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때를 아는 지도자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11.04 09:00
  • 호수 15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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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입니다.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진 날씨가 새 계절이 왔음을 알려줍니다. 출퇴근에 바쁜 샐러리맨들에게는 계절 변화를 실감할 여유나 시간이 없습니다. 사람 홍수에 치여 오늘도 시루 속 콩나물이 되어 회사를 오갑니다. 그러다 어느 날 길가 코스모스가 눈에 들어옵니다. 문득 깨닫지요. 아, 가을이구나! 시간은 우리에게 말을 하지 않습니다.

북한산에 갔습니다. 단풍 든 산을 보며 세월을 실감했습니다. 알록달록 자연의 조화가 참 아름다웠습니다. 역시 가을은 단풍의 계절입니다. 한껏 봄물이 오른 봄산은 싱그럽습니다. 신록을 뽐내는 여름산은 눈물 나도록 빛이 납니다. 눈 덮인 겨울산이 주는 적막감은 우리를 압도합니다. 때가 되면 잎이 돋고 때가 되면 신록이 우거집니다. 때가 되면 단풍이 들고 때가 되면 잎이 집니다. 이처럼 모든 일에는 때가 있습니다. 자연은 나아가야 할 때와 물러서야 할 때를 압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입니다. 그러나 사람 중에는 물러서야 할 때와 나아가야 할 때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대개 그 원인은 욕심인 경우가 많습니다. 나만은 예외라는,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에서만 생각하다 보면 제대로 판단을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아가야 할 때 그러지 못하다가 넘어지고 물러서야 할 때 나아가다가 망신을 당하곤 합니다. 세상사 새옹지마라지만 중요한 순간에서의 판단 실수는 여러 후유증을 남깁니다. 그래서 이슈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적확한 처방을 내리고 행동하는 것은 지도자의 중요한 덕목 가운데 하나입니다. 

최근 정치권에는 내년 총선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의원들이 여럿 나왔습니다. 이철희, 표창원 의원 등 나름 인지도도 있고 기반도 있는 의원들입니다. 겉으로 이러저러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안으로 말 못 할 사정도 있을 것입니다. 누구는 칭찬하고 누구는 도망가는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합니다. 저는 박수를 보냅니다. 무언가를 내려놓는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모두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목소리를 높이려 할 때 멈추려 하고 낮은 목소리로 아니라고 말하는 이가 필요한 시기입니다. 저는 이런 측면에서 두 의원의 선택이 적절했다고 봅니다. 정치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세상이 아닙니다. 중요한 부분이지만 정치 또한 사회의 일부입니다. 국회의원이 아니어도 얼마든지 사회에 많은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물러선다면 나 아닌 누군가가 나보다 더 멋진 정치를,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습니다.

ⓒ 시사저널 포토
ⓒ 시사저널 포토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악플 문제를 다뤘습니다. 어둠 뒤에 숨어 다른 이에게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악플러들은 달나라에 있는 머리에 뿔 난 사람이 아닙니다. 우리 주위에 있는 겉보기에는 그저 평범한 이들입니다. 사회 갈등 지수가 높아질수록 악플이 기승을 부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당파 특집은 처음 시도하는 것입니다. 심층 조사를 통해 무당파의 실체를 분석하는 작업은 그동안 진행된 적이 없습니다. 왜 무당파가 됐는지, 향후 어떻게 변화할 수 있는지 등이 주는 시사점은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도 여러 생각거리를 던져줍니다. 독자님들에게 많은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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