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야 하는 이유
  • 노진섭 의학전문기자 (no@sisajournal.com)
  • 승인 2019.11.19 07:3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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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절기 불청객 심근경색 예방법…뇌졸중·폐렴도 조심해야

일교차가 큰 환절기와 찬바람이 부는 겨울철에 특히 유념할 점은 심장·뇌·호흡기 건강이다. 모두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과 연관돼 있다. 심장질환 가운데 심근경색은 유독 환절기에 급증한다. 11~1월엔 차가운 기온으로 혈관이 수축하면서 수축기 혈압이 여름철보다 7mmHg 정도 상승하기 때문이다. 이는 심장혈관(관상동맥)에 부담으로 작용해 심장박동도 빨라진다.

따뜻한 실내에서 갑자기 차가운 밖으로 나가면 혈관이 수축하고 혈압이 오르면서 심장혈관에 피가 잘 통하지 않는 상태(심장 허혈)가 된다. 이때 통증을 느끼는 것이 협심증이다. 가뜩이나 좁아진 혈관을 혈전(피떡)이 꽉 틀어막는 병이 심근경색이다. 죽을 것 같은 극심한 가슴통증이 20~30분 이어지고 심하면 실신하거나 급사로 이어진다.

문제는 심근경색이 예고 없이도 찾아온다는 점이다. 급성 심근경색 환자의 약 50%는 협심증 없이 평소 건강했던 사람이다. 수일 전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없다는 판정을 받았던 사람이 급성 심근경색으로 응급실로 실려 가기도 한다. 심근경색에 의한 심장마비는 치명적이어서 응급실에 도착하기 전에 사망하거나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를 받아도 5~10%는 사망한다.

ⓒ 시사저널 임준선
ⓒ 시사저널 임준선

평소 운동하지 않던 사람은 등산 삼가야

혈압이 갑자기 오르지 않도록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급하지 않게 서서히 일어나는 게 좋다. 외출할 땐 몸을 따뜻하게 유지하도록 옷을 갖춰 입어야 한다. 특히 심장이 좋지 않은 사람은 새벽 운동이나 등산은 삼가야 한다.

그렇다고 실외활동을 하지 않으면 체중이 늘면서 심장 건강에 더 좋지 않게 된다. 평소 운동을 꾸준히 하되 추운 날이나 아침 시간은 피하고 따뜻한 날 오후에 하는 게 바람직하다. 의사들은 일주일에 3~4일, 한 번에 30~45분 동안 유산소운동(걷기, 달리기, 줄넘기, 자전거 타기, 에어로빅 등)을 권장한다. 이광제 중앙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혈관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담배는 반드시 끊고, 절주(하루 2잔 이하)와 저염식을 하면서 식사량을 줄이고, 주 3회 이상 30분에서 1시간의 유산소운동을 통해 정상 체중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잠을 충분히 자고 과로를 피하는 등 긴장을 푸는 시간을 매일 갖는 것도 심장 건강을 유지하는 생활습관이다. 짠 음식은 혈압을 올리므로 식품에 첨가하는 소금이나 간장을 절반 이하로 줄이고 담배와 술도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피한다. 권창희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교수는 “평소 심장에 문제가 있는 사람은 무리한 운동을 삼가는 게 좋다. 특히 운동하지 않던 사람이 산행과 같은 과도한 신체활동을 하면 돌연사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질환은 한국인 사망원인 2위이고 경제적 활동이 왕성한 40~50대 돌연사의 주범이다. 차가운 날씨에 외출할 때 갑자기 가슴통증을 느끼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박덕우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갑자기 왼쪽 젖가슴 부위가 조여오거나 평상시보다 호흡곤란이 심해지면 심장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커지므로 신속히 119에 전화해 병원을 찾아야 한다. 갑자기 머리가 심하게 아프거나 심장 박동이 빨라지거나 가슴을 조이는 듯한 통증 등 평소와 다른 증상을 느껴도 의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Tip 심장 건강을 위한 운동 시 주의사항

• 스트레칭 등 준비운동을 충분히 하고 운동을 시작한다.

