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한은 경남본부 "경남 혁신·창업 생태계 살려야"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4 11:1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남의 산업위기 대응책을 보고서로 내놔

"한국은행에서 좋은 보고서가 나왔어요"

10월23일 기자의 카카오 채팅방에 온 문자다.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경남지역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가 보낸 것이다. 한국은행 경남본부(한은 경남본부)가 최근 공개한 '경남지역 산업위기 대응을 위한 산업구조 고도화 전략' 이름의 보고서에 주목하라는 주문이었다.

지역 금융과 실물 경제의 조사·연구를 수행하는 한은 경남본부가 경남의 산업위기 대응책을 보고서로 내놓았다. 한은 경남본부가 경남의 산업위기 원인을 분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보고서 조회 수가 의외로 적지 않았다.

지난달 9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남창투사' 설립 업무 협약식 ©경남도 제공
지난달 9일 경남도청에서 열린 '경남창투사' 설립 업무 협약식 ©경남도 제공

한은 경남본부의 보고서 '요약' 첫머리에는 '오랜 기간에 걸쳐 우리나라 고도경제성장을 견인하는 데 한 축을 담당해왔던 경남지역에서 산업위기의 그림자가 도내 전반으로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고 쓰여 있다. 조선업 불황과 경남 전략산업의 성장 부진이 산업위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한은 경남본부의 보고서는 산업구조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분석됐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 했다. 기자는 특히 경남의 혁신·창업 생태계 경쟁력 분석에 관심을 쏟았다.

우선 한은 경남본부 보고서는 경남의 혁신·창업 생태계(RISES) 경쟁력을 꽤 심층적으로 분석했다. '경남의 혁신·창업 생태계 종합지수는 전국 16개 시·도 중 14위로 최하위권에 머물고 있는 실정' '3대 요인별로는 혁신생태계 부문이 13위로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으며, 기반인프라 및 창업생태계 부문은 각각 11위로 중하위권의 수준에 머물고 있다' 등 RISES 종합지수를 분석하는 대목이 대표적이다.

또 보고서는 '경남의 기반인프라 지수 간의 격차가 매우 크게 나타나 이 부문의 불균형 성장이 두드러진다' '경남의 혁신생태계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혁신 흐름의 초기 단계인 지식창출 기반이 미약해 다음 단계인 지식 중개촉진 및 혁신성과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는 것에 기인한다' 등과 같이 경남의 RISES 종합지수가 전국 최하위권인 이유를 통찰했다.

한은 경남본부의 보고서는 시대 변화 흐름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지역산업 고부가가치화를 위해 글로벌이슈 대응사업 및 신산업 창출 핵심기술을 강화하는 것' '사업화를 통한 핵심기술의 경남지역산업 착근이 이루어져야 한다' '지역과제 해결형 공공부문 사업화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 등이다. 맞춤형 정책을 제언한 것이다.

우리는 기술 창업의 시대에 살고 있다. 1990년대 말~2000년대 초반에 등장한 벤처·스타트업은 네이버·다음·한게임과 같은 인터넷 기업이거나 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 첨단 소재 분야의 기술 기업이 많았다. 최근에는 우아한형제들, 마켓컬리, 쿠팡 등 기존 인터넷·모바일 인프라 위에 서비스를 올린 기업들이 주목받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최근 우리나라 창업 생태계와 미국·중국 등 창업 강국들의 투자 패턴을 비교하면서 많은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기업 줌, 기업용 메신저 서비스 슬랙과 같은 미국 기업을 우리나라에서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기업들은 투자금의 40%가 소프트웨어 기술 개발에 집중됐고, 그 결과 올해 상장에 성공했다. 전문가들은 '소액 투자, 빠른 회수'를 선호하는 우리나라 특유의 벤처 투자 문화가 바뀌어야만 창업 강국처럼 기술 중심 창업이 활성화된다고 이구동성으로 이야기한다. 기자가 10월4일 설립한 '경남창투사'에 기대를 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자유무역질서를 훼손하는 기술패권이 국가경제를 위협하는 상황에 있어서도 신기술의 혁신창업이 중요한 해법이 될 수 있다"며 "특히 부품·소재 분야의 혁신창업과 기존 부품·소재기업의 과감한 혁신을 더욱 촉진하고자 한다. '유니콘 기업'과 '강소기업'들이 출현하길 기대한다"고 했다. 이런 시대에 혁신창업이란 무엇이고 강소기업이라는 건 무엇이란 말인가.

한은 경남본부가 보고서를 낸 배경은 고도화 산업 및 신산업 발굴을 이어가고, 이를 뒷받침할 창업·혁신 생태계 등의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정부와 경남도 등이 기술 창업의 패러다임을 이해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놓는다면, 창업·혁신 생태계가 경남에서 꽃 피울 것은 자명한 일이다. 한은 경남본부의 보고서는 시의적절하고 정확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