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과 서초동…대한민국 두 동강 난 3가지 이유
  •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4 13:00
  • 호수 15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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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종찬의 민심풍향계] 대통령의 불통, 중도층의 이탈, 조국과 연동된 현실이 그 배경

광화문 집회와 서초동 집회. 대한민국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두 집회를 이어주거나 연결해 주는 고리는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두 집회 사이에 놓여 있는 한강은 이념으로 건너지 못하고 세대로도 건너지 못하는 불통의 강의 되어 버렸다.

지난 2년 전 촛불집회는 그래도 비슷한 목소리를 내는 자리였다. 충격적인 국정농단에 국민의 분노는 광화문을 향했고, 정치권력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그만큼 이 정부에 대한 기대는 매우 높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는 우리 사회의 통합을 이야기했고 정치권의 협치를 강조했다. 딱 2년 반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의 현실은 통합은커녕 협치의 문턱까지도 도달하지 못했다.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017년 5월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제19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있다. ⓒ 국회사진취재단

‘소통의 달인’에서 ‘불통’ 이미지 각인돼 

우선 대한민국을 두 동강 낸 원인은 ‘대통령의 불통’에 있다. 대통령의 첫 번째 덕목은 경제성장도 아니고 대북정책도 아니고 공약의 실천도 아니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국민의 통합’이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만큼 치열한 대통령선거를 치르는 나라를 보기가 어려운 까닭이다. 5년마다 실시되는 선거 때마다 민심은 갈기갈기 찢어진다. 지역주의로 그리고 이념 차이로 말이다. 지난 대선도 예외는 아니다. 하나 된 촛불민심으로 대통령의 탄핵까지 이끌어냈지만 대선 양상은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은 투표자의 절반이 못 되는 41.08%의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결선투표 제도를 실시하지 않는 대한민국 대통령제의 특성상 절반을 넘기는 대통령을 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역대 대통령은 모두 당선의 일성으로 통합과 협치를 앵무새처럼 반복해 왔다.

그렇지만 정작 자신의 재임 시에 통합과 협치는 고사하고 분열을 봉합하는 데 전심전력한 대통령은 눈을 씻고 찾아도 보기 힘들 정도다. 문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리서치가 경향신문의 의뢰를 받아 지난 9월29일~10월1일 실시한 조사(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대국민 소통을 잘하고 있는지 또는 잘못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소통에 대한 평가는 절반으로 나누어졌다. ‘소통을 잘한다’는 의견 48%, ‘대국민 소통을 잘못한다’는 응답 49.6%였다. 같은 조사기관이 2년 전 실시했던 조사와 비교하면 소통공감도는 거의 반 토막이 난 상태다. 특히 중도층·무당층·자영업층·가정주부층에서는 ‘소통을 잘못한다’는 의견이 50~60%대를 넘나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그림1). 불과 1년여 전만 하더라도 문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소통’의 달인이었다. 문 대통령의 소통과 관련된 연관어로 ‘문셀카’ ‘문커피’ 등이 부각됐었다. 그러나 이제 대통령은 ‘소통’ 이미지보다 ‘불통’ 이미지가 더해지고 있다. 이 와중에 대한민국은 두 동강이 나버렸다.

두 번째로 대한민국이 두 동강 나버린 원인은 ‘중도층 이탈’에서 찾게 된다. 중도층은 이름 그대로 진보층도 보수층도 아니다. 어느 특정 이념에 경도되기보다는 탈이념적 성향이다. 이념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의사결정보다는 실용적인 목표를 추구한다. 2016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안철수 전 대표가 이끌었던 국민의당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당투표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앞질렀다. 진보와 보수로 나누어진 양당 정치에 혐오를 느낀 유권자들의 심판이었다. 뿌리부터 국민의당을 좋아해서 결정한 선택이라기보다 기득권 정당에 신물이 난 유권자들의 경고였다. 중도층의 중요성은 비단 선거에만 그치지 않는다. 국민 여론이 뾰쪽하게 대립하는 국면에서 중도층은 완충지대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난 대선뿐만 아니라 취임 이후 줄곧 문 대통령은 중도층 민심을 긍정적으로 견인해 왔다.

한국갤럽이 자체 조사로 실시한 문 대통령 국정수행의 긍정평가와 부정평가 추이(자세한 개요는 그래프에 표시)를 분석해 보았다. 취임 직후인 2017년 5월30일~6월1일 실시한 조사에서 중도층의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긍정은 무려 87%였다. 대다수 중도층이 문 대통령을 지지한 결과다. 임기 만 1년여 후인 2018년 5월2~3일 조사 결과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중도층의 긍정평가는 81%로 역대급 결과를 나타냈다. 그러나 가장 최근 조사인 지난 10월1~2일 조사에서 중도층 긍정평가는 42%였다. 오히려 중도층 부정평가가 53%로 절반을 넘었다(그림2). 이념적으로 양분화된 대결 구도에서 중도층의 역할은 막중하다. 모든 사회적 현안을 진보와 보수 또는 좌우 논리로 구분할 필요가 없고 구분되지도 않기 때문이다. 중도층은 극단적 충돌을 피하고 사회 갈등을 해소하고 치유하는 데 알토란 같은 존재다. 모든 사안이 긍정과 부정만 있고 중도층조차 한쪽의 선택만을 강요받는다면 ‘통합’과 ‘협치’는 먼 나라 이야기가 되고 만다. 중도층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우리는 눈앞에서 두 동강 난 대한민국을 보고 있다.

대통령 인사, 국민 다수의 공감 못 받아

국민 여론이 극단적으로 나누어진 세 번째 이유는 ‘조국과 연동’된 현실 때문이다. 처음 조국 장관 이슈가 불거져 나왔을 때 여론은 조 장관만 기준으로 삼았다.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으로 적절한지 아니면 부적절한지를 묻는 형태였다. 그러나 일정한 시간 이후 조 장관 이슈는 더 이상 ‘조국 이슈’가 아니라 문 대통령과 운명공동체처럼 연동되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고 조국 장관 수호를 외치는 국민은 서초동 집회로 집결했다. 반대 생각을 가진 국민은 광화문으로 모여들었다. 조 장관을 기준으로 국민이 반반으로 나뉜 모양새다.

대통령의 인사 문제는 조 장관 임명뿐만 아니라 그 이전부터 국민 다수의 공감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갤럽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공직자 인사 평가’ 추이를 분석해 보았다. 임기 초에는 대통령의 인사에 국민은 공감을 보냈다. 그렇지만 지난 8월20~22일 조사에서 문 대통령의 공직자 인사에 대한 긍정평가는 고작 24%였다. 여론조사에 참여한 대다수 국민은 대통령 인사에 불만인 결과다(그림3). 조 장관 임명으로 국민은 완전히 양쪽으로 갈라섰다.

이렇듯 대한민국은 두 동강 나 버렸다. 많은 업적을 남기는 대통령보다 지금 우리 사회에 더 필요한 대통령은 ‘소통’과 ‘희망’의 최고 사령관 스타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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