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직 전격 사퇴…“불쏘시개 역할 여기까지”
  • 오종탁 기자 (am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0.1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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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10월14일 입장문 발표 “자리 내려와야 검찰개혁 성공적 완수 가능한 시간이 왔다”
조국 법무부 장관 ⓒ 시사저널 박정훈
조국 법무부 장관 ⓒ 시사저널 박정훈

조국 법무부 장관이 10월14일 전격 사퇴했다. 지난 9월9일 취임한 지 35일 만이다. 

조 장관은 이날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입니다'라는 제목의 입장문을 통해 "오늘 법부무장관직을 내려놓는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더는 제 가족 일로 대통령님과 정부에 부담을 드려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다"며 사퇴 이유가 가족을 둘러싼 각종 의혹과 관련 검찰 수사임을 밝혔다. 

그는 "제가 자리에서 내려와야, 검찰개혁의 성공적 완수가 가능한 시간이 왔다고 생각한다"면서 "저는 검찰개혁을 위한 '불쏘시개'에 불과하다. 불쏘시개 역할은 여기까지"라고 전했다. 

숙원이었던 검찰개혁에 대해 조 장관은 "학자와 지식인으로서 제 필생의 사명이었고, 오랫동안 고민하고 추구해왔던 목표였다"며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기초한 수사구조 개혁, 인권을 존중하는 절제된 검찰권 행사 등은 오랜 소신이었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검찰개혁을 위해 문재인 정부 첫 민정수석으로서 또 법무부장관으로서 지난 2년 반 전력질주 해왔고,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터진 가족 의혹에 관해선 고통과 회한의 감정을 고스란히 나타냈다. 조 장관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 벌어졌다. 이유 불문하고, 국민들께 너무 죄송스러웠다"며 "특히 상처받은 젊은이들에게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조 장관은 "온 가족이 만신창이가 되어 개인적으로 매우 힘들고 무척 고통스러웠다"면서 "그렇지만 검찰개혁을 응원하는 수많은 시민의 뜻과 마음 때문에 버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가족 수사로 인해 국민들께 참으로 송구했지만, 장관으로서 단 며칠을 일하더라도 검찰개혁을 위해 마지막 저의 소임은 다하고 사라지겠다는 각오로 하루하루를 감당했다"며 "그러나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라 생각한다"고 했다. 

자신은 사퇴하지만 검찰개혁은 계속 추진돼야 한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조 장관은 "지난 10월8일 장관 취임 한 달을 맞아 11가지 '신속추진 검찰개혁 과제'를 발표했다. 행정부 차원의 법령 제·개정 작업도 본격화됐다"면서 "어제(10월13일)는 검찰개혁을 위한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 계획을 재확인했다. 이제 당정청이 힘을 합해 검찰개혁 작업을 기필코 완수해 주시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이제 검찰개혁은 거스를 수 없는 도도한 역사적 과제가 되었다. 어느 정권도 못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온갖 저항에도 불구하고 검찰개혁이 여기까지 온 것은 모두 국민들 덕분"이라며 "국민들께서는 저를 내려놓으시고, 대통령께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고 당부했다. 또 "검찰개혁 제도화가 궤도에 오른 것은 사실이지만, 가야 할 길이 멀다"면서 "이제 저보다 더 강력한 추진력을 발휘해 줄 후임자에게 바통을 넘기고 마무리를 부탁드리고자 한다"고 밝혔다. 

향후 거취를 두고 조 장관은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들 곁에 있으면서 위로하고 챙기고자 한다"며 "저보다 더 다치고 상처 입은 가족들을 더 이상 알아서 각자 견디라고 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원래 건강이 몹시 나쁜 아내는 하루하루를 아슬아슬하게 지탱하고 있다.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가족 곁에 지금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면서 "가족들이 자포자기하지 않도록, 그저 곁에서 가족의 온기로 이 고통을 함께 감내하는 것이 자연인으로서의 도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조 장관은 "이제 한 명의 시민으로 돌아가지만, 허허벌판에서도 검찰개혁의 목표를 잊지 않고 시민들의 마음과 함께 하겠다"면서 "국민 여러분께서 저를 딛고, 검찰개혁의 성공을 위하여 지혜와 힘을 모아주실 것을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재차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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