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의 미래] ‘역동성의 파도’는 잠룡 선두를 내버려 둘까
  • 차윤주 정치전문 프리랜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9 10:00
  • 호수 1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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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룡 지지율 선두 달리는 이낙연·황교안 ‘완주’ 여부 주목
전문가들 “현재 주자들 중 차기 대통령 나와”

11월10일 문재인 정부가 남은 절반의 임기를 시작하는 반환점은 차기 대선주자들에겐 출발선이다. 정부 임기가 반환점을 돌면 전반기 애써 눌러왔던 미래권력에 대한 논의가 공공연히 분출하고, 대권을 향한 당사자들의 열망도 비로소 족쇄가 풀리기 때문이다. ‘큰 꿈’을 꾸는 잠룡들은 반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한편, ‘조국 대전’ 이후 재편된 정치지형을 주시하며 대선전을 향해 전열을 가다듬고 있다.

현재 가장 유리한 지점에서 레이스를 시작하는 주자는 두 명의 전·현직 국무총리다. 여권에선 10월28일로 1987년 민주화 이후 최장수 국무총리 기록을 세우게 될 이낙연 총리가, 야권에선 지난 박근혜 정부 마지막 국무총리이자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각각 선두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한국 정치의 역동성은 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킨 바 있어 지금의 '총리 전성시대'가 대선까지 계속될 것이란 단정은 섣부르다.

ⓒ 일러스트 신춘성·freepik
ⓒ 일러스트 신춘성·freepik

이낙연·황교안, 총선 결과 따라 가속 페달 

이낙연 총리의 몸값은 나날이 치솟고 있다. 현직 총리로는 이례적으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 1위를 수성하며 내년 총선에서 역할론이 주목받고 있다. '조국 대전'으로 민주당 열성 지지층은 결집했을지 모르나 총선 승리 필수카드인 중도·무당층이 등을 돌렸고, 현재 이해찬 대표 체제로는 승리가 어렵다는 위기감이 여권의 구원투수로 이 총리를 소환하고 있다. 당에선 이 총리가 연내 총리직을 사퇴해 서울 종로 같은 상징성 있는 지역구에 출마하거나 비례대표 후보로 전국적인 선거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등 구체적인 시나리오가 얘기된다. 이 총리 역시 "총선에 힘을 보탤 수 있다"고 여러 번 밝힌 바 있는데, 문제는 총선을 앞두고 후임 총리 인선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총선 이후 당권을 도모하는 것이 또 다른 선택지로 거론된다. 당권 레이스와 당 대표로 입지를 다지는 과정은 현재 이 총리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당내 세력 부재'를 만회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최근 불거진 ‘이 총리 사의설’은 오보로 끝났지만 거취 결정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며 "이 총리가 앞에 놓인 선택지 중 대선 가도에 가장 유리한 시점을 재서 움직일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선 황교안 대표가 현재 우위를 점하고 있다. 당내 뚜렷한 경쟁자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공안검사, 관료 출신인 황 대표가 제1야당 대표로 데뷔할 때만 해도 “여의도에서 얼마 못 버틸 것”이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크고 작은 구설을 겪으며 맷집을 키우고, 적어도 보수진영에는 견고한 지지층을 만들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최근에는 황교안표 경제정책 '민부론'을 발표하며 대안 세력의 면모를 과시했고, 야당 대표 초유의 삭발로 전례 없는 투사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황 대표 역시 발등에 떨어진 불은 내년 4월 총선이다. 제1야당 대표로 대선 전초전인 총선에서 소기의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 대권주자 지위가 위태로워진다. 총선 결과뿐 아니라 과정도 숙제다. ‘조국 사태' 이후 자신감을 회복한 야권은 총선 승리를 위해 최근 보수통합 논의를 시작했다. 제1야당 대표로 고도의 정치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보수통합 과정의 최대 화두는 황 대표의 치부인 '박근혜 탄핵'이 될 수밖에 없는 것도 부담이다.

 

“현재 거론되는 유력 주자들 중 대권 나올 것”

2022년 3월 치러질 20대 대선은 누가 최종 후보로 나서게 될까. 현재 선두인 이 총리와 황 대표가 그대로 안착하게 될까. 지난 대선으로 시계를 돌려보자.

박근혜 정부가 반환점을 돈 2015년 상반기 당시 여당의 제1 대선주자는 단연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였다. 김 전 대표는 당시 일부 여론조사에선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를 누르고 여야 전체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사상 초유의 대통령 탄핵이 이어지면서 19대 대선이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커진 탓도 있지만, 정작 여당 후보로 출마한 이는 홍준표 전 대표였다. 홍 전 대표는 2015년 상반기 실시된 대부분 여론조사에선 아예 후보로 이름을 올리지도 못했다.

그런가 하면 당시 대선을 앞두고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여권 차기 주자로 급부상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김 전 대표를 ‘비토’한 청와대와 친박계 핵심들의 지원사격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반 전 총장은 한동안 지지율 1~2위를 달리기도 했지만, 결국 중도 사퇴했다. 여러 번 예측 불가능한 방향으로 판이 휘청인 것이다. 물론 야권의 유력 대권주자였던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당내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고, 최종적으로 대통령 당선까지 이어졌다.

전문가들은 한국 정치의 역동성이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할 정도로 다이내믹하지만, 이제 대선만은 깜짝 인물이 당선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2007년, 2012년 대선에서 당선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도 갑작스럽게 등장한 정치인이 아니다. 여론조사와 신문 지면에 오랜 기간 수없이 등장하며 정치력을 검증받았다. 2002년 대선 경선을 앞두고 지지율 1%대로 시작해 당선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외적인 사례로 볼 수 있지만, 노 전 대통령은 초기 지지율이 낮았을지언정 전국적 인지도를 갖춘 유력 정치인이었다. 대선판은 이렇게 저렇게 흔들릴 테지만, 당선자는 현재 우리가 아는 인물 중에서 나오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현재 여론조사 1~2위를 다투는 여야의 두 유력 주자 뒤에는 ‘뒤집기’를 노리는 잠룡들이 즐비하게 포진해 있다. 여권에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 후보 중 이 총리 다음 순위에 오르며 한껏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 경기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도 여론조사 지지율은 한 자릿수지만 지방정부 차원의 성과를 무기로 착실히 차기를 준비하고 있다. 김부겸 의원은 내년 총선에서 한 번 더 당선(대구 수성갑)되면 지역주의를 극복한 정치인으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설령 낙선하더라도 선전 여부에 따라 기회가 주어질 것이란 전망을 낳고 있다. ‘86그룹’을 대표하는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도 잠재력 있는 주자로 꼽히고 있다.

야권에선 홍준표 전 대표가 여전히 야전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고,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추미애 전 민주당 대표의 지역구(광진을)에서 열심히 표밭을 일구고 있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도 보수통합의 과정 또는 결과로 급부상할 수 있는 범야권 주자들이다.

대한민국의 제20대 대통령선거는 2022년 3월9일 예정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남은 임기가 2년 반이고, 현재 위상이 높은 차기 주자들에 대한 견제는 더욱 거세질 것이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내년 총선과 보수통합, 차기 주자에 대한 본격적인 검증 등 굵직한 이벤트를 거치며 대선주자들의 순위는 요동칠 것"이라며 "다만 지난 대선에서 보듯 현재 거론되는 유력 주자들 중에서 차기 대통령이 나올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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