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비호세력 눌러” vs “태풍피해 외면” 집회 후 또다시 공방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4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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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집회 흥행에 고무된 한국 “민심, 曺 파면 넘어 정권 퇴진으로 옮겨붙고 있어”
민주, 의미 평가절하 “민생 외면한 군중동원 폭력집회…서초동 촛불집회와 달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월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0월3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 시사저널 고성준

자유한국당이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연 뒤 또다시 진보·보수권 사이 공방이 거세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월4일 국회에서 열린 '문재인 정권 실정 및 조국 심판 국정감사 대책회의'에 참석해 "광화문 앞에서 시작해 대한문 앞을 넘어 숭례문에 이르기까지 서울 도심은 그야말로 상식과 정의의 물결이었다"면서 "서초동 200만 선동을 판판이 깨부수고 한 줌도 안되는 조국 비호 세력의 기를 눌렀다"고 밝혔다. 

나 원내대표는 "서초동 범법자 비호 집회 이후 여당이 무엇이라고 이야기했나. 가당치도 않은 200만명 운운하며 민심을 왜곡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적고 많음은 본질이 아니라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퇴진 집회가 있으면 직접 나온다고 하더니 정작 청와대는 공포의 충격 속에 빠졌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대국민 명예훼손을 한다"면서 "뭐 눈에는 뭐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말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또 "민심이 임계점을 넘어서고 있다. 조국 파면을 넘어 정권 퇴진으로 옮겨붙고 있다"며 "이것은 지난 1987년 넥타이 부대를 연상케 하는 정의와 합리를 향한 평범한 시민들의 외침"이라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전날 오후 1시부터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문재인 정권의 헌정 유린 중단과 위선자 조국 파면 촉구 광화문 규탄대회'를 개최했다. 해당 집회 참석 인원이 300만 명에 이른다고 한국당은 추산했다. 지난 9월28일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조국(법무부 장관) 수호'와 '검찰 개혁'을 외치는 대규모 촛불집회가 열린 후 한국당은 10월3일 집회에 사활을 걸고 '진짜 민심'을 보여주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정국의 핵심이 '조국 의혹'에서 '검찰 개혁'으로 이동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됐다. 

기대했던 것처럼 많은 인파가 몰리자 고무된 한국당과 달리 민주당은 집회의 의미를 평가절하하며 비판의 목소리도 높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10월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한국당은 국가적 재난 상황에서 집회에만 골몰하며 공당이기를 스스로 포기했다"며 "태풍 피해로 수백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는데 정쟁에 몰두하며 자신들 지역구의 태풍 피해를 나 몰라라 했다"고 말했다. 

'조 장관을 임명한 문재인 대통령이 제정신인지 의심스럽다'는 황교안 한국당 대표의 집회 발언과 관련, 이 대표는 "국가원수에 제정신 운운하는 것은 아무리 정쟁에 눈이 어두워도 정신이 나간 사람이라고 안 할 수 없다"면서 "어제 집회에서 제1야당 인사들이 도 넘는 막말을 남발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광화문 집회가 지난 주말 서초동 집회의 '맞불'로 비치는 데 대해서는 '두 집회는 성격이 다르다'며 선을 그었다. 박광온 민주당 최고위원은 "서초동 집회와 어제 광화문 집회를 비교할 생각이 전혀 없었는데, 계속 한국당이 숫자로 비교하니 확연한 차이를 말하겠다"며 "서초동 집회는 깨어있는 국민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졌다. 어제 한국당의 폭력집회는 당의 총동원, 종교단체 등 이질적 집단을 동원해 만든 군중동원집회였다"고 했다. 

이에 더해 이낙연 국무총리는 광화문 집회 일부에서 발생한 불법 행위를 거론하며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태풍 미탁 피해 및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상황 점검회의'에서 "어제 광화문에서 큰 집회가 있었다. 오늘 회의 의제와 다르지만 수십명이 폭력을 휘두르고 성추행과 문화재 훼손도 있었다"며 "폭력을 포함한 불법은 용납돼선 안 된다"며 "엄정하게 조사하고 법에 따라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한편, 서초동 촛불집회는 10월5일 한 번 더 개최된다. 집회가 진보와 보수간 '세 대결' 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서초동 집회 규모도 지난 주말에 비해 더욱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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