• 일교차가 큰 아침에 반팔보다는 보온이 되는 가볍고 편한 옷을 입는다.

• 과음한 다음 날 아침 운동은 삼간다.

• 갑자기 힘이 많이 소요되는 무산소운동보다는 조깅, 자전거, 속보,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자신의 운동 능력에 맞게 규칙적으로 한다.

•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나 심혈관계 위험요인이 있는 사람은 처음부터 무리한 운동은 삼간다.

• 운동 중 흉통, 호흡곤란, 가슴 답답함 등이 발생하면 즉시 병원을 찾는다.

 

이상 증상 있을 때 119 신고하고 허리띠 풀기

추운 날씨로 심장혈관뿐만 아니라 뇌혈관도 수축한다. 좁아진 뇌혈관을 혈전이 막아 뇌 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게 뇌졸중이다. 뇌졸중 예방은 심근경색을 막는 방법과 같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뇌졸중 증세가 보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 3시간 이내에 막힌 혈관을 뚫어야 한다. 검사와 치료 시간이 필요하므로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병원으로 가야 한다. 의사들이 강조하는 뇌졸중 증상은 다음과 같다.

• 반신마비(편마비): 뇌의 특정 부분이 손상되면 주로 반신마비가 발생한다. 손가락이나 얼굴에만 마비가 오기도 한다.

• 반신 감각 장애: 반신 마비와 동반하는 경우가 흔하다. 마비는 없고 감각 장애만 발생하기도 한다.

• 구음장애(발음장애): 일반적으로 팔다리 마비와 함께 발음이 어둔해진다.

• 안면(얼굴)마비: 얼굴의 한쪽 근육이 약해지면 약해진 쪽으로 입이 돌아간다.

• 실어증: 주로 왼쪽 뇌에 있는 언어중추가 손상되면 실어증이 생긴다. 정신이 멀쩡하고 발음에는 지장이 없는데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실어증도 발생할 수 있어 조현병 환자와 혼동을 일으킨다.

• 시야 장애와 복시: 시야가 잘 보이지 않거나 사물이 두 개로 겹쳐 보인다.

• 운동실조: 마비는 없는데도 손발이 마음대로 조절되지 않는다. 심하면 술 취한 사람처럼 비틀거리며 걷는다.

• 어지럼증: 대부분 복시나 운동실조와 함께 생긴다.

• 의식장애: 자극을 줘도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런 증상이 발생한 환자는 즉시 119에 전화해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119가 도착하기 전에 몇 가지 조치가 필요하다. 환자를 편안한 곳에 눕히고 호흡과 혈액순환이 잘되도록 허리띠나 넥타이 등을 풀어준다. 폐렴이 생기지 않도록 입에 있는 이물질을 제거한다. 환자가 구토하면 고개를 옆으로 돌려 이물질이 기도로 넘어가지 않도록 한다. 이후 가능한 한 빨리 병원으로 후송해야 한다. 권순억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최근 10여 년간 이뤄진 연구에 의하면 증상 발생 후 가능한 한 빨리 정맥에 혈전용해제를 투여하면 환자의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밝혀져 현재의 표준 치료가 됐다”고 설명했다.

Tip 뇌졸중을 예방하는 생활습관

• 음식을 싱겁게 먹는다.

• 지나친 채식 위주의 식생활은 오히려 뇌졸중 위험성을

높이므로 골고루 영양을 갖춘 식습관을 기른다.

• 규칙적으로 운동한다.

• 스트레스와 과로는 피한다.

• 금연과 금주한다.

• 정기적으로 병원을 방문한다.

질병관리본부는 10월15일부터 어린이와 어르신, 임신부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본격 실시했다. 사진은 한 병원의 예방 접종 모습 ⓒ 연합뉴스
질병관리본부는 10월15일부터 어린이와 어르신, 임신부를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본격 실시했다. 사진은 한 병원의 예방 접종 모습 ⓒ 연합뉴스

독감·폐렴 예방은 백신이 최선

일교차 클 땐 호흡기질환이 늘어난다. 특히 독감과 폐렴을 조심할 필요가 있다. 계절성 독감은 ‘심한 감기’가 아니라 인플루엔자(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다. 일교차가 크고 날이 추워지면 독감 바이러스가 공기 중에서 더 오래 살아남는다. 게다가 건조한 날씨로 호흡기 점막이 약해진 상태이므로 바이러스에 쉽게 감염된다. 이은주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노인은 질병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매년 11~3월 유행하는 독감에 치명적일 수 있다. 매년 독감 예방접종을 하는 것을 권장한다”고 말했다.

