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사는 것의 즐거움
  • 유재욱 유재욱재활의학과의원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1 17:00
  • 호수 1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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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욱의 생활건강] 각자 자리에서 최선 다하는 삶이야말로 행복의 조건

“안녕하세요. 브라질에서 왔어요.” 밝은 표정으로 진료실로 들어온 사람은 비구니 스님이다. 브라질에도 스님이 있구나 생각하고 어떻게 멀리서 왔는지 물었더니 “상파울루에도 한국 방송이 나오는데 거기서 봤어요. 브라질에도 교민이 4만 명 이상 있는데 저는 거기서 법당을 짓고 포교를 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한국에 다녀갈 일이 있어 방문했다지만 그래도 해외 먼 곳에서 여기까지 와주는 사람들을 보면 감사할 따름이다.

우리 의료선교사가 필리핀에서 해외의료 봉사활동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 뉴시스
우리 의료선교사가 필리핀에서 해외의료 봉사활동으로 환자를 치료하고 있다. ⓒ 뉴시스

힘든 환경에서도 밝은 표정

이렇게 멀리서 온 환자를 진료할 때는 아무래도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좋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한편으로 이런 환자들은 대부분 1~2주 머무르다가 다시 외국으로 가야 하므로 안타까울 때가 많다. 병이라는 것이 한두 번 치료해 낫는 병도 있지만 꾸준히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는데 이런 환자들은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이 1~2주밖에 안 되기 때문이다.

환자 가운데 종교인들이 있는데 가끔은 먼 나라에서 선교활동이나 봉사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온다. 얼마 전에는 카자흐스탄에서 선교하는 전도사님이 병원을 찾았는데 그쪽은 종교가 달라 활동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환경임에도 너무 밝은 표정을 짓고 있어 놀란 적이 있다. 또 가끔 오는 수녀님은 잠비아 오지에서 환자들을 돌보고 봉사하느라 본인의 몸이 망가지는 것도 몰랐다. 이런 사람들은 한결같이 힘든 기색 없이 너무 밝은 표정을 짓고 있다. 남을 위해 산다는 것, 종교의 가치를 실현하면서 산다는 것이 이렇게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봉사하는 삶이 행복한 까닭

얼마 전 지인을 만나러 덕수궁 뒤편에 있는 정동교회에 갔다.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 중 ‘언덕길 정동길엔 아직 남아 있어요. 눈 덮인 조그만 교회당’이라는 가사에 등장하는 바로 그 교회다.

이 교회의 1층 벽면에 정동교회 설립 역사를 기록해 놓은 공간이 있다. 마침 시간도 있어 커피를 한 잔 마시면서 교회 역사를 찬찬히 읽다가 흥미로운 사실을 알게 됐다. 정동교회의 창시자 아펜젤러 목사가 한국에 도착한 것이 1885년 봄인데 교회를 짓고 의료봉사를 하고 배재학당을 시작해 아이들을 가르치는 데까지 불과 3개월이 안 되는 시간이 걸렸다.

그다음 해 봄에는 이화학당을 만들어 여성에 대한 교육을 시작했다고 하니 말도 안 통하는 낯선 타국에서 정확히 1년 만에 우리나라 근대화에 획을 그을 만한 많은 일을 한 것이다. 과연 인간이 이 많은 일을 이렇게 빠르게 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한편으로 이것이 종교의 힘이라는 경외심도 생겼다.

필자가 만난 스님, 수녀님, 전도사님도 어려운 환경에서도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주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있다. 이들뿐만 아니라 많은 도움이 필요한 여러 나라에서 우리나라 종교인과 봉사에 뜻을 가진 사람들이 애를 많이 쓰고 있다. 누구나 이런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도 저마다 각자의 자리에서 정의롭게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산다면 오늘 만난 종교인 못지않게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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