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일 관계에...찬바람 부는 G20 의회정상회의
  • 박성의 기자 (sos@sisajournal.com)
  • 승인 2019.11.03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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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의장 3일 오후 출국...경색된 양국 관계에 산토 의장과 양자회담은 취소

문희상 국회의장이 10월3일부터 3박 4일 일정으로 예정된 일본 방문 일정을 대폭 축소했다. 악화된 최근 한일관계를 감안해서다. 문 의장이 순방단의 규모도 최소 실무 인원으로만 재구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일본 산토 아키코 참의원 의장은 문 의장과 개별 회담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로 얼어붙은 한·일 관계에 양국 간 의원 교류도 경색되는 모양새다.

시사저널 창간 30주년을 맞아 10월22일 국회 의장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시사저널 창간 30주년을 맞아 10월22일 국회 의장실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시사저널 박은숙

문 의장은 3일 오후 도쿄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의회 정상회의 참석하기 위해 출국한다.  문 의장이 일본을 찾는 건 취임 후 처음이다. 문 의장은 애초 공식 일정에 더해 별도로 일본 정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실마리를 찾을 계획이었다. 산토 아키코 참의원 의장, 오시마 다다모리 중의원 의장 등과의 양자 회담을 추진했다. 그러나 최근 이를 모두 취소했다.  양국 관계의 경색이 예상보다 심각해, 의장 간 대화가 무의미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에 문 의장은 5일 와세다대에서의 ‘미래지향적 한일관계 복원을 위한 제언’ 특별강연 등 공식일정만 소화할 예정이다.

그간 문 의장은 일본과의 대화 가능성을 열어둬 왔다. 다만 전제는 일본의 선제적인 사과와 변화된 자세였다. 문 의장은 지난 10월22일 진행한 '시사저널 창간 30주년 기념 특별 인터뷰'를 통해 "개인적으로는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를 지향하라'는 김대중-오부치 선언이 양국 관계의 해법과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과거에 얽매여 미래를 향해 한발짝도 못 나가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그렇다고 미래를 핑계로 과거를 무조건 덮자는 것은 더욱 어리석은 일"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의장은 지난 2월 한 외신과의 인터뷰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가 일본을 대표해서 한마디만 하면 된다"라며 "아니면 곧 퇴위하는 일왕이 그랬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특히 아키히토 당시 일왕을 "전쟁 주범의 아들(the son of the main culprit of war crimes)"이라고 부르며 "만약 그런 사람이 위안부 피해자 어르신들의 손을 잡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죄한다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2011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에 참석한 산토 아키코 참의원 의장. ⓒ연합뉴스
2011 서울 G20 국회의장회의에 참석한 산토 아키코 참의원 의장. ⓒ연합뉴스

이에 일본 정치권이 거세게 반발했다. 교도통신, NHK 등 일본 언론은 10월31일 산토 아키코 참의원 의장이 문 의장과 개별 회담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산토 의장 측에 따르면 문 의장이 지난달 서한을 보내 '해당 발언으로 마음을 다친 분들에게 사과한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산토 의장은 일본 국민에 전할 정도의 충분한 답변이 아니라며 다시 사죄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고, 문 의장 측에서 별다른 반응이 없자 회담을 할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문 의장의 측근들이 '일본 방문 취소' 등을 조언했다는 후문이다. 산토 의장의 반응이 '외교적 결례'라는 반응도 나왔다. 이에 문 의장도 이번 방일에 동행하기로 한 여야 의원단의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순방단의 규모도 최소 실무 인원으로만 재구성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문 의장은 측근들에 "약속을 지키는 정치인으로서 일본 측과 약속한 행사를 취소해서는 안 된다"며 앞서 확정된 일정은 소화하기로 했다. 문 의장은 G20 국회의장회의 주최자인 일본 참의원 의장으로부터 지난 9월20일 공식 초청장을 받았고, 와세다대 특별강연 요청은 지난달 12일 전달받았다. 문 의장은 방일 일정 소화 뒤 6일 다음 방문지인 멕시코로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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