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 한 방울로 암을 찾는 종양표지자 검사 활용하는 법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4 16: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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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도 안 되는 정확도, 정밀검사 받는 계기로 삼아야

직장인 윤근심씨(가명·46)는 올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몇 주 뒤 AFP 수치가 높게 나타난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았다. 일반인에게 AFP는 간암 표지자로 알려져서 AFP 수치가 높게 나오면 간암을 걱정한다. 결과표에는 소화기내과 진료를 받으라는 의사의 소견도 적혀 있었다.

이처럼 건강검진 결과표를 받으면 몇 가지 종양표지자 수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 수치가 정상 범위라면 일단 안심하지만 상승하면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혹시 암에 걸린 게 아닐까 우려한다. 우리는 종양표지자 수치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전재관 국제암대학원대학교 암관리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종양표지자 검사는 암 선별검사가 아니다. 즉 건강검진에서 종양표지자 수치가 올랐다는 것은 암 확률이 있다는 것이지 반드시 암이라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상승한 사람 100명 가운데 실제로 암에 걸린 사람은 5명 미만이다. 이 수치가 증가했다고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가 없고 정상 수치라고 안심할 것도 아니다. 따라서 종양표지자 수치가 증가했다면 추가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대부분 종양표지자 검사는 선별검사 아니다”

암이 생기면 혈액 내에 특정 물질이 증가한다. 암세포가 분비하거나 암에 대한 인체 반응으로 생성된 물질이다. 대개 단백질로 이뤄진 물질인데 이를 종양표지자(암표지자)라고 한다. 대개 혈액검사로 종양표지자 수치를 확인한다. 이미경 중앙대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종양표지자는 악성 종양과 양성 종양을 구별하거나 악성 종양의 존재를 확인하는 데 이용한다. 종양표지자의 종류는 효소, 호르몬, 암태아성 항원(단백질), 탄수화물·혈액형 항원, 수용체, 유전자 등이 있다. 혈액, 소변, 조직 검체에서 검출한다”고 설명했다.

종양표지자 검사는 소위 피 한 방울에서 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인류의 시도다. 그러나 아직은 한계가 있다. 예컨대 ‘A라는 종양표지자 수치가 오르면 무슨 암’이라는 진단이 나오면 좋겠지만 현실은 다르다. 암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한마디로 정확도가 떨어진다. 인간이 찾아낸 수십 가지 종양표지자 중 가장 신뢰할 만한 것은 PSA다. PSA는 전립선에서 생성되므로 이 수치가 상승하면 의사는 전립선암을 강하게 의심한다. 그러나 나머지 종양표지자는 변수가 많아서 그 수치가 올랐다고 반드시 암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이렇게 종양표지자의 정확성이 떨어지는 이유는 민감성(sensitivity)과 특이성(specificity) 때문이다. 민감성은 질병이 있는지를 가려내는 정도다. 이것이 높으면 병을 잘 찾아내지만 별것 아닌 것에도 수치가 올라간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실제로는 병이 없는데도 검사에서는 있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특이성은 질병이 없는지를 나타내는 정도를 의미한다. 특이성이 높으면 실제로는 병이 있는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난다.

어떤 종양표지자는 민감성이 높아 암이 아닌데도 곧잘 수치가 오른다. 또 특이성이 높아 암이 있는데도 수치가 올라가지 않는 종양표지자도 있다. 이런 이유로 종양표지자 검사 결과만으로 암이 있다거나 없다고 말하지 못한다. 의사는 종양표지자 검사를 다른 검사 결과와 종합해 판단한다. 이미경 교수는 “잘 알려진 종양표지자 대부분은 비종양성 병변에서도 상승하므로 종양표지자 하나만으로는 암을 단정하지 못한다. 정확하게 암 여부를 진단하기 위해서는 진찰소견, 조직검사, 영상의학적 검사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한 번쯤 봤음 직한 종양표지자로는 PSA, AFP, CA125, CEA, CA19-9 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PSA는 전립선암, AFP는 간암, CA125는 난소암, CEA는 대장암, CA19-9는 췌장암 표지자로 알려졌다. 구체적으로 이들 수치가 높아지면 우리는 어떻게 이해하고 행동하는 게 좋을까.

