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로 이적한 이승우가 그라운드서 사라졌다
  • 서호정 축구 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7 10:00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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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벨기에 산트트라위던 이적 후 단 1경기도 출전 못 한 이유

2017년 여름, 안정환 이후 15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에 진출한 한국 선수가 됐던 이승우는 지난 8월30일 의외의 선택을 했다. 2부 리그인 세리에B로 떨어졌던 소속팀 헬라스 베로나가 1년 만에 1부 리그로 복귀하는 데 힘을 보탰던 그가 이탈리아를 떠난 것이다. 이승우가 택한 새로운 무대는 벨기에 1부 리그인 프로리그A의 신트트라위던 VV팀이었다.

예전만큼의 명성은 아니지만 세리에A는 유럽 4대 리그 중 하나로 손꼽히는 최상위 무대다. 그곳을 뒤로하고 유럽 중위권 리그로 향한다는 것은 그만큼 선수에게 출전 기회가 절박했다는 의미로 통했다. 실제로 이승우는 승격에 기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막을 앞두고 팀 훈련과 경기에서 중용되지 못했다. 팀을 떠나야 할 것 같다는 분위기가 감돌자 자신을 가장 적극적으로 원한 신트트라위던과 3년 계약(2년+1년 옵션)을 맺었다. 빅리그를 떠나 한 단계 아래인 벨기에로 향한 데 대해 실망하는 목소리도있었지만,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뛸 수 있는 무대로 향하는 현실적인 선택을 했다며 격려하는 분위기도 컸다.

벨기에로 간 이승우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벨기에로 간 이승우가 경기에 출전하지 못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벨기에 현지 매체 “이승우 제멋대로 행동해”

신트트라위던은 일본 기업인 DMM의 가메야마 게이시 회장이 2017년 인수한 이후 일본 선수를 비롯해 아시아 각국의 잠재력 높은 인기 선수를 영입해 유럽 상위 리그로 보내는 독특한 전략을 취해 왔다. 현재도 신트트라위던은 5명의 아시아 선수를 보유 중이다. 일본 국가대표 3명(이토 다쓰야, 스즈키 유마, 다니엘 슈미트)에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에서 뛰었던 베트남의 간판 공격수 응우옌 콩푸엉, 그리고 이승우가 가장 마지막에 합류했다. 지난해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군 문제를 해결한 만큼 신트트라위던에서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이승우도 다시 빅리그로 향할 수 있다는 기대가 존재했다.

이적 후 2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의 상황은 그런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가는 중이다. 신트트라위던 소속으로서 이승우가 나선 공식 경기는 0이다. 이적 후 초반에는 비자 발급 문제로 데뷔가 지연된다는 얘기가 있었지만, 그라운드를 밟지 못하는 시간은 점점 길어졌다. 부상이나 컨디션 난조도 아니다. 신트트라위던의 구단 SNS 공식 계정에서는 훈련과 구단의 지역밀착활동에 참가하는 이승우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10월21일 있었던 안더레흐트와의 리그 11라운드 원정 명단에도 이승우는 포함되지 못했다. 일본인 선수 3명은 모두 동행했던 원정이었다. 급기야 10월19일 벨기에 현지 언론에서 이승우의 계속되는 제외에 대한 첫 보도가 나왔다. 비자 문제나 부상 등이 아닌 훈련에 임하는 태도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뵈트발 벨기에’는 “이승우는 과거에 갇혀 있는 느낌을 준다. 스타 의식이 강하다. FC바르셀로나의 유스팀 출신이라는 과거가 성공을 보장하지 않는다. 책임감 없는 모습을 보이며 훈련장을 떠난 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신트트라위던은 이승우 영입에 이적료·연봉 등 120만 유로(약 16억원)가량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벨기에의 중위권 구단인 신트트라위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과감한 투자다. 11라운드를 마친 현재 신트트라위던은 승점 11점으로 16개 팀 중 13위를 기록 중이다. 강등 가능성이 존재하는 부진이 이어지는데, 특히 9득점에그친 공격진의 부진이 심각하다. 그런 상황에서 큰 기대를 걸고 데려온 공격수가 1분도 뛰지 못하는 기현상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었고, ‘뵈트발 벨기에’는 기량이나 행정적 문제가 아닌 태도 불성실로 결론을 내린 것이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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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주와 감독의 갈등에 끼였다는 주장도 나와

