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적수, 벤츠와 BMW가 손잡은 이유 
  • 김종일 기자 (ide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7 10:00
  • 호수 15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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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서비스, 130년 車 역사 뒤흔들어

‘C.A.S.E.’ ‘Connected(커넥티트카)’ ‘Autonomous(자율주행차)’ ‘Sharing(모빌리티 셰어링)’ ‘Electrical(전동화)’의 약자다. 13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열쇳말이다. 연결성과 이동성 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자율주행과 모빌리티 서비스 시대를 재촉하고 있고, 전기차의 확산과 수소연료전지차 상용화는 포스트 내연기관 시대를 이끌고 있다.

변화의 시대다. 미래차 시장을 놓고 ‘전기차-자율주행차-5G-차량 공유’가 맞물리며 디지털 플랫폼을 장악하려는 글로벌 차원의 경쟁이 국가와 업종, 기업 간 경계를 넘나들며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쥐고 있던 헤게모니는 저무는 중이다. 컨설팅사 맥킨지는 “자동차 산업이 기술혁신에 따른 제2의 변곡점에 서 있으며 2030년 글로벌 매출이 지금보다 38%나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기업 FCA(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과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그룹 간 합병 합의가 발표됐다. 이렇게 세계 4위 자동차그룹이 탄생한다. ⓒ연합뉴스
최근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기업 FCA(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과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그룹 간 합병 합의가 발표됐다. 이렇게 세계 4위 자동차그룹이 탄생한다. ⓒ연합뉴스

정리해고와 해외 공장 폐쇄 등 구조조정으로 버티고 있는 글로벌 완성차 기업들이 미래차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선택한 핵심 전략은 ‘전략적 제휴’다. 도저히 같이할 수 없을 것 같던 어제의 적까지도 오늘의 동지로 맞이하고 있다.

숙명의 라이벌 벤츠와 BMW의 전략적 제휴가 대표 사례다. 메르세데스-벤츠의 모기업인 다임러그룹과 BMW그룹은 올해 초 자율주행·운전자보조시스템·자동주차 기술 개발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맺고 미래 모빌리티서비스 업체에 10억 유로(약 1조3000억원)를 공동투자한다고 발표했다. 두 회사는 2025년 이후 내놓을 차세대 콤팩트카(소형차)의 공용 플랫폼에 대한 공동연구도 진행 중이다. 상호 협력을 통해 미래 중복투자 부담을 줄이고 공동 플랫폼을 양산해 생산라인 효율화 등으로 비용도 절감하겠다는 복안이다.

폭스바겐그룹과 포드도 포괄적 제휴에 돌입했다. 세계 자동차 시장을 이끌고 있는 쌍두마차가 변화라는 위기이자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해 서로 손을 잡은 것이다. 두 회사는 이 포괄적 제휴를 통해 미래차의 핵심가치로 여겨지는 전동화와 모빌리티 서비스 부문에서 글로벌 업계 표준을 선점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또 다른 전략은 ‘연합군 조직’이다. 세계 2위 자동차그룹이 바로 르노·닛산 얼라이언스(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연합), 즉 연합군이다. 이에 질세라 최근 이탈리아와 미국의 합작기업 FCA(피아트크라이슬러)그룹과 프랑스 PSA(푸조시트로엥)그룹 간 합병 합의가 발표됐다. 이렇게 세계 4위 자동차그룹이 탄생한다.

일본의 도요타도 지난해 소프트뱅크와 공동출자해 모빌리티 서비스 모네트를 설립한 이후 스타트업과 에너지 기업에 대한 투자를 활발히 이어가고 있다. 미국의 우버와 동남아의 리프트 등 글로벌 공유 서비스 시장에도 집중하고 있다. 올 초에는 파나소닉과 함께 배터리 설계 및 제조에 나서기도 했다.

현대차도 달리기 시작했다. 현대차는 미국에 모빌리티 서비스 법인을 설립하고, LA에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시작한다. 현대차가 국내외를 통틀어 직접 법인을 설립해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현대차는 택시업계·중소기업의 반발 등을 우려해 제대로 된 모빌리티 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동남아 그랩, 인도 올라 등에 지분 투자하는 방식으로 간접 사업을 해 온 터여서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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