 

전립선암 찾는 PSA 검사, 증상 없어도 40대부터 1년마다 필수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PSA(전립선특이항원) 수치가 올랐다면 전립선암을 의심할 수 있다. 이 검사는 현존하는 모든 암종의 종양표지자 검사 중 가장 뛰어난 방법이다. PSA는 전립선 상피세포에서만 합성되는 효소이므로 이 수치가 상승하면 전립선암일 가능성이 크다.

PSA 수치는 0~3ng/mL이 정상이다. 3ng/mL 이상이면 전립선암, 전립선비대증, 전립선염의 가능성이 있으므로 추가 검사를 받는 게 바람직하다. 추가적인 검사로는 직장수지검사(의사가 손가락을 환자의 직장으로 집어넣어 전립선을 만져보는 것)와 조직검사 등이 있다.

PSA 검사의 장점이자 약점은 특이도(병이 없는지를 나타내는 정도)가 낮아 작은 영향에도 수치가 잘 오른다는 점이다. PSA 수치가 높아서 조직검사를 해 보면 그 가운데 실제 암이 있는 경우는 4분의 1이다. 75%는 조직검사를 하지 않아도 될 사람인 셈이다. 전립선비대증, 염증, 조직 괴사 등 다양한 이유로도 그 수치는 올라간다. 따라서 세계 학자들은 PSA 검사의 특이도를 보강할 진단법을 찾고 있다. 그러면 조직검사를 꼭 해야 할 사람을 선별해 낼 수 있다.

김태형 중앙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는 “전립선암 진단 시 가장 많이 사용하는 PSA 검사는 비교적 빠르고 편리하게 전립선암을 진단하는 방법이다. 전립선특이항원이 전립선에서 만들어져 전립선 조직에 문제가 있으면 항원 수치가 높게 나온다. 40대 이상 남성은 증상이 없더라도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통해 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수치가 3ng/mL 이상일 경우 비뇨의학과 전문의를 찾아 직장수지검사 등 추가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AFP 검사는 일반인보다 간염 환자에게 필요

흔히 AFP(태아혈청단백) 수치가 높게 나오면 간암을 걱정한다. 그러나 AFP 수치가 높아도 위험 요인이 없거나 초음파 검사에서 이상한 점이 발견되지 않았다면 간암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이것이 AFP 검사의 한계다. 따라서 이 검사를 간암 발견에 단독으로 사용하면 안 된다는 게 국제적인 합의다. 임영석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위험 요인이 없는 사람이 간암에 걸릴 확률은 0.1% 미만이다. 그래서 간암 위험 요인이 있는 고위험군은 몰라도 일반인에게는 AFP 검사가 필요 없다”고 설명했다.

간암 위험 요인이란 B형 간염, C형 간염, 간경화다. 이런 질병이 있는 고위험군에서 AFP 수치가 오르면 간암을 의심할 수 있다. 또 암을 치료하면 낮아졌다가 재발이나 전이 때문에 다시 상승하기 때문에 기존 간암의 경과를 관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전재관 교수는 “AFP는 일반인보다 간암 고위험군에 필요한 표지자라고 이해하면 좋겠다. B형 간염, C형 간염, 간경화 환자에게서 이 수치가 오르면 간암을 의심한다”고 말했다.

간암 고위험군은 정기적인 검사를 받아야 한다. 조영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 고위험군에서 AFP는 복부초음파검사와 함께 간암의 선별에 활용한다. 특히 국내에서는 B형 간염의 유병률이 높아 외국에 비해 유용하다. 간암의 고위험군인 B형 간염 환자, C형 간염 환자, 간경화 환자는 만 40세 이후부터 1년에 2회 AFP 검사와 초음파검사를 통해 간암을 조기에 발견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난소암 찾는 CA125 검사만으로 암 확진 불가능

