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인 줄 알았더니…이커머스는 ‘쪽박’?
  • 유재철 시사저널e 기자 (yjc@sisajournal-e.com)
  • 승인 2019.11.21 12:00
  • 호수 15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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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티몬·위메프 등 영업손실 심화…유동성 해결 못 하면 M&A 폭풍 불어닥칠 수도

‘온라인이 대세’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옮겨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내실은 없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매년 눈부신 성장을 거듭하고 있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누적 적자를 감당하기 힘든 상황에까지 이르렀기 때문이다. 유동성 위기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지만 극심한 출혈경쟁을 멈추지 않는 이상 딱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위기는 적자가 쉽게 해결되지 못하는 수익 구조 탓이 크다. 상품 가격 자체를 오프라인보다 저렴하게 선보인 것은 기본이다. 여기에 더해 각종 할인쿠폰 등도 남발하고 있다. 가격적인 측면만 놓고 볼 때 오프라인과 온라인의 경쟁은 온라인의 압승으로 사실상 끝났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쿠팡과 티몬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각각 65%, 40.1%를 기록했다.

하지만 수익성은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초저가 전략과 출혈경쟁 등으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데는 성공했지만 주머니에 남는 돈은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물건을 팔 때마다 손해를 보고 있다. 지난해 쿠팡과 티몬, 위메프 등 주요 이커머스 업체는 각각 1조970억원, 1279억원, 39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최근 쿠팡의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한국 진출을 노리는 아마존의 인수설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최근 쿠팡의 누적 적자가 커지면서 한국 진출을 노리는 아마존의 인수설이 나오고 있다. ⓒ 연합뉴스

매출 늘어났지만 수익성은 ‘글쎄’

일반적으로 기업은 상품을 판매하고 남은 이익으로 이자를 갚고 재투자하는 데 사용한다. 그러나 적자가 계속되면 번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에 이를 수 있다. 이커머스가 바로 이런 상황이다. 쉬운 지표로,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이자보상배율을 보면 쿠팡은 3년 연속 ‘1’을 기록했다. 이자보상배율은 이자를 갚고도 이익이 남는다는 뜻이기 때문에 숫자가 클수록 좋다.

만성 적자 기업의 경우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내서라도 현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지난해 쿠팡, 티몬, 위메프가 제출한 감사보고서의 전년 대비 부채 증감을 보면, 쿠팡은 1조3336억원에서 1조8345억원으로 37.6%나 증가했다. 티몬 역시 5195억원에서 5530억원, 위메프는 5366억원에서 5712억원 등으로 부채가 모두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영리기업은 상품을 팔아 이익을 남기는 데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적자가 계속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면 이자를 잘 갚는 것이 최대 과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부채가 많다 보니 재무 안정성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2017년까지 자본잠식 상태였던 쿠팡은 지난해 추가 자금 유입에도 부채비율이 591.4%를 기록했다. 티몬과 위메프는 자본총계가 마이너스 상태여서 비율조차 계산해 낼 수 없는 처지다.

문제는 유동성을 확보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쿠팡의 경우 누적 적자가 3조원에 달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수적이다. 이커머스 업계의 뜨거운 감자인 쿠팡은 자사에 27억 달러를 투자한 비전펀드의 최근 투자 실적이 좋지 못해 추가 투자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실제 소프트뱅크가 올 3분기 비전펀드 사업에서만 5726억 엔(약 6조642억원)의 손실을 내면서 쿠팡의 유동성 위기가 지속적으로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추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최근 10만원짜리 문화상품권을 최대 9% 할인 판매에 나섰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고질적인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무리한 이벤트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산 것이다. 티몬은 지난달 유동성 위기 해소를 위해 매출채권 유동화로 1200억원 규모의 외부자금 수혈에 나섰다. 자금 조달을 위해 대주주인 몬스터홀딩스가 보유한 티몬 지분도 담보로 내놓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이커머스 업계에 머지않아 M&A(인수합병) 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쇼핑의 중심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넘어왔고 어느 정도 사업 인프라를 다진 이머커스 기업들을 노릴 기업들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의 현재 적자는 치명적이다. 향후 기업 가치가 하락하면 유통 대기업들이 이 이커머스 기업을 인수하려는 움직임은 오히려 활발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쿠팡 사업구조 아마존과 비슷

설에 그쳤지만 이커머스 기업들의 매각설은 업계 안팎에서 지속적으로 나돌고 있다. 티몬과 위메프 등 일부 업체들이 유통 대기업을 찾아 매각 의사를 전달했다는 얘기부터, 신세계가 이머커스 기업 M&A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이라는 설까지 무수히 많은 얘기들이 업계 안팎에서 떠돌고 있다.

쿠팡의 경우 아마존 인수설이 지속적으로 대두되고 있다. 실제 쿠팡의 사업구조는 아마존과 매우 흡사하다. 아마존이 아직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빠른 시장침투를 위해 국내 업체 중 한 곳을 인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마존은 현재 아시아 시장에서는 성장성 면에서 더 매력적으로 평가받는 중국과 일본에 집중하고 있다. 설령 아마존이 인수 계획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누적 적자가 수조원에 달하는 쿠팡을 눈여겨볼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공존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출혈경쟁이 심하다. 아마존이 국내에 진출한다고 하더라도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쿠팡 인수설은 말 그대로 설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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