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투자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정경심(57) 동양대 교수가 10월23일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에 출석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 교수는 검찰이 조 전 장관 일가와 관련한 수사를 시작한 이후 이날 처음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정 교수는 이날 오전 10시10분께 붉은 뿔테 안경에 회색 정장을 입고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다. 정 교수는 심경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재판에 성실히 임하겠습니다”고만 말했다. 이어 “제기된 혐의들을 모두 인정하십니까” “검찰이 강압수사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등 취재진의 다른 질문에는 일절 대답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법원 직원과 함께 서둘러 법정으로 들어갔다
정 교수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오전 10시30분 서울중앙지법 321호 법정에서 송경호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시작됐다.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 늦어도 10월24일 새벽에는 결정된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 10월21일 청구한 구속영장에 △ 딸 조아무개(28)씨의 위조된 동양대 표창장 등을 서울대·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사용한 업무·공무집행 방해 △ 사모펀드 투자금 약정 허위신고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차명주식 취득 △ 동양대 연구실과 서울 방배동 자택 PC 증거인멸 등 모두 11개 범죄 혐의를 적시했다.
지난 2개월여 동안 조 전 장관과 관련한 의혹들에 대해 대대적으로 수사를 해 온 검찰은 정 교수의 신병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 교수 측은 사실상 모든 혐의를 부인하고 있어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검찰은 고위공직자의 배우자인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차명주식을 사들이고 사모펀드 투자 수익금 명목의 돈을 불법적으로 빼돌리는 등 사안이 중대하다는 점을 집중 부각할 것으로 보인다.
동양대 표창장 등 증빙서류를 위조하거나 허위로 발급받은 데서 나아가 입시부정까지 저지른 혐의가 있다는 점도 강조할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 착수 직후 자산관리인을 시켜 PC 하드디스크를 은닉하는 등 이미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있다는 점도 구속 수사가 필요한 이유로 제시하고 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증명서 허위 발급과 사모펀드 운용보고서 작성 지시 등의 혐의와 관련해 향후 조 전 장관에 대한 직접 조사가 불가피한 만큼 '말 맞추기' 등 추가 증거인멸 우려가 크다는 논리도 펼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 측은 "입시문제와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2개를 11개 범죄 사실로 나눴다"고 주장한다. 특히 사모펀드와 관련한 혐의는 실제 운영 주체를 검찰이 오해한 결과라는 입장이다. 70억원대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37)씨의 범죄 혐의를 정 교수에게 무리하게 덧씌웠다는 것이다.
증거인멸 혐의 역시 조 전 장관의 인사청문회 등을 거치며 사실을 확인하고 해명하려는 과정이었다고 반박할 예정이다. 변호인단은 이에 대해 "근본적 사실관계에 대한 오해"라고 말했다. 정 교수가 일곱 차례 출석 요구에 성실히 응해 도주 우려가 없고 광범위한 강제수사로 증거가 상당 부분 수집된 점도 불구속을 주장하는 근거로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의 구속영장 발부 여부에는 뇌종양·뇌경색 등 정 교수 건강 문제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정 교수 측은 CT(컴퓨터단층촬영)과 MRI(자기공명영상) 자료, 신경외과 진단서를 검찰에 제출했다. 검찰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건강 상태를 면밀히 검증했다. 심문에서 검증 절차와 결과를 상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정경심 교수 측 변호인단은 정 교수가 영국에서 유학 중이던 2004년 사고로 두개골 골절상을 입은 이후 두통과 어지럼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정 교수는 검찰의 소환조사 때에도 뇌기능과 시신경 장애, 어지럼증과 구토 증상을 호소해 장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지 못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