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멧돼지 첫 ‘감염’ 확인…북한 유입 가능성 높아져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4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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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 철책 느슨…남북 야생동물 자유롭게 왕래한다”
정부, ASF 확산 방지 위해 감염 지역 내 모든 돼지 살처분하기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멧돼지가 비무장지대(DMZ) 남측에서 발견됐다. 때문에 지난달부터 경기 북부와 인천 강화군을 휩쓸고 있는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9월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 연합뉴스
9월24일 오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확진된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당국 관계자가 돼지들을 살처분하고 있다. ⓒ 연합뉴스

환경부는 지난 10월3일 전날 경기 연천군 비무장지대(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의 혈액을 정밀검사한 결과, 돼지열병 바이러스 ‘양성’ 반응이 나왔다고 밝혔다. 멧돼지에서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은 군사분계선에서 남쪽으로 600m, 남방한계선으로부터 전방으로 1.4㎞ 떨어진 지점이었다.

정부는 돼지열병 바이러스에 감염된 멧돼지가 철책을 뚫고 남하했을 가능성은 낮게 봤다. 정부는 “우리 측 철책은 과학화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 불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 발견된 멧돼지는 DMZ 북측 북방한계선에 설치된 철책을 뚫고 우리 측에 넘어온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남측 철책도 그리 견고하진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 2년간 9개 사단 13개소에서 남방한계선 경계부대의 철책이 파손됐고,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5건이었다. 하 의원은 “(국내에서) 방사한 토종 여우가 휴전선 철책을 넘어 개성까지 이동한 사례도 있다”며 남북 야생동물이 DMZ 철책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사이 국내에서 돼지열병 확진 판정을 받은 곳은 지난 9월17일 경기 파주시 연다산동에 위치한 농가를 시작으로 총 13곳으로 늘었다. 지난 9월27일 인천 강화군을 마지막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다가 10월2~3일 경기 북부 지역인 파주와 김포에서 4건이 연달아 발생했다. 13곳의 농가들은 모두 북측 접경지역에 위치해 있다.

방역 당국의 대응에도 불구하고 돼지열병이 확산하자, 정부는 발병 지역 내 모든 돼지를 없앤다는 특단의 조치를 내놓았다. 이전처럼 발생 농장 반경 3km 내 농장은 모두 예방적 살처분을 하되,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 나머지 농장에 대해선 돼지 전량을 사들여 정밀검사를 한 뒤 이상이 없는 돼지만 도축해 시장에 유통하기로 했다.

한편 환경부는 최근 태풍의 영향으로 북한 멧돼지 폐사체가 하천 등을 통해 떠내려 왔을 가능성에 대비해, 하천수 바이러스 조사 등 예찰 활동을 강화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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