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앞 닥친 지소미아 운명…“일본 책임” “한미동맹 절벽” 공방
  • 김재태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2 15:2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주·정의당 “종료 불가피” vs 한국·바른미래당 “안보 우려”

코앞으로 다가온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지소미아(GSOMIA)의 종료 여부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종료 초읽기에 들어간 11월22일에도 여야 간에 거친 공방이 오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일본의 태도 변화가 없는 한 지소미아 종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지소미아 종료를 '안보 파국'으로 규정하며 비판했다. 

민주당은 11월23일 0시를 기해 지소미아가 종료될 경우 일본에 그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재확인하는 동시에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을 차단하는 데 주력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11월22일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지소미아 종료의) 모든 원인과 책임은 일본에 있다"며 "그동안 우리 정부는 다양한 채널을 통해 외교적 노력을 지속했지만, 일본 정부는 요지부동이어서 안타깝고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소미아는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하긴 하나 필수불가결한 것은 아니다"라며 "지소미아가 한미동맹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처럼 과장해서 주장하고 보도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강조했다. 

홍영표 의원은 MBC 라디오 방송에 나와 한국당을 향해 "어떻게 일본의 입장에서 얘기할 수 있나"라며 "정부에 힘을 모아주는 초당적 협력을 통해 일본의 태도 변화를 가져와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가 사흘째 단식을 이어가는 등 지소미아 종료 결정 철회를 끌어내는 데 온 힘을 쏟고 있다. 지소미아 종료는 한일 관계는 물론 한미 관계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날 오전 국회에서 청와대 앞 분수대 광장으로 이동해 단식 농성을 이어간 황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 글을 통해 "죽기를 각오하고 있다"며 "정부와 범여권이 밀어붙이는 폭거에 항거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단식이라는 현실이 서글프지만, 냉엄한 현실"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미동맹은 절벽 끝에 서 있다"고 덧붙였다.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이날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지소미아 종료가 한미동맹에 영향을 미쳐 우리 안보를 어렵게 하는 '안보 파국'을 가져오고 연쇄적인 '경제 파국'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당 윤상현 의원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내며 동조했다. 윤 의원은 안보는 일단 저질러보고 아니면 말고 하는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며 대통령이 종료 결정을 철회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안전, 동맹의 안전, 동북아시아의 안전에 반드시 필요한 협정인 만큼 종료되면 안 된다. 꼭 유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당은 11월23일 0시를 기해 지소미아 종료가 현실화할 경우 곧바로 긴급간담회를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또한 미국을 방문 중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귀국하는 23일 오전에 비상 의원총회도 개최할 방침이다. 

바른미래당도 정부를 비판하는 데 한국당과 보조를 맞췄다. 손학규 대표는 정부의 입장을 약화시킬 염려가 있어 조심스럽다면서도 지소미아는 동북아 안보 핵심이라며 우려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지소미아 문제는 단순히 한일 양국 간의 문제가 아니다. 한·미·일 동맹의 문제이며 동북아 안보 평화에 핵심적인 사안이다. 힘의 균형 깨지면 한반도는 또다시 세계 열강의 각축장이 될 염려가 크다”고 말했다. 

반면 정의당 유상진 대변인은 “오만방자한 일본을 위한 지소미아는 마땅히 폐기되어야 한다”며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줬다. 

민주당과 한국당은 황 대표의 단식을 놓고도 날선 공방을 벌였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황 대표를 향해 "이렇게 정치를 극단적으로 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정치에 대한 불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면서 "단식을 중단하고, 정치협상회의에 참여해 진지하게 선거법과 검찰개혁법 개정 등의 협상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같은 당 설훈 최고위원은 지소미아 종료 원인은 일본이 제공했는데 일본을 위해 단식을 하는 것이냐고 꼬집으며 단식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박주민 최고위원도 "황 대표 머릿속에는 오직 문재인 대통령과 그에 맞서는 자신만 있고, 한국당을 포함한 국회 구성원은 없는지 의문"이라고 황 대표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한국당 정용기 정책위의장은 "제1야당 대표의 단식투쟁을 어떻게든 진흙탕으로 끌어내리는 데 혈안이 돼 있다"며 민주당을 향해 "집권 여당 자격이 없는, 품격 없는 정당"이라고 맹비난했다. 황 대표가 단식을 이어가면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 처리를 위한 여야 협상도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여야 간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협상 테이블에 돌아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해 '법 절차에 따른' 강행 처리 검토 가능성을 내비치는 동시에 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과의 공조 복원을 위한 물밑접촉을 강화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선거제 개혁안을 담은 선거법 개정안과 검찰 개혁의 핵심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의 '분리 처리' 방안을 일부 야당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한국당은 공수처 설치 법안 및 선거법 개정안 총력 저지 입장을 재확인했다. 황교안 대표는 "(개혁법안이) 통과되면 자유민주주의는 어떻게 되느냐"며 "사생결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야의 첨예한 대립 속에 민주당 이인영·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와 함께 지난 11월20일부터 미국을 방문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일정을 앞당겨 귀국하기로 하면서 협상 전망은 더욱 어두워지고 있다. 

여야 실무협상에서 한국당을 뺀 합의안을 마련하자는 움직임 등이 구체화하고 있어 민주당과 한국당이 정면충돌할 가능성은 커졌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