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눈물] ‘기계적 중립’ 틀에 갇힌 영국
  • 방승민 영국 통신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5 10: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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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번째 무역 상대국인 중국 무시 어려워
5년 전 우산혁명 때 중국과의 극심한 갈등 홍역도

영국은 1842년부터 1997년까지 150여 년간 홍콩을 식민통치했다. 홍콩 반환을 앞둔 1984년, 영국과 중국은 ‘홍콩 반환 협정(Sino-British Joint Declaration)’을 맺고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지만, 반환 시점부터 50년간(2047년까지) ‘높은 수준의 자치’를 보장하기로 합의했다. 즉 지금 홍콩 사태에서 자주 등장하는 ‘한 국가, 두 체제(一國兩制)’의 존립을 보장받은 셈이다. 또한 영국은 1997년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며, 1997년 이전에 태어난 홍콩 영토 주거민들에게 영국 해외여권을 발부했다. 영국은 이를 근거로 들며 한동안 17만 명에 달하는 홍콩 내 영국 국적 혹은 영국 해외여권 소지자들에 대한 인권 보호 촉구가 정당하다는 입장을 내세워왔다.

지난 9월말, 영국의 외무부 장관 도미닉 랍은 중국 정부와 홍콩 정부의 과도한 시위 진압에 대해 직접적으로 비판하기도 했다. 아직 홍콩이 영·중 협정의 영향력에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며, 이 같은 우려 표출에 대한 당위성을 강조한 것이다. 10월31일엔 홍콩에 대한 영국 정부의 보고서가 발표됐다. 홍콩 반환 이후 영국은 반기별로 홍콩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보고서엔 폭력성을 띠고 경찰을 공격한 시위대에 대한 비판, 시위대의 행동과 ‘비례하지 않는’ 경찰의 진압, 그리고 중국이 ‘한 국가, 두 체제’에 위배하는 입장을 발표하는 데 대한 영국 정부의 깊은 유감 등이 담겼다. 

1997년 7월1일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될 당시 주권반환식 행사 ⓒ 연합뉴스
1997년 7월1일 홍콩이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될 당시 주권반환식 행사 ⓒ 연합뉴스

2014년 시위대 편에 섰다가 곤욕

홍콩 정부의 강경 진압에 대한 영국의 비판은 과연 시위가 멈출 때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선 영국 내에서도 회의적인 입장이 많다. 실제 시간이 흐르면서 홍콩 정부에 대한 강한 경고의 목소리는 서서히 약화하는 분위기다. 중국의 거세지는 압박을 계속 무시하기엔 여러모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 중국은 영국에 대해 “표면적으로는 시위대와 중국에 대해 공평한 발언을 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질적으로는 홍콩 시위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셈”이라고 비난했다. 홍콩 독립을 적극 지지한 영국의 특정 정치인들을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했다.

경제적으로 중국은 영국의 5번째 무역 상대국으로 영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는 국가 중 하나다. 또한 영국은 2014년 홍콩 우산혁명 당시, 시위대 편을 들었다가 중국과 극심한 갈등을 빚은 기억도 갖고 있다. 이 같은 중국과의 외교적·경제적 관계를 고려해 볼 때 영국이 언제까지 한쪽 편만 들 수도 없는 노릇이다.

최근 영국 정부에서 나오는 메시지는 대개 홍콩 시위대와 경찰 모두를 겨냥해 폭력성을 띤 시위를 비판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 애써 기계적 중립을 지킴으로써 ‘내정 간섭’ 등의 비판을 피하려는 자세로 변화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을 향한 중국의 반응은 되레 격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중국은 최근 성명을 통해 “홍콩 시위대가 ‘흑색 테러’ 단계를 넘을 경우 ‘한 국가, 두 체제’ 또한 막을 내리게 될 것”이라고 강하게 경고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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