과거 각급 대표팀에서도 훈련과 경기 중의 돌발행동으로 논란이 된 적 있던 이승우의 이력을 아는 국내 미디어와 팬들은 강한 어조로 그를 비판하는 모습이다. 이승우는 지나친 개성과 돌출행동으로 17세 이하 대표팀 시절 최진철 감독과 갈등을 일으킨 바 있다. 최근에는 올 1월 열린 아시안컵 조별리그 중국전에서 자신이 교체 투입되지 않자 벤치 부근에서 물통을 걷어차 논란이 됐다. 파울루 벤투 감독에 대한 항명의 의미로 해석된 행동이었다. 손흥민·기성용 등 선배들이 이승우의 행동을 감쌌고, 이후 본인도 성숙한 모습을 보여 일단락됐지만 벨기에에서 날아온 소식에 다시 과거가 재조명됐다.

하지만 현지 언론 중 이승우의 태도 문제를 지적한 곳은 ‘뵈트발 벨기에’가 유일하다. 그런 보도가 무색하게 구단 공식 인스타그램에는 이승우가 연습경기에 매진하고, 동료들과 함께 즐겁게 어울리고 있는 사진이 게재돼 있다. 그런 와중에 이승우의 결장 원인을 유추할 수 있는 또 다른 보도도 나왔다. 벨기에의 스포츠 저널리스트인 슈테프 뵈이낭스는 10월21일 안더레흐트전을 마치고 ‘라디오2’를 통해 가메야마 회장을 비판했다. 뵈이낭스는 “일본인 구단주는 선수 영입에서 프로페셔널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시즌 팀 수비의 핵심이었던 토미야스를 보내고 난 뒤 제대로 된 보강이 없었던 것과 전력 보강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아시아 각국 유명 선수 영입 전략에 대한 비판이었다. 이름을 직접 거명하진 않았지만, 비용 대비 효과가 낮은 이승우와 콩푸엉에 대한 불만도 담겨 있었다.

실제 이승우의 결장도 태도 불성실보다는 선수 기용에 대한 구단주와 감독의 알력 싸움이 더 큰 이유라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는 “훈련 중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와 의견을 주고받으며 다투는 건 유럽 축구에서 종종 일어나는 일인데, 그 문제가 확대 해석돼 보도됐다”고 말했다. 이어“성적이 부진한 가운데 스티브 브라이스 감독의 선수 활용 방향에 구단주가 불만을 갖고 있고, 감독은 아시아 선수에 대한 편견과 불만이 존재한다. 그 갈등에 이승우·콩푸엉 등이 끼여서 출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발렌시아의 이강인이 올 시즌 초반까지 겪은 상황과 흡사하다. 싱가포르 출신의 피터 림 구단주는 유스 출신에 아시아에 대한 영향력까지 갖춘 이강인의 기용에 큰 기대를 걸었지만 전임 마르셀리노 감독은 이를 거부했다. 결국 마르셀리노 감독은 시즌 개막 후 한 달도 되지 않아 경질됐다. 후임인 셀라데스 감독은 이강인을 비롯한 유스 선수들의 활용 비중을 높이고 있다.

최근 유럽 축구는 치솟는 선수 인건비로 인해 재정난을 겪는 구단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동·아시아의 자본 투입이 많아지는 추세다. 선수단 운영과 방향성을 정하는 권한도 전통적인 감독 중심에서 구단주 중심으로 옮겨지고 있다. 중소 리그의 중하위권 팀인 산트트라위던은 일본인 구단주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다. 반전의 기회를 찾아 벨기에로 향한 이승우는 뜻밖의 경기 외적인 요소부터 돌파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브라이스 감독을 교체할 가능성도 존재하지만, 이승우 자신이 훈련장에서부터 사소한 인식을 바꿔가는 것도 중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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