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너절한 금강산 남측 시설…북한식으로 재건하라”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3 10:3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선대의 南 의존 정책 비판하기도…“손쉽게 관광지 내어주고 득보려 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의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위원장은 해당 시설을 “남루하다”고 비판하며 북한식으로 새로 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월23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 지도하고 금강산에 설치된 남측 시설 철거를 지시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0월23일 보도했다. ⓒ 연합뉴스

10월23일 북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관영매체들은 김 위원장이 금강산 일대 관광시설을 현지 지도했다는 소식을 전했다. 김 위원장은 해금강호텔, 문화회관, 금강산호텔, 금강산옥류관 등 남측에서 지은 시설들을 둘러봤다고 한다. 

이들 시설에 대해 김 위원장은 “민족성이라는 것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피해지역의 가설막” “심히 낙후” “자연경관에 손해” “람루(남루)하기 그지없다” 등 강한 어조로 불만을 표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북한 땅에 건설하는 건축물은 마땅히 북한 식 건축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남측의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도록 하고 금강산의 자연경관에 어울리는 현대적인 봉사시설들을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하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실상 시설을 재건하라는 지시 사항이다. 

지적은 선친 김정일 국방위원장 정권으로 향했다. 김 위원장은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 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말했다. 

조선중앙통신은 해당 발언을 전하며 “(김 위원장이)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정책이 매우 잘못되었다고 심각히 비판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일 위원장이 1998년 현대그룹과 손잡고 추진한 금강산 관광사업을 깎아내린 셈이다. ‘수령의 무오류’가 전반에 깔린 북한 체제에서 선대의 정책을 비판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다만 김 위원장이 일방적으로 금강산 관광을 반대하는 건 아니다. 지난해 9월 평양공동선언을 발표할 땐 ‘금강산 관광사업 우선 정상화’에 합의한 바 있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아무런 전제나 대가 없이 금강산 관광을 재개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에도 김 위원장은 “금강산에 남녘 동포들이 오겠다면 언제든지 환영할 것”이라며 재개 의사를 내비쳤다. 

반면 한국 정부는 선뜻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유엔 대북제재 등 걸림돌이 남아있어서다. 이 때문에 김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남측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