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 여수 해상케이블카 공익기부 거부 논란
  • 호남취재본부 박칠석 기자 (sisa613@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3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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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억 매출 케이블카 측 기부 약속 파기…수십억원 미납
운영사, 여수시의 수차례 ‘사회공헌 약속’ 이행 촉구에 ‘딴전’
“강압에 의한 약정”…되레 5년 전 개통 허가 내준 공무원 고소

전남 여수시 자산공원과 돌산을 잇는 여수해상케이블카는 이용자가 몰려들면서 한 해 200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당초 해상케이블카 운영사가 ‘매출액의 3%를 공익 기부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여수시가 사회공헌사업의 이행을 독촉하자 해상케이블카는 돌연 공익기부 대신 ‘100억원 장학재단 설립’을 제안하고 미납한 기부금을 내지 않고 있다. 되레 최근에는 여수시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했다며 고소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면서 시의회가 성토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더욱 커지고 있다. 이를 두고 지역사회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민간자본으로 추진한 관광사업이 흥행에 성공해도, 실패해도 결국 ‘애물단지’라는 곱지 않은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수해상케이블카 전경 ⓒ여수시
여수해상케이블카 전경 ⓒ여수시

“매출 3% 공익 기부하라” vs “100억 장학재단 설립하자”

여수 해상케이블카는 2014년 11월 오동도 입구 자산공원 주차장 시유지 사용을 조건으로 ‘매출액의 3% 공익기부’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공익기부 이행 약정을 체결했다. 2015년과 2016년에는 정상적으로 기탁했으나 2017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19억2400만원을 납부하지 않고 있다. 특히 해상케이블카는 2016년 5월 전남도에서 사업 준공을 받고 나서 약속을 이행하지 않다가 돌연 ‘매출액의 3% 공익기부’ 대신 ‘100억원 장학재단 설립’을 제안하며 공익기부를 미루고 있다.

법원은 2017년 2월 여수시가 해상케이블카를 상대로 3% 기부금 약정을 이행하라며 제기한 ‘제소 전 화해에 근거한 간접강제’ 신청에서 여수시에 승소 결정했다. 이에 시는 지난 10월 17일과 11월 4일, 11월 27일 등 세 차례에 걸쳐 공문을 발송하고 해상케이블카 측이 약속했던 사회공헌사업의 이행을 촉구했다. 특히 시는 지난 10월 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의 화해조서에 따라 미납 공익기부금을 여수시인재육성장학회로 입금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케이블카 운영사 측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법원의 결정에도 회사 규모로 볼 때 이미 적지 않은 공익 기부를 했다는 것이 해상케이블카 측의 입장이다. 운행 이후 자발적이거나 강제적 기부금으로 매출액 3%에 해당하는 15억원을 포함해 여수시에 돌산지역 기반공사 33억원, 오동도 공영주차장 타워 53억원 등 101억원을 기부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해상케이블카는 가칭 ‘케이블카 문화장학재단’으로 기부금 단체를 지정할 것 등을 요구하면서 소송전 불사도 예고했다. 최근에는 케이블카 개통 허가 당시 담당 공무원 A(7급)씨를 직권남용 혐의로 광주지검 순천지청에 고소했다. 고소장에는 여수시와 맺은 기부 약정이 강압에 의한 것이었으며 기부금을 받을 수 없는 지방자치단체가 기부금을 강제한 것은 불법이라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시의원들 ‘성토’ “부도덕 업체 행태 좌시 말라”

이에 여수시 의원들이 해상케이블카를 성토하고 나섰다. 강재헌 시의원은 2일 여수시의회 본회의 시정 질문에서 “케이블카 측은 매출액 3% 공익기부 이행 약정이 여수시의 승인 거부 압박으로 체결했다고 주장한다”며 “시의 입장을 밝히라”고 촉구했다.

해상 케이블카 측이 협약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을 고소한 것과 관련해 강 의원은 “7급 공무원이 무슨 직권을 남용하고 기부금을 강제할 수 있었겠냐”며 “옳고 그름은 진행 중인 사법 판단을 받아봐야지만 이것이 우리 시의 현주소이자 행정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고희권 의원은 “법원도 시가 해상케이블카를 상대로 제소한 내용을 받아들였다”며 “시는 부도덕한 업체의 행태를 좌시하지 말라”고 촉구했다.

이에 권오봉 시장은 “시는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기부금 징수 노력을 못 했다”며 “어떤 형태로든 약정한 것은 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시장은 “케이블카 측이 장학재단을 만들어 내겠다는 입장인데 우리 학생에게 도움이되고 지역에 기여하는 효과도 기대된다”며 “기부자의 자발적인 의사가 중요한 만큼 원만한 타협점을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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