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조업 체감경기 2분기 연속 하락세…"경영실적 악화 우려"
  • 부산경남취재본부 이상욱 기자 (sisa524@sisajournal.com)
  • 승인 2019.10.3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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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장비 등 주력업종 심리 하락과 르노삼성자동차 생산량 감축 주도

부산 제조업체들의 경기전망지수(BSI)가 3·4분기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내수, 수출 둔화 등 불확실한 대내외 경제상황 등으로 부산 제조업체들의 체감경기가 크게 나빠졌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 생산량 감축에 따른 우려가 겹치면서 기업 체감경기에 대한 전망이 어두워졌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 강서구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작업하고 있다 ©연합뉴스

부산상공회의소(부산상의)가 10월30일 발표한 '2019년 부산 제조업 경영지표 전망'에 따르면, 4분기 부산 제조업 경기전망지수는 86으로 3분기 대비 6포인트 하락했다. 지난 2분기 101에서 3분기 92로 하락한 뒤 그 폭을 더 키워가는 모습이다. 

기업BSI는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다. 기준치 100 미만이면 경기를 비관하는 기업이 낙관하는 기업보다 많다는 의미다. 부산상의는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부산 350개 제조업체(응답률 52.6%)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제조업 경기 심리 악화를 이끈 건 조립금속·기계장비·조선기자재다. 조립금속(86)은 4분기 21포인트 하락했다. 기계장비(80)도 국내외 수요 둔화로 인해 26포인트 하락했다. 3분기 기준치 100을 넘겼던 조선기자재(95)는 20포인트 역시 하락했다.

부산상의는 제조업 경기전망지수의 대부분을 조립금속·기계장비·조선기자재업종의 경기 악화가 기여했다고 보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반도체 경기 부진에 이어 일본이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수출심사 우대국)에서 배제하는 등 경제 악재가 겹치면서 관련 업종의 체감경기를 악화시킨 것으로 보인다.

 

기업 2곳 중 1곳 "올해 목표 달성 어렵다"

기업의 실적 목표 달성도 불확실해졌다. 기업 2곳 중 1곳은 올해 초 세운 목표를 달성하기 힘들다고 응답하면서다. 올해 영업이익 목표치 달성 여부를 묻는 질문에 99개 기업(53.8%)이 "달성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달성할 수 있다"는 응답은 43.5%, "초과 달성할 수 있다"는 응답은 2.7%에 불과했다.

제조업체들은 회의적인 전망을 내높은 이유로 내수부진(41.3%), 고용환경 변화(17.5%), 중국 경제 둔화(16.1%), 일본 수출규제·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13.3)를 언급했다. 환율·유가변동성 심화(7.7%)에 대한 우려도 컸다. 내수침체와 글로벌 시장환경 악화가 기업 경영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의 투자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나빠졌다. 지난해와 비교한 올해 투자 추이에 대한 질문에 "감소했다"는 답변이 24.5%로 "늘었다"(9.2%)보다 약 2배 이상 많았다. 국내시장 포화와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 감소로 이어졌다는 응답이다.

제조업체들은 경제 활성화를 위한 과제로 고용·노동정책 탄력 적용(37.5%), 자금 조달 유연화(31.5%), R&D·인력지원 강화(15.2%), 파격적 규제개혁(15.8%)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치권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높다. 경제주체별 경제 활성화 노력 정도를 물은 결과, 국회가 3.4로 가장 낮았고, 정부도 4.5로 낙제점 수준이었다. 반면 기업 자체 노력은 6.0으로 평가돼 국정파행 장기화, 규제개선 노력 미흡 등에 대한 불만이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지역 제조업의 봄날이 언제 올지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현재의 고비를 넘기 위해선 유동성 공급 확대와 근로시간 주52시간 적용 유예, 기업규제 대폭 완화, 혁신성장 지원 등 고부가가치화 전략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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