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로코가 내 취향, 로코 안에서 변주한다”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2 10: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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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드라마 동시에 흥행 성공…연기장인 '공블리' 공효진을 만나다

공효진은 하나의 장르다. 그 장르 네이밍은 ‘공블리.’ 그녀는 10여 년 넘게 로맨스 코미디 장르에서 특화된 연기를 보여주고 있으며, 그 안에서 변주 중이다. 그녀는 주 종목인 ‘로코’를 선택하는 데 거침이 없다. 공효진표 현실 연기 때문일까. 그녀의 로코는 어딘지 모르게 새롭다. 대중들은 그녀의 로코 취향에 중독됐고, 그저 믿고 볼 뿐이다. 마흔 살의 ‘공블리’가 건재한 이유다. 3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한 공효진은 이번에도 주 종목을 선택했다. 영화와 드라마가 거의 동시에 대중 앞에 선보였는데, 둘 다 로코다. 흥행 면에서나 화제 면에서나 현재 스코어 ‘A플러스’다.

ⓒ (주)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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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의 시기가 맞물렸다.

“시기가 좋다. 연이어 선보이는데, 너무 다른 역할이라 그게 장점일지 단점일지 아직 확신은 없지만 둘 중 하나라도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친구들이 제게 ‘수확의 계절’이라고 하더라(웃음). 더울 때와 추울 때 많이 고생하더니 가을에 수확한다고 응원해 줬다. 긴장보다는 거둬들이는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어떤 결과든 잘 받아들이겠다.”

 

많은 대본이 도착했을 텐데,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를 선택한 이유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마음의 여유가 없는 상태였다. 특히 ‘정말 추운 겨울에 짧게 찍어야 한다’고 해서 ‘힘들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영화 《도어락》을 찍으면서 이 계절에 촬영을 하는 건 가급적 피하자 싶었다. 고민을 많이 했는데 시나리오가 너무 재미있었다. 무엇보다 감독님이 여성일 것이라 생각하지 못했다. 감독님을 뵙고 ‘난 여자 감독님 운명이구나’ 싶어 반갑기도 했다. 대본을 읽을 때, 본인의 경험담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리얼하고 적나라할 수 있을까도 싶었다. 상대 배우도 (김)래원씨이기에 놓치기 아쉬웠다.”

 

어떤 영화인가.

“이제 불타오르는 사랑을 못 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사랑이라는 감정에 무던해진 사람들이 본다면 지지고 볶더라도 다시 사랑하고 싶게 만드는 영화다. 연애 초보자에게는 연애 교과서가 될 영화라고 할까. 우리 영화는 연애를 미화한 부분이 없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파헤치고, 이렇게들 연애하고 싸우고 욕하나 싶을 정도로 놀랍다. 근데 그게 재미있게 담겨 있다.”

 

영화 속 선영이라는 캐릭터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는 기존에 맡았던 캐릭터와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선영은 굉장히 냉소적인 부분이 있다. 기존에 했던 연기와 다르게 하려고 노력했다. 영화를 찍는 동안 주인공들이 가장 보통의 연애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보니 특별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상대가 날 좋아하는 게 맞는지, 내 짝이 맞는지, 이번에는 상대를 믿어도 되는지, 두 사람이 서로를 탐색하고 먼저 마음을 표현하긴 싫어서 한 걸음 빠지기도 하는 과정을 담았다.”

 

상대 배우가 김래원이다(두 사람은 드라마 《눈사람》(2003) 이후 16년 만에 재회했다).

“16년 전엔 둘 다 어렸고,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충만할 때였다(웃음). 그때는 바쁘고 생각할 것도 많은 시기였다. 지난 16년 동안 늘 래원씨와 재회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실제로 주변 사람들에게 래원씨와 호흡을 맞추고 싶다는 이야기를 전달만 하다가 이렇게 함께하게 돼서 기뻤다. 다시 만나서 연기를 해 보니 새로웠고 역시나 멋있었다. 그리고 ‘정말 잘하는구나’라는 생각도 들었다.”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

“영화에서 래원씨와 티격태격하고 못 믿어서 의심한다. 다른 사람 때문에 아파하는 걸 얄미워하는 과정에 있는 남녀의 모습을 담았다. 찍는 내내 상호작용이 있어서 그런지 깨가 쏟아지도록 즐겁고 행복하기보다 견제하고 얄미워했다. 촬영 중에도 꽤 그랬다(웃음).”

 

로코에 특화된 배우다. 부담은 없나.

“냉미녀 역할이다. 그냥 냉도 아니고 심지어 미녀 역할이었다. 그동안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어떻게 보면 따뜻한 인물을 주로 연기했다. 그런데 선영은 굉장히 냉소적인 인물로 기존에 했던 역할과는 확실히 다르다. 극 중 선영처럼 이렇게 상처를 받으면 이렇게 뒤끝이 생길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나는 연애에 있어서 뒤끝이 없는 편이다.”

 

공효진이 생각하는 ‘보통의 연애’란.

“요즘에 사람들이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고 괜찮아 보이고 싶은 마음이 중독적인 것 같다. 영화 속에서 두 남녀는 서로에게 서로를 포장해서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부터 상처나 과거가 드러나 있다. 가장 보통의 연애란 서로를 투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생각한다.”

 

3년 만에 안방 복귀도 했다.

“계속 작품을 해 오다가 3년 공백이 있었다. 그간 드라마라는 매체에서 하고 싶은 장르, 선호하는 이야기가 없었던 것 같다. 착하고 순한, 오뚝이처럼 위기를 이겨내는 비슷한 역할들이었기에 고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해 보지 않은 장르에 도전하고 싶어 영화 《미싱》 《도어락》 《싱글라이더》 등을 했다. 어떻게 보면 영화에서 다른 역할을 많이 하고 드라마에서는 또다시 돌아온 느낌을 받으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다. 동백 캐릭터가 그동안 제가 보여 드렸던 모습에서 상상할 수 있는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고민을 많이 했다. 많은 고민을 거듭하며 촬영 중이다.”


현재 공효진이 출연 중인 KBS 2TV 수목극 《동백꽃 필 무렵》은 천진함과 강단으로 꿋꿋하게 세상을 버텨 나가는 ‘동백’을 주인공으로 하는 휴먼 로맨스 드라마다. 극 중 공효진이 연기하는 동백은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지역에서 술집을 운영하며 김강훈(강필구)을 키워낸 미혼모다.


동백이라는 캐릭터를 어떻게 해석했나.

“지난해 초쯤 대본을 받았다. 당시엔 스케줄이 맞지 않아 고사했는데 대본이 너무 재밌어서 ‘다음 대본을 또 볼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 그만큼 매력적인 이야기였다. 제가 맡은 동백의 캐릭터는 극 초반에 ‘저렇게까지 소심할까’ ‘저렇게 사람들과 대화를 못할까’라고 느낄 것이다. 사투리를 써볼까도 고민했지만 등장인물 중 유일한 서울 여성이라서 못 했다. 생각을 많이 하면서 열심히 변주 중이다.”

 

강하늘과의 찰떡 호흡도 화제다.

“미담 제조기 아닌가(웃음)? 실제로 주변에서 칭찬을 많이 해서 기대를 했다. 역시나 소문만큼 기운이 넘치고 긍정적이다. 친구들에게 ‘우리 용식이 진짜 좋아‘라고 많이 얘기한다. 그만큼 흐뭇한 후배다. 무엇보다 저와 비슷하게 대본을 잘 잊는다(웃음). 너무 또박또박 다 외우는 배우는 부담스러운데 그런 호흡, 패턴이 맞아서 편안하고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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