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로에서] 청와대 앞에는 왜 천막이 많을까
  • 소종섭 편집국장 (jongseop1@naver.com)
  • 승인 2019.12.02 09:00
  • 호수 15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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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 들어 청와대 앞에서는 예전에 볼 수 없었던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광화문에서 청와대로 가는 길목에 천막들이 여럿 있습니다. 각각 나름의 사연을 안고 주장을 펼치는 이들입니다. 보수단체도 장애인단체도 있고 성격도 제각각입니다. 자유로운 시위 문화라고 볼 수도 있지만 소음 등이 너무 심해 주민 불편을 초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른 측면에서 이런 현상을 보면 ‘청와대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현상입니다. 국회 앞도 있고 정부 부처 앞도 있는데 모두 청와대로 몰려가는 것은 청와대에 힘이 집중돼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면입니다.

ⓒ 시사저널 고성준
ⓒ 시사저널 고성준

올 1월 편집국장을 맡은 직후 만든 시사저널 1526호의 제목은 ‘만사청통(萬事靑通·모든 길은 청와대로 통한다)이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 시절 유행어였던 ‘萬事兄通’을 응용했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으로 이끈 ‘촛불정신’ 중 하나는 청와대로 집중된 권력을 분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대통령 1인에게 권력이 모이다 보니 ‘제왕적 대통령’이 됐다는 비판에서 나온 성찰이었습니다. 촛불 이후 문재인 정부가 등장했지만 권력 집중 현상은 변함이 없었기에 ‘만사청통’이라고 했습니다. 그때부터 1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물론 집중은 장점이 있습니다. 역량을 한곳으로 모을 수 있습니다. 위기 상황에서 빠르게 의사 결정을 하며 돌파할 수 있습니다. 속도가 승부를 가르는 스피드 사회에서 집중은 작은 조직이나 스타트업들이 크고 오래된 기업들을 무너뜨리는 필살기가 되기도 합니다. 이것저것 하느니 하나에 집중하는 것이 성과를 내기에도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집중되면 그 자체가 하나의 블랙홀이 되기도 합니다. 또 누구도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리려 하지 않습니다. 모두들 결정해 주겠지 하면서 집중된 곳만 바라봅니다. 이러다 보면 개인화되고 자고 나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변화무쌍한 사회에서 뒤처질 위험성도 있습니다. 잘못될 경우 당연히 온갖 원성과 비판은 권력이 집중된 쪽에 쏟아집니다.

청와대로의 권력 집중에 대한 비판은 문재인 정부에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문제였습니다. 이 문제는 이른바 ‘탕평 인사’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끼리끼리 친소 관계를 떠나, 내 편이 아니어도 좀 더 폭넓게 인재를 써야 한다는 주장과 맥락이 연결됩니다. 청와대의 힘을 빼고 내각에 힘을 더 실어주는 국정운영을 해야 한다는 것과 통합니다. 실용적인 국정운영, 성과 중심의 국정운영, 통합적인 국정운영을 해 주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임기 반환점을 넘어서면서 심상치 않은 흐름이 엿보입니다. 검찰에서 촉발된 움직임은 권력 핵심부를 겨냥하는 듯한 조짐마저 보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조국 사태에 이어 다시 한번 공정성이 훼손되는 사건이 벌어진다면 후폭풍이 상당할 것입니다. ‘유재수 사건’이 주목되는 이유입니다. ‘만사청통’을 이어가기가 어려운 상황이 올 수 있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는 이와 관련해 긴박하게 펼쳐지는 흐름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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