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예선 대회로 전락한 ‘프리미어12’의 위기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2 16: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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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주도하는 WBC 대회에 비해 열세 뚜렷…메이저리그 스타들도 없어

지난 2015년 초대 대회 우승 이후 4년 만에 다시 벌어진 제2회 프리미어12에서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은 일본 대표팀에 3대5로 역전패를 당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1회 대회와 이번 대회의 가장 큰 차이는 이 대회가 내년에 벌어지는 도쿄올림픽 야구 종목 예선을 겸했다는 점이다. 주최국 일본을 제외하고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서 한 나라밖에 출전 티켓이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대한민국으로선 대만과 호주보다 앞선 성적을 내야 했다.

다행히 우리는 대만·호주를 제치고 결승에 진출하면서 내년 올림픽 출전을 확정 지었다. 멕시코 또한 3·4위전에서 미국을 이기고 아메리카 대륙에 주어진 한 장의 티켓을 따냈다. 한마디로 이번 프리미어12 대회는 올림픽 예선으로 전락한 대회였다. 아니, 제3회 프리미어12 대회 자체의 미래가 불투명함을 확인시켜주는 대회였다.

이미 야구 종목의 월드컵에 해당하는 세계적인 대회는 2006년부터 시작된 WBC(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대회가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WBC 대회는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한다. WBSC(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가 이에 맞서는 대회를 만들자는 것이 2015년 프리미어12 대회 탄생의 주된 목적이었다. WBSC가 발표한 세계랭킹 1위부터 12위까지 참여하는 대회의 성격이었다. 또한 2008년 베이징올림픽을 마지막으로 올림픽 정식종목에서 사라진 야구를 다시 올림픽에 포함시키기 위한 협회 차원의 흥행 수단이기도 했다.

11월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17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2019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결승에서 준우승을 차지한 한국 대표팀 선수들이 인사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도쿄돔 관중석 3분의 1도 못 채운 경기가 대부분

하지만 올림픽 예선을 겸한 이번 대회의 흥행은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다. 슈퍼 라운드(1차 라운드를 통과한 6개국의 최종 라운드) 주최국인 일본팀 경기를 제외하고는 도쿄돔 관중석의 절반은 물론 3분의 1도 채우지 못한 경기가 대다수였다.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슈퍼스타들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점이 꼽힌다. 이 점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주관하는 WBC 대회와 가장 큰 차이점이다.

두 대회의 메이저리그 선수들 참여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것은 태생적으로 어쩔 수 없겠지만, 시기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프리미어12가 벌어지는 11월은 긴 시즌을 끝낸 선수들이 마무리 훈련, 개인훈련 혹은 휴식을 취하는 시기다.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한 팀의 선수들은 10월부터 휴식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대회 출전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경기에 뛸 수 있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는 최소 3주 정도는 준비 기간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실제로 휴식을 취하는 기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그러다 보니 선수들이 이 대회에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적인 휴식을 포기해야 하는 것이 큰 부담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WBC는 대회 기간이 2월이어서 메이저리그의 전지훈련, 즉 스프링 트레이닝 기간과 겹치게 된다. 다가오는 개막일에 맞춰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시기적으로 조금 더 빨리 몸을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긴 하지만 어차피 본인들의 훈련 루틴과 맞물리기 때문에 11월 대회에 비하면 훨씬 더 좋은 컨디션에서 출전할 수 있는 셈이다.

일본은 세계야구연맹에서 가장 큰 입김을 행사하는 국가다. 그렇기에 1회 대회에 이어 2회 대회도 자국에서 개최했다. 때맞춰 내년 올림픽도 개최하는 입장이니 명분이 뚜렷했던 것이다. 이번 대회 8개의 스폰서 중 스위스 시계업체 하나를 제외한 7개 스폰서 모두가 일본 기업들이었다. 그러나 올림픽에서의 야구 종목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그나마 내년 올림픽도 그동안 야구가 정식종목에서 빠졌다 다시 포함되는 상태였기 때문에 본선 진출국이 단 6개국으로 제한됐다. 16개국이 참가하는 축구에 비하면 차이가 뚜렷하다.

 

올림픽에 야구가 계속 포함될지도 미지수

문제는 내년 이후, 2024년 올림픽에도 야구가 계속 포함될지가 미지수라는 점이다. 다시 제외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게 중론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올림픽 개최지가 프랑스이기 때문이다. 야구는 북중미와 동아시아 등에서 강세를 보이는 종목이다. 유럽 등 다른 대륙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하다. 개최국 프랑스가 야구를 정식종목으로 다시 지정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은 것으로 관측된다.

물론 그다음 대회인 2028년 올림픽은 야구 종주국 미국의 로스앤젤레스에서 개최되기 때문에 다시 포함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하계올림픽에 한창 시즌 중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출전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이런 이유들을 종합하면 프리미어12가 그나마 올림픽이라는 흥행 카드를 파트너 삼아 꾸준히 명맥을 유지하고 야구팬들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끌기에는 변수가 너무 많은 것이다.

세계야구연맹이 야심 차게 시작한 프리미어12가 메이저리그가 이끄는 WBC와 동등하게 맞서기 어려운 이유는 또 존재한다. 양측 모두가 원하는 야구의 세계화 작업에서 큰 차이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운영자금까지 대주며 호주와 이탈리아 등에서 야구 아카데미 및 작은 규모의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올해 영국 런던에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명문팀 뉴욕 양키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보내 정규 시즌 2경기를 개최하는 등 유럽 대륙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내년에도 시카고 컵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정규 시즌 2경기가 역시 런던에서 열릴 예정이다. 자금력이나 스타 파워 면에서 세계야구연맹은 메이저리그와 비교 자체가 불가인 상황이다.

결국 프리미어12 대회의 연속성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흥행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너무 비싼 티켓 가격도 흥행 부진에 한몫을 했다. 서울 고척돔에서 벌어진 1차 라운드에서 가장 싼 좌석이 6만원이었고, 가장 비싼 자리는 무려 17만원에 달했다. 언제까지 일본의 주도적 개최와 일본 기업의 스폰서 그리고 불확실한 올림픽 예선에만 의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WBC와 비교해 볼 때 프리미어12만의 특징과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재미 요소를 개발하지 못한다면 그 미래는 밝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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