CA125 검사는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을 찾는 한 가지 방법이다. 정상 수치는 0~35μg/mL이다. 그러나 이 수치는 췌장암, 폐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뿐만 아니라 자궁근종, 자궁선근증, 자궁내막증, 난소 양성종양, 생리 기간, 전신 염증 상태 등 양성 질환에서도 증가한다. 따라서 CA125 수치가 증가했다고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이라고 확진할 수 없다. 주웅 이대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CA125는 자궁선근증과 같은 양성종양에서도 다소 증가한다. 악성 종양에서는 300~400μg/mL으로 급상승한다. 그렇지만 난소암이나 자궁내막암이 있어도 이 수치가 정상일 수 있다. 그래서 CA125 수치만으로 암을 확진하지 않고 초음파검사 결과와 함께 판단한다. 이 검사는 주로 암의 재발을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난소암은 초기에 증상이 없어 암으로 진단됐을 때는 이미 암이 골반 밖으로 전이된 3기인 경우가 많다. 1기 난소암은 대부분 건강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한다. 정기적인 CA125 검사를 통해 수치가 높아진 경우 초음파검사나 CT 촬영 등으로 난소암을 조기에 발견한다. 이은주 중앙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난소암은 질식초음파검사와 CA125가 선별검사로 권고되긴 하지만 민감도(병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정도)가 낮아서 난소암의 사망률 감소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그러나 부인암 가족력이 있는 고위험군이나 폐경 후 여성의 경우에는 이런 검사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암 표지자로 알려진 CEA 검사는 전이된 암 검색에 유용

CEA(암태아성단백항원)는 대장암뿐만 아니라 폐암, 위암, 췌장암, 담도암 등 대부분 암에서도 상승한다. 또 간경변, 갑상선기능저하증, 신부전 등에서도 증가하므로 대장암 선별검사로서의 의미는 낮다.

그러나 CEA는 대장암 종양의 크기, 임상 병기 결정, 예후 판정, 재발의 발견, 치료반응의 모니터링, 간으로의 전이 검색 등에 매우 유용한 지표다. 특히 CEA는 간에서 대사되기 때문에 CEA 수치가 높아지면 간으로 전이된 암일 가능성이 크다.

CEA 수치는 흡연자에게서 증가할 수 있다. 비흡연자는 5ng/mL 이하가 정상이지만 흡연자의 경우는 비흡연자보다 1~2ng/mL 상승한다. 신승용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EA는 대장암을 비롯한 소화기암과 폐암, 간암, 부인암 등과 전이된 암종에서 수치가 상승하는 경우가 많은데 보통 10ng/mL 이하이면 양성 질환, 20ng/mL 이상이면 악성 종양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췌장암 찾는 CA19-9 상승하면 위·대장내시경 검사 필요

CA19-9는 가장 유용한 암표지자다. CA19-9 검사는 췌장암, 담도암, 담낭담관암, 위암, 간암, 대장암, 만성 췌장염, 담석증, 만성간염, 간경변증 등 소화기계 암의 진단, 예후 판정, 재발 판정에 유익하다. CA19-9의 정상 수치는 대체로 0~37U/mL다.

그러나 췌장암의 표지자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췌장암이 있는데도 수치가 상승하지 않는 경우가 전체 환자의 절반 이상이기 때문이다. 또 담도암 등 다른 종양이나 췌장염일 때도 이 수치가 상승한다. 도재혁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CA19-9는 진단율이 낮아 선별검사로 권고되지 않는다. 그러나 췌장암이나 담도암에서 CA19-9 수치가 높은 경우에는 예후가 좋지 않을 가능성이 크며 치료 후 CA19-9 수치가 다시 증가하는 것은 재발을 의심할 수 있는 지표로 사용한다. CA19-9는 암이 아니라도 여러 가지 다른 요인으로 상승할 수 있어 위·대장내시경과 복부 CT검사 등을 추가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에게 종양표지자 검사는 득보다 실

피 한 방울로 암을 찾는다는 종양표지자 검사는 불완전하다. 정확도가 떨어지므로 종양표지자 검사 결과만으로 암을 판별할 수는 없다. 초음파든 CT든 다른 검사 결과와 종합해 판단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종양표지자 검사가 일반인에게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학병원 교수는 “고위험군이 아닌 일반인에게 종양표지자 검사 대부분은 이득보다 손실이 있다. 종양표지자 수치가 높아지면 각종 검사를 받게 되는데 암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암에 대한 공포에 시달린다. 이를 낙인효과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종양표지자 검사는 고위험군과 암 환자에게는 예후 판정, 치료 방향 설정, 재발 여부 등에 유용한 방법이다. 일반인보다 암에 걸리기 쉬운 고위험군과 이미 암에 걸려 치료를 받는 환자에게 필요하다는 게 전문의들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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