합 논의가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한국당은 문호를 활짝 열고 우리 헌법 가치를 지키기 위한 자유 민주세력의 대통합을 추진하고 있다”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된다고 할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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