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거돈 시장, 시민공원 정비사업 합의안 발표에 조합원들 ‘'울며 겨자먹기’ 냉랭
  • 부산경남취재본부 김기웅 기자 (sisa517@sisajournal.com)
  • 승인 2019.10.29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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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 "부산시가 11년 세월 날렸다"…잦은 사업 변경 지적

장기간 표류하고 있는 부산시민공원 재개발 사업과 관련 오거돈 부산시장이 전격적으로 합의안을 발표했지만 해당 조합원들이 '울며 겨자먹기' 라며 시큰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일부 조합원들은 부산시가 주변 주민들에게 돌아갈 보상비를 공공시설 조성에 사용하고 심지어 점차 부담을 늘리고 있다며 "더 이상 시의 행정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격앙된 반응까지 쏟아냈다.   

오거돈 부산시장은 지난 17일 부산시민공원 주변 재정비촉진사업에 대한 합의안을 발표했다. 건물 층수와 높이는 하향 조정하고 동 수와 배치계획 변경, 그리고 특별건축구역 지정 등이 주요 내용이다.

10월 17일 합의안 발표 후 관계자들이 함께 박수치고 있다 ⓒ시사저널 김기웅 기자
합의안 발표 후 오거돈 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함께 박수를 치고 있다ⓒ시사저널 김기웅 기자

이날 오 시장은 "마음을 열고 대화한 끝에 마침내 합의안을 도출했다"라며 최선의 노력을 다한 결과라고 평가했다. 동석한 김인철 총괄건축가 역시 "대한민국의 건축 문화가 부산에서부터 시작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보인다"라며 합의안에 대한 자부심을 내비쳤다.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사업이 수 차례 변경됐다는 점을 지적하며 부산시의 행정을 신뢰할수 없고 무엇보다 공공성을 강조하는 시와 개인의 재산권을 지키려는 조합측이 충분한 합의를 거쳤는지도 변수라며 합의안의 의미를 축소했다. 

 

부산시 갈팡질팡 행보, 바닥난 신뢰도

시민공원 재정비 사업의 역사는 2007년부터 출발한다. 당시 부산시는 개별적으로 추진중이던 재개발 사업을 재정비촉진지구로 지정하며 각각의 사업을 하나로 통합해 이듬해인 2008년 재정비촉진계획을 결정, 고시했다.

2008년 고시의 주요 내용은 시민공원 부지를 제외한 나머지 지구에 최대 용적율 800%, 제한 층수를 상가 65층, 주택은 60층 규모로 짓겠다는 것이다.

이때 촉진지구 조합측은 사업 수익성이 낮아진다는 이유 등으로 고시에 불복해 일반 재개발 사업을 고집했으나 행정 소송에서 패했다.

이후 부산시는 8년 동안의 변경 절차를 거쳐 2016년 촉진지구 변경 고시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당시 변경 고시에 따르면 촉진 1, 2구역은 상업지구로 최고층수 65층, 용적율 810% 이하, 건폐율 60% 이하, 촉진 3, 4구역은 주택지구로 최고층수 60층, 용적률 300% 이하, 건폐율 30% 이하로 확정됐다.

2008년 고시에 따라 사업 계획을 수립했던 조합들은 2016년 변경 고시로 이어졌으며 이후 오거돈 시장의 사업 일시 중단 발언으로 '일단 멈춤' 상황에 처하게 된다. 

변경 고시는 당시 기존안보다 공공기반시설 부담률을 더 올리는 등 공공성 확보가  강화됐고, 오 시장은 시가 사업 계획을 새로 수정하고 진행해야 한다는 이유를 들었다.

이렇게 다시 도출된 안이 17일 '합의안'이라는 이름으로 발표됐다. 주요 내용은 35층을 초과하는 건축물 29개 동을 22개 동으로 줄이고 35층 이하 저층 건축물을 1개 동에서 18개 동으로 늘리며,  촉진 3, 4구역을 특별건축구역으로 지정한다는 등이다.

이번 합의안을 바탕으로 조성될 촉진지구 조감도ⓒ시사저널 김기웅 기자
이번 합의안을 바탕으로 조성될 촉진지구 조감도ⓒ시사저널 김기웅 기자

10여년 이상 이 사업에 몸을 담았다는 모 조합 관계자는 "2008년 촉진지구 고시 당시 부산시에 양보해야 하는 부지와 늘어난 공공시설 부담 등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시의 결정에 따랐다"며 "사유재산과 직결된 문제를 부산시가 이런저런 이유를 들어 자꾸 계획을 변경한다면 차라리 시가 땅을 사들여 직접 사업을 해야 한다"고 쓴소리를 냈다. 

A 시의원도 "부산시가 2008년 결정 고시 당시 어느 정도 필수 사업 구역은 시에서 사들여 장기 계획을 세웠어야 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합의안을 바라보는 대부분의 조합원들의 입장은 '울며 겨자먹기'로 요약되는 분위기다.이들은 2008년 고시로 부터 이번 합의안 도출까지 잃어버린 11년은 부산시의 계속된 사업 계획 변경이 주요 원인이라고 지적하면서도 합의안 거부가 '괘씸죄'로 이어질까 우려했다.

2지구 조합원 B아무개씨는 "부산시가 지금까지의 불만은 덮고 합의안만 가지고 얘기하자고 하는 것은 염치가 없는 짓"이라며 "하지만 더 이상 사업을 지연할 수 없어 합의안에 동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속내를 전했다.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금 4000억 원 어디로 갔나 

조합원들의 불만은 시민공원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제공돼야 할 미군 부대 이전 지원금과 공공기반시설 분담금으로 이어진다.

과거 부산시는 주한미군 하야리야 부대가 철수하며 생긴 부지를 2010년 반환받아 2014년 시민공원으로 조성 후 개장했다. 이 과정에서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지원 특별법'에 따라 약 4000억 원의 국비를 지원받았다.

이 특별법에 의한 지원금은 미군 부대로 인해 개인 사유재산 침해를 받던 인근 주민들을 위한 보상 성격의 돈이다. 하지만 부산시는 이 돈을 시민공원과 기반시설 조성에만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부산시는 시민공원부지 정비사업 공공기반시설 조성예산 50%를 조합측이 부담하라는 내용을 2016년 변경 고시에 포함했다. 시민공원 조성 당시 공공기반시설 사업에만 약 2400억 원이 들어갔는데 그중 절반인 1200억 원가량을 조합이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조합원 C씨는 "시민공원 조성 예산 총 6400억 원 중 4000억 원은 미군부대 주변지역 지원금으로 해결했고 나머지 2400억도 반만 부담했다"라며 "인근 주민들한테 줘야 하는 돈도 안 주고 추가로 부담만 늘린 것"이라고 볼멘 소리를 냈다.

이와관련 부산시 관계자는 “조합측에서 사업을 진행하며 얻는 이익이 있으니 반대급부로 공공성을 위해 부담해야 할 개념이 있다”며 “그 동안 시민자문위원회와 주민 공청회 등 협의 과정을 거쳐 진행된 사안인데 이제 와 불리한 부분만 얘기하면 난감하다”라고 밝혔다.

조합원들의 의견 수렴 등 논쟁의 불씨가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에서 오거돈 시장의 승부수격인 이번 합의안이 11년 시간을 뛰어 넘는 진정한 합의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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