독감 바이러스는 변종이 무수히 많아 백신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다. 따라서 평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하는 게 독감 예방의 기본이다. 손 씻기, 충분한 수면, 다양한 영양 섭취도 독감과 같은 호흡기질환 예방법이다. 손은 비누를 이용해 최소 30초 이상 구석구석 씻어야 한다. 흡연은 폐의 방어능력을 떨어뜨리므로 피해야 한다. 겨울철은 난방 등으로 실내 공기가 건조하기 쉽다. 건조한 공기도 호흡기질환을 초래한다. 가습기나 빨래 등으로 실내 습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환절기에 이유 없이 기침이 심해지면 60도 정도의 뜨거운 물에 적신 수건을 코와 입에 대고 김을 쐬는 ‘온습포 요법’이 도움이 된다. 목 점막이 마르지 않도록 물을 자주 마신다. 그러나 목이 간지럽다는 이유로 일부러 기침을 세게 하거나 ‘큼큼’하는 소리를 내 목을 가다듬는 행동은 목 점막을 자극하므로 좋지 않다. 강희철 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습도가 20~30%밖에 안 되는 공기가 코로 들어가면 점막을 통과하면서 어느 정도 축축해진다. 그러나 입을 통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특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은 숨 쉬기 힘들 때 입으로 숨을 쉬는데 입으로 건조한 공기가 들어가면서 호흡기를 손상시킨다. 그러면 감기나 기타 질병에 걸리기 쉬운 상태가 된다. 마스크를 착용하면 호흡기 계통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고열과 가래 일주일 이상 계속되면 폐렴 의심

일반적인 감기 증상처럼 보여도 38도 이상의 고열이 있고 기침과 누런 가래가 일주일 이상 지속되면 폐렴을 의심하고 병원을 찾아야 한다. 폐렴은 바이러스, 세균, 곰팡이 등이 폐로 들어가 염증을 일으키는 염증성 호흡기질환이다. 최천웅 강동경희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노인의 경우 이런 전형적인 증상이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유 없이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지거나 자꾸 졸리면 폐렴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폐렴 증상은 대개 48~72시간 이내에 좋아지고 항생제·항바이러스제로 치료하면 1~2주 만에 회복된다. 그러나 면역력이 낮은 어린이, 고령자, 당뇨병·천식·결핵 등 기저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폐렴이 쉽게 낫지 않을 뿐만 아니라 또 다른 합병증(패혈증, 호흡곤란, 폐농양 등)이 생기고 생명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가장 효과적인 폐렴 예방법은 백신 접종이다. 만 65세 이상은 무료로 예방주사를 맞을 수 있고 한 번 접종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폐렴 예방을 위한 특별한 식이요법은 없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공기가 건조하지 않도록 가습기를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평소 면역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충분한 수면, 다양한 영양 섭취, 규칙적인 운동도 필요하다. 조수현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추우면 실내에서 꼼짝도 안 하는 경우가 많은데 혹한만 아니라면 운동과 외출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며 스포츠나 놀이도 즐기는 게 좋다. 이러한 효과는 우울증도 개선해 주면서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 해 우리 신체의 면역력을 강화한다”고 말했다.

Tip 쉽게 실천할 수 있는 호흡기질환 예방법

• 될 수 있으면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을 피한다.

• 야외활동 후에는 반드시 손을 30초 이상 씻는다.

• 귀가할 때는 밖에서 겉옷 먼지를 털고 실내로 들어간다.

• 양치 등으로 구강 청결에 신경 쓴다.

• 체온조절 기능이 떨어지는 노인이나 소아는 목욕 후 빨리 물기를 닦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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