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시의원들, 돼지열병 난리 속 외유성 연수 ‘빈축’
  • 호남취재본부 신명철 기자 (sisa618@sisajournal.com)
  • 승인 2019.10.0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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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용인력 총동원 차단방역 중인데”…1명 제외 전원 9일간 유럽행
다수 관광지 방문 일정…“도시재생 등 벤치마킹 차원 방문” 해명
일부 시민 “민의 대변 시의원들 이중적 형태, 자질 의심돼” 지적도

전북 익산시의원들이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이 경기지역 등에서 발생해 전국이 비상인 가운데 외유성 해외연수를 떠나 빈축을 사고 있다. 그리스, 프랑스, 이탈리아, 터키 등지의 선진 도심재생과 도시계획 지역을 둘러보기 위함이다.

그러나 익산에는 전북지역 최대 양돈 단지가 있고, 돼지열병의 확진을 막기 위해 전 공무원들이 방역초소에 투입되는 등 긴장의 연속인 상황이다. 이에 시의원들의 해외연수 강행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익산시의회 본회의 장면 ⓒ익산시의회
익산시의회 본회의 장면 ⓒ익산시의회

8일 익산시의회에 따르면 전날(7일)부터 3개 상임위원회가 차례로 해외 연수에 올랐다. 산업건설위원회는 이날부터 9일간 그리스와 터키 방문길에 올랐다. 보건복지위가 14∼21일 프랑스와 이탈리아, 기획행정위는 16∼23일에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각각 가기로 했다. 

문화예술 선진도시의 발전된 도시재생 사례와 도시계획을 벤치마킹해 시 발전 전략에 접목하겠다는 것이다. 이번 해외연수에는 전체 의원 25명 가운데 김연식 의원을 제외한 24명이 참여한다. 사무국 직원 10여명도 동행한다. 연수에 들어가는 비용은 1인당 300여만원씩 모두 1억여원에 달한다.

하지만 이번 연수가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싸해 보이지만, 연수 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유성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일부 기관 방문 등이 공식 일정으로 잡혔을 뿐 나머지 일정 대부분은 관광지 견학 등으로 채워져 있어서다. 기관 방문도 구색 갖추기식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리스와 터키로 떠난 산업건설위는 그리스 국회의사당 등 기관 방문과 함께 대표적 관광지인 아크로폴리스박물관과 터키 바이람파샤 재래시장·발랏지구 등을 찾을 예정이다. 그리스와 이탈리아에서 해외공무연수를 진행하는 보건복지위도 노인복지센터와 청소년센터 등을 방문하면서 로마 국립중앙도서관 등 관광지 탐방 일정이 잡혀있다.

기관 방문의 경우도 해당 기관 관계자들과 갖는 포럼이나 간담회 등은 거의 찾아 볼 수 없고 단순 청사 견학 등으로 대부분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는 것으로 짜여져 있다. 그것도 하루에 한 기관을 방문하는 것으로만 명시돼 있고, 기관 방문 전·후에 대한 더 이상의 자세한 일정은 나와 있지 않아 외유성 연수를 가리기 위한 형식적인 기관 방문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다.

특히 시기의 적절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ASF로 전국적으로 비상이 걸렸고, 도내에서 가장 큰 양돈 단지 가운데 하나가 익산 왕궁면에 있다는 점에서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익산시는 현재 ASF 유입 방지를 위해 가용 인력을 모두 동원해 차단 방역 활동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회 내부적으로도 한때 해외연수를 강행하는 것이 옳은 지를 놓고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시민 김 아무개(52)씨는 “나라 전체가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도 해외연수를 강행한 것은 자질론까지 의심되고 있다”며 “의원들이 툭하면 민의의 대변인이라고 자처하면서 정작 시민의 정서는 외면하는 이중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익산시의회 관계자는 “ASF가 아직 남쪽 지역으로는 확산하지 않아 지역에는 직접 영향이 없어 연수를 진행해도 무방할 것으로 판단했다”면서 “오래 전부터 잡혀있는 연수 일정으로, 이후 의원들의 일정을 잡기도 어려울 것으로 보여 부득이하게 강행하게 됐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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