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리더십] “야당 대표 단식, 국민 공감할 만한 것이어야”
  • 송창섭 기자 (realsong@sisajournal.com)
  • 승인 2019.11.29 11:00
  • 호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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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황 대표, 당 운영 기본계획조차 없어 보여”

선거 때만 되면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의 몸값은 올라간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그가 제도권 정치 생활을 오래 해서가 아니다. 정치인은 2000년 16대 총선(비례대표) 때만 경험해 봤다. 장관 생활도 1997년 8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8개월이 고작이다. 동아일보‧경향신문에서 정치부 기자로 직장 생활을 시작한 윤 전 장관은 네 명의 대통령(박정희·전두환·노태우·김영삼) 밑에서 공보·정무 업무를 담당했다. 공교롭게도 이게 그의 인생에 큰 자산이 됐다.

YS(김영삼 전 대통령) 밑에서 청와대 공보수석과 대변인으로 있던 그를 눈여겨본 이가 바로 이회창 전 한나라당(자유한국당 전신) 총재였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이 총재 주도로 치른 16대 총선을 앞두고 보수야당 앞엔 소위 ‘3풍(총풍·세풍·안풍) 사건’ 등 메가톤급 악재가 놓여 있었다. 도덕성에 흠집이 난 보수야당에 비난의 소리가 빗발쳤다. 그때 이 총재는 ‘3김 정치 청산’이라는 명분하에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 쟁쟁한 거물급 정치인을 공천에서 탈락시켰다. 이른바 공천 대학살로 불린 이 일을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윤 전 장관(당시 총선기획단장)이다. 파열음은 생각보다 컸지만 개혁공천에 대한 국민적 기대감은 높았다. 그 결과 한나라당은 16대 총선에서 과반수(137석)에서 4석 모자라는 133석으로 제1당을 차지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했던가. 19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그때와 비슷하다.

ⓒ 시사저널 박은숙
ⓒ 시사저널 박은숙

"한국당은 심한 중병에 걸린 정당"

인터뷰가 있었던 11월26일 정가에는 윤 전 장관의 한국당 공천심사위원장 내정설이 돌았다. 인터뷰 동안 윤 전 장관 휴대전화로 이를 확인하려는 언론사 기자들의 전화가 빗발쳤다. 그때마다 윤 전 장관은 음성녹음인 것처럼 똑같은 대답을 반복했다.

“조금 전에 다른 기자에게도 말한 내용인데요. 녹음기 틀어놓듯 똑같이 말할 게요. 자유한국당이 과거부터 개혁위니 혁신위 등이 거론될 때마다 제 이름이 나왔어요. 지금도 상황이 그렇잖아요. 그래서 그럴 겁니다. 자유한국당이 왜 저에게 그렇게 좋은 자리를 주겠어요. 지금 저 당(한국당)이 심각한 중병에 들었는데, 수술 잘할 의사가 있을지 모르겠어요. 하여간 저는 아닙니다. 제의조차 받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한다 안 한다를 말하는 건 예의가 아닌 듯합니다. 지금 인터뷰 중이어서 전화를 그만 끊겠습니다.”

요즘 윤 전 장관은 3040세대와 함께 인터뷰 전문 매거진 아이브(IVE)를 준비하고 있다. 첫 책의 주제는 ‘주류 속의 비주류’다. 여기서 말하는 ‘주류 속의 비주류’는 윤 전 장관 삶의 좌표다. 그랬기에 그가 보수정당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개혁공천을 성공시켰는지 모른다.

스스로 비주류의 삶을 살아왔다고 생각하는가.

“안에서 끊임없이 다른 이야기를 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힘든 역할이다. 배척당하기 쉽지. 그러나 주류를 건강하게 하는 역할을 하는 게 비주류다. 이 친구들(IVE(아이브)코퍼레이션 공동 창업자들)과 함께 찾은 이들이 주진형(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이병한(원광대 교수), 란코프(국민대 교수), 성한용(한겨레 선임기자) 이렇게 4명이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가 걸어온 길을 보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와 비슷하다.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 총재가 ‘내가 정치권에 와 대선을 치렀는데 솔직히 동서남북조차 모르고 한 것 같다’고 하더라. 또다시 실패하고 싶지 않다며 나한테 전폭적으로 일을 맡겼다. 지금 황교완 대표도 그럴 거다. 정치를 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보면 모든 게 다 그럴싸하다. 어떨 때는 이 사람 말이 맞는 거 같고, 다른 때는 저 사람 말이 맞아 보인다. 그래서 갈지자 행보라는 말이 나온다. 지금이라도 황교안 대표는 당내에 훈련돼 있는 1~2명에게 모든 것을 맡겨야 한다.”

