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백년지대계라더니…” 문 대통령 한마디에 방향 튼 교육부
  • 구민주 기자 (mjooo@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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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연 서울 교육감 “수능 확대 부정적”
교육단체들도 “대입정책 근간 흔들려”

문재인 대통령이 10월22일 시정연설을 통해 수능 정시 비중의 상향을 공식화하면서 교육계와 학생·학부모들의 혼란이 커지고 있다. 대통령이 정시라는 대입 전형을 특정해 공개 발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담긴 작심 발언이었단 분석이 나온다.

이번 연설로 그동안 정시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단언해 온 실무 부처 교육부와의 엇박자도 여실히 드러났다. 당장 현재 고등학교 1학년이 치르게 될 2022학년도 대입제도부터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교육단체와 학부모들의 항의가 쏟아지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속 교육 대물림 비판에 대한 대안으로 정시 확대 방침을 밝혔지만, 정시 또한 기득권 대물림 교육을 더욱 공고히 할 우려가 크다며 ‘눈 가리고 아웅’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이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20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 교육 국정과제와 상충

대통령 시정연설 이후 교육부는 “강조점만 다를 뿐 교육부의 기존 입장과 동일한 맥락"이라며 논란 진화에 나섰다. 교육부는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율 쏠림이 심각한 대학, 특히 서울 수도권 소재 일부 대학에 대해서는 수능 비율 확대 권고를 당·정·청이 같은 의견으로 협의해 왔다"며 급격한 방향 선회가 아님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향후 정시 비율 하한선을 30%에서 더 높일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연설 전만 하더라도 교육부는 정시 30% 룰을 공공연히 고수해왔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역시 최근까지 수차례 “수능 정시 확대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학종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에서 정시 확대로 정책이 급선회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당시 제시한 교육 국정과제와도 상충하는 지점이다. 오는 2025학년 전면 도입될 예정이던 고교학점제(학생들이 적성에 맞는 과목을 선택해 수강하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는 수능 축소를 위해 설계된 제도로, 정시가 확대되면 학생들이 자신이 배우고 싶은 과목보다 수능에 유리한 과목들로 선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21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한 부총리겸 교육부 유은혜 장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21일 오전 국회 교육위원회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참석한 부총리겸 교육부 유은혜 장관이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시사저널 이종현

“정부 임기 내 불가능한 제도 개편 부적절”

교육부가 대입 전형 개편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을 발표하기도 전에 당·청이 정시 확대로 방향을 정하면서 학생과 학부모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였다. 교육계 일부와 교육단체들도 제각기 이러한 변화 기조에 비판하는 목소리를 내놓았다.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은 "학종은 학종 그 자체로 개선해야지 수능 확대와 연결할 필요가 없다는 게 교육청 입장"이라며 정시 확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도 대통령 연설 후 곧장 논평을 내고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대입정책의 근간이 흔들리는 상황이 반복돼선 안 된다"며 “문재인 정부 임기 내 불가능한 대입제도 개편 논의를 언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고 실효성도 없다”고 지적했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역시 입장문을 통해 "특권 계층의 교육 대물림을 막기 위해 정시 비중을 상향한다지만 수혜를 입는 계층은 결국 고소득 계층"이라며 "문재인 정부의 공교육 혁신 과제로 제시된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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