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어지는 ‘조국 수사’…더 예리해지는 칼날
  • 김현 뉴스1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2 13: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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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조절 들어간 검찰
일각에선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제기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조 전 장관 앞에서 잠시 속도조절에 들어간 분위기다. 조 전 장관은 지난 11월14일 1차 소환조사에 이어 일주일 만인 21일 2차 소환조사를 받는 등 예상보다 일정이 늦어지면서 앞으로 재판까지 염두에 둔 검찰과 조 전 장관 측의 신경전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조 전 장관이 진술거부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자녀들의 입시부정 의혹과 사모펀드 및 웅동학원 관련 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확인 작업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이번 수사와 별개로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되고 있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수사가 변수가 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제기된다.  

ⓒ 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 시사저널 이종현·최준필

조 전 장관, 아직은 불구속 기소에 무게중심

조 전 장관은 11월21일 오전 9시30분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검사 고형곤)에 나와 2차 소환조사를 받았다. 검찰은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동생인 조권씨의 혐의와 관련한 것은 물론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자료에 대한 조 전 장관의 입장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장관은 1차 소환조사에 이어 2차 소환조사에서도 대부분 진술거부권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안팎에선 2차 소환조사까지 마친 만큼 검찰이 조만간 증거자료와 조 전 장관의 진술을 토대로 신병처리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조 전 장관이 증거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크지 않은 만큼 불구속 기소에 무게가 실리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대체적이다. 하지만 그동안 검찰이 대대적인 수사를 진행해 왔던 만큼 구속영장 청구를 하지 않는다면 비난 여론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구속영장 청구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현재 조 전 장관을 둘러싼 의혹은 여러 가지다. 검찰은 지난 11월11일 자녀 입시비리, 사모펀드 비리, 증거조작 등 3갈래 의혹에 14개 혐의를 적용해 부인인 정 교수를 구속기소했다. 정 교수의 공소장에 조 전 장관이 명시적으로 공범이라고 기재돼 있진 않지만, 조 전 장관의 이름이 11차례나 등장했다. 검찰은 정 교수 혐의와 관련해 조 전 장관의 지위나 인맥이 수단으로 활용됐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아무개씨로부터 WFM의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아 7억1300만원 상당의 주식을 장내·외에서 매수했는데, 당시 조 전 장관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근무하고 있었던 만큼 정 교수가 주식거래로 얻은 수익 2억8000여만원을 뇌물로 볼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조 전 장관 딸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받은 특혜성 장학금 1200만원 역시 민정수석으로 재직한 조 전 장관에 대한 뇌물일 수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딸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재학 중 2차례 낙제를 하고도 노환중 부산의료원장으로부터 장학금을 받은 배경이 석연치 않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노 원장이 2019년 부산의료원장으로 임명된 경위와 조씨의 장학금 수령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조 전 장관 측은 “(해당 장학금은) 부산의대 발전재단을 통해 공식적으로 지급되고 일체의 대가성이 확인되지 않는 장학금”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정 교수가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을 매수하는 데 조 전 장관이 관여했는지 여부도 조사 대상이다. 정 교수가 지난해 1월 WFM 주식을 장외매수한 당일 조 전 장관 계좌에서 5000만원이 이체된 정황이 검찰에 포착된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정 교수가 지난 2017년 5월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 및 백지신탁 의무를 회피하고자 단골 미용사와 SNS 친구, 동생 등 3명의 차명계좌 6개로 주식매매와 선물·ETF 거래 등 금융거래를 한 부분에 대해 공직자윤리법 위반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또한 조 전 장관이 딸과 아들의 서울대 법대 공익인권법센터 허위 인턴증명 발급에 관여했는지도 수사 대상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지난 11월5일 조 전 장관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유재수 감찰 무마 의혹, 새로운 변수로

이와 함께 검찰은 11월18일 구속기소된 동생 조권씨의 웅동학원 허위소송·채용비리 혐의와 관련해서도 조 전 장관의 입장을 확인했을 것으로 보인다. 조씨는 허위소송의 경우 부친인 고(故) 조변현씨와 모친 박정숙 웅동학원 이사장만 알았고, 채용비리에 있어선 다른 가족들이 관여한 게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지난 2006년 첫 소송 당시 웅동학원 이사였던 조 전 장관이 법률 대응이나 채용시험 문제 출제에 관여한 정황 등이 불거진 만큼 조 전 장관이 조씨 범행을 도왔거나 알고도 묵인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서울동부지검에서 진행하고 있는 유재수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 무마 의혹 수사가 조 전 장관 관련 수사에 변수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는 조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당시 유 전 부시장에 대한 감찰을 무마했다는 의혹에 대해 수사 중이다. 당시 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전 검찰수사관이 지난 2월 고발한 사건이다. 유 전 부시장은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을 지내면서 업체 관계자들로부터 차량 등의 편의를 받거나 자녀 유학비 또는 항공권을 받은 의혹이 있다는 내용의 첩보가 접수돼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반이 감찰에 나섰지만, 별다른 징계 조치를 받지 않은 채 더불어민주당 전문위원을 거쳐 부산시 부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검찰은 10월30일과 11월4일 그리고 19일 등 3차례에 걸쳐 유 전 부시장의 서울 도곡동 자택과 부산 사무실, 관사 등에 수사관을 보내 관련 자료를 확보했고, 대보건설 사무실 등 관련 업체들과 금융위원회도 압수수색했다. 서울동부지검은 조 전 장관이 2차 소환조사를 받은 같은 날 유 전 부시장을 소환해 조사를 진행했다. 만약 검찰 수사를 통해 유 전 부시장의 비위가 사실로 드러나면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가 문제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동부지검과 따로 소통하는 건 없다”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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