자칫 측근정치라는 비판이 따르지 않겠는가.

“측근이 권한을 갖고 뭔가 행사를 하면 그건 측근정치다. 나는 그런 적이 없었다.”

지금 황 대표도 측근 몇 명에 둘러싸여 있다는 비판을 받는다.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다. 문제는 측근이나 인의 장막을 치고 있는 사람들의 실력이다. 솔직히 언론보도만 놓고 보면 저 사람(황 대표)이 뭘 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도 궁금해 당에 남아 있는 지인 1~2명에 물으니 ‘자기들도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통합적인 보좌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 이회창 총재와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 같나.

“이 총재보다 어려울 것이다. 이 총재는 직전까지 대통령후보였다. 대법관에 국무총리를 지낸 분이니 위상이 다르다. 그리고 나름대로 이 총재는 카리스마가 있었다. 다만 법을 다룬 분들은 ‘사고가 직선적’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포용성이 약하기도 쉽다. 공감 능력도 부족하다.”

검사 출신이다 보니 황 대표 본인이 옳다는 생각이 지나치게 강하다는 지적이 있다.

“세상일이 옳고 그름으로 판단되는 건 아니다. 내가 옳다는 것처럼 위험한 게 없다. 법조계에서 일하신 분들은 합법이냐 불법이냐를 제일 중요시한다. 과거 이 총재도 그랬다. 합법적인 일인데 왜 국민이 시비를 거냐며 의아해했다.”

지금의 지도체제가 그때처럼 제왕적 총재가 대표를 맡는 때는 아니지 않나.

“당시는 고개를 들고 총재에게 바른 소리 하는 사람이 많았다. 반면, 지금 한국당엔 있나? 없다. 다들 눈치만 본다더라.”

많은 이들이 황 대표의 리더십 위기를 걱정한다.

“솔직히 황 대표의 생각이 뭔지 모르겠다. 왜 정치를 하려고 했는지. 더군다나 본인은 탄핵 정권에서 국무총리를 한 사람이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제1야당 대표로 출마했을 때는 본인 나름대로 어떤 가치를 갖고 있는지, 어떤 나라를 만들겠다는지 생각이 있었을 거 아닌가. 그걸 모르겠으니 뭐라 말할 게 없다.”

준비가 전혀 안 됐다는 뜻인가.

“대표 자리에 오른 지 반년이 지났지만, 뭘 내놓은 게 없지 않나. 솔직히 황 대표 말 중에 기억나는 게 있나. 문 대통령에게 한마디도 논리적 반박조차 못 하더라. 어젠다도 없고 메시지도 없고.”

애초부터 염려된 부분 아니었을까.

“내가 한번은 라디오에 나가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후안무치한 일이라고.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가장 정치적 책임을 질 사람이 무슨 염치로 당의 대표를 하느냐고 말이다.”

삭발을 하고 단식을 결심했다. 진정성이 느껴지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는다. 다만 야당 대표가 정치적 이슈를 놓고 단식을 할 때는 국민이 공감할 만한 것이어야 한다. 이슈를 갖고 단계적으로 압박을 해서 그게 안 되면 마지막에 단식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국민적 공감대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는데 바로 단식에 들어가니 국민들이 의아해하는 거다.”

박찬주 전 대장 영입을 놓고 혼선을 겪은 것도 리더십의 한계로 보인다.

“그게 결국 기본계획이 없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대표가 됐으면 총선·대선을 놓고 로드맵을 갖고 있어야 한다. 상황을 봐가며 기본계획은 조금씩 바꾸는 거다. 이 총재와 비교하면, 대법원은 합의제다. 소수의견도 있다. 그런데 검찰은 그게 있나. 황 대표는 살아오는 동안 민주주의 훈련을 전혀 받아본 적이 없었을 거다. 상명하복이지. 철저히 수직적인 구조에서 평생을 살아왔다. 정당은 수평적 구조다. 민주주의도 수평적 구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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