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100m 8초대 진입, 꿈 아니다…인간 기록의 한계는?
  • 기영노 스포츠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7 13:00
  • 호수 156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킵초게, 마라톤에서 ‘마의 2시간 벽’ 깨뜨려

육상 100m 9초 벽, 수영 자유형 50m 20초 벽, 마라톤 2시간 벽.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마의 벽’은 어디까지일까. 인간이 100m를10초 안에 돌파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반세기 전인1968년 전미육상선수권대회에서 미국의 지미 하인즈 선수가 9초9를 기록하자 인류는 열광했다. 이후 지난 2009년 우사인 볼트는 9.58초까지기록을 단축했다. 인류의 새로운 도전은 100m를 9초 안에주파하는 것이다. 가능할까.

10월1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케냐의 킵초게가 일류 최초로 2시간 벽을 돌파했다. ⓒ EPA 연합
10월12일 오스트리아 빈에서 열린 마라톤대회에서 케냐의 킵초게가 일류 최초로 2시간 벽을 돌파했다. ⓒ EPA 연합

10월12일 케냐의 엘리우드 킵초게 선수가 마라톤에서 인류의 염원인 2시간 벽을 깨트리면서 ‘스포츠에서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논란이 다시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킵초게는 비록 공식 경기는 아니었지만, 마라톤 풀코스를 1시간59분40초에 주파했다. 그러나 킵초게가 2시간 벽을 깨트리기까지는 페이스메이커, 사이클을 타고 그가 달려야 할 길을 녹색 레이저로 쏴서 도움을 주는 이 등이 41명이나 동원되었다. 당연히 공식 기록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다.

킵초게는 지난해 베를린 마라톤에서는 2시간01분39초의 세계최고기록으로 1위를 차지했다.올해 35살의 킵초게가 은퇴하기 전인2~3년 안에 공식 기록으로 2시간 벽을 깨트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번에 2시간 벽을 깨트리는 데는 나이키가 특별히제작한 ‘줌엑스 베이퍼플라이(ZoomX Vaporfly)’ 특수운동화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특수운동화는 밑창 중간의 탄소섬유로 만든 판이 마치 스프링과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에 뛰는 힘을 10% 이상 크게 높여준다. 킵초게가 이런 특수운동화를 신고 공식 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전제로 2시간 벽을 깨트릴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육상 100m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우사인 볼트 ⓒ EPA 연합
육상 100m 세계신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우사인 볼트 ⓒ EPA 연합

최적의 조건 갖추면 기적의 기록 가능

전문가들은 향후 마라톤 기록이2시간 벽 돌파는 물론 1시간50분대 중반으로 들어설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보고 있다.이미 2000년대 초 구소련 스포츠과학연구소의 스포츠과학자들은 1시간57분58초까지 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은 적이 있다.

스포츠과학에 관한 한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고 있는 러시아의 스포츠과학자들은 인간의 한계를 측정하기 위해 인체의 근섬유·효소를 분석·연구하거나 탄력성 시험을 위해 뼈를 분석하는 등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그들은 1990년대 초반, 남자 100m 스프린터의 최적 조건을 나이 23세, 키 177cm, 몸무게 73kg으로 보았다. 그 같은 선수가 있다면 2000년대 초까지 100m 기록을 9초75까지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체격이 너무 크면 공기 저항이 심하고 체격이 작으면 가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그 정도 체격이 좋다는 것이다.

또한 1990년대 미국의 육상 전문가나 세계 각국의 스포츠 연구기관은 남자 100m 기록이 2000년대까지 9.66초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우사인 볼트가 과학자들의 그 같은 편견을 깨트렸다.볼트는 키196cm로 역대 스프린터 가운데 가장 컸다. 볼트는 다리가 길지만 피치도 빨라 전성기 때는 100m를 불과 41걸음에 달려 9.58초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러시아의 스포츠과학자들이 주장하는 100m 최적의 신체조건은지난 9월 카타르 도하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9초76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딴 미국의 크리스티언 콜먼(23세, 1m75cm)과 비슷하다.100m는 동물적인 순간 스타트, 중간 가속, 라스트 스퍼트 등 3박자로 이뤄지는데 일본이나 중국 등 아시아 선수들의 순간 스타트, 벤 존슨이나 콜먼 같은 중간 가속 그리고 칼 루이스나 우사인 볼트 같은 라스트 스퍼트의 3박자를 모두 갖춘 선수가 나온다면 8.99초까지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외 스포츠과학자들은 육상 종목 가운데 중력을 거부한 채 더 높이 솟구치려는 인간의 점프력은 이제 한계에 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남자높이뛰기는 1993년 7월27일 스페인 살라망카에서 벌어진 국제육상대회에서 쿠바의 하비에르 소토마요르 선수(195cm, 82kg, 당시 26세)가 자신이 갖고 있는 세계신기록 244cm보다1cm를 더 넘어 245cm의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그 후 26년 동안 이기록은 깨지지 않고 있다.

 

높이뛰기는 한계에 다다른 듯

러시아 스포츠과학자들은 1990년대 중반, 이상적인 높이뛰기 선수의 조건은 나이 20~26세, 키 188cm, 몸무게 73kg이라고 밝히고 그 같은 조건을 갖춘 선수가 나온다면 245cm 세계신기록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그러나 당시 일본의 다케우치 교수 등은 2000년대 초까지 남자높이뛰기 최고기록을 257cm로 전망했지만, 답보상태에 있다.도약 기술은 1800년대 제자리 서서 높이뛰기를 시작으로, 1900년대 초 양발을 가위처럼 벌려 뛰는 가위뛰기, 1920년대 다이빙을 하듯 바를 뛰어넘는 롤오버 그리고 1968년 멕시코올림픽 때 선보인 배면뛰기 이후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나오지 않고 있다.

수영 종목에선 자유형 50m가 힘과 속력을 다투는 최고의 거리다. 현재 이 종목 최고기록은 2009년브라질의 세자르 시엘루 필류 선수가 국내대회에서 세운 20.91초다.그런데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기록은 18.15초로 분석되었다. 2초76을 더 단축해야하는데, 10년 동안이나 답보상태다. 체중 90kg, 자신의 신장보다 10cm가량 긴 양팔 길이(윙스팬), 섭씨 26도의 수영장 수온 등 모든 조건이 완벽히 갖춰졌을 때 나올 수 있는 기록이라는 것이다.

 

AI(인공지능)가 스포츠 패러다임 바꾼다

2016년 메이저리그 시카고 컵스가 무려 108년 만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달성했다. 시카고 컵스의 우승은 AI를 통한 전력 분석을 경기력 향상에 응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당시 시카고 컵스는 선수들의 동작을 촬영하고 기록해 3D 영상을 만들고, 이를 영상분석업체를 통해 빅데이터로 분석해 선수의 기량을 끌어올리는 데 활용했다. 로봇도 스포츠에 활용되었다. 독일의 로봇회사 쿠카가 개발한 아길러스와 독일의 대표적인 탁구선수 티모 볼이 맞대결을 벌여 비록 티모 볼이 11대9로 이겼지만, 당시 아길러스가 기계학습을 이용해 볼의 방향과 궤도를 미리 예측해서 스윙을 하는 정밀함은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또한 영국의 러프버러대학과 프리미어리그 명문 팀 첼시는 축구선수들의 플레이데이터를 통해 AI 코치와 스카우팅 시스템을 개발,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AI 코치는 훈련장, 스포츠 분야에 대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경기 전에 선수들의 특성에 따라 전략을 수립하도록 돕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렇듯 AI의 발전은 ‘스포츠 패러다임’을 변화시키며 기록 단축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