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북단 백령도, 신공항으로 ‘하얀 깃털(白翎)’ 펼칠까
  • 김지나 도시문화칼럼니스트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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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나의 문화로 도시읽기]
2025년 백령도 공항 완공 예정…최전방 낙도(落島)에서 관광객 몰리는 낙원(樂園)으로

백령도는 인천에서 출발하는 여객선을 타고 4시간가량 가야 도착할 수 있는 우리나라 서해의 끝이자, 최북단 섬이다. 그마저도 날씨가 변덕을 부려 갑자기 배편이 취소되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첫 번째 백령도 입도 시도는 날씨 때문에 실패하고 말았다. 여객터미널에서 혹시나 운항이 재개되지 않을까 한참을 기다려봤지만 허사였다. 다행히 다음번 인천항을 찾았을 때 정상 운항의 행운을 누릴 수 있었는데, 여전히 다른 몇몇 배편은 취소되기도 했다. 그렇게 백령도는 가고 싶어도 마음대로 가지 못하는 섬이었다.

인천항과 백령도를 연결하는 여객선 ⓒ김지나
인천항과 백령도를 연결하는 여객선 ⓒ김지나

싸늘해진 남북관계로 백령도 평화는 다시 요원

백령도를 가는데 4시간이나 걸리는 이유는 북방한계선(NLL)을 따라 조금 돌아가야 하는 탓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곧 추억 속의 이야기가 될듯하다. 백령도에 조만간 공항이 생길 예정이기 때문이다. 비행기가 자칫 북방한계선을 넘어갈 수도 있기 때문에 국토부와 국방부가 대책을 논의해오고 있었는데, 그 협의가 마무리되면서 내년 1월 예비타당성 조사 신청을 앞두고 있다. 백령도 공항은 2025년까지 완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그렇게 되면 백령도까지 가는 시간이 1시간으로 줄어들어, 이 외로운 섬에도 새로운 활기가 돌지 않을까 기대가 됐다.

백령도를 비롯해 서해5도 주민들의 삶은 북한의 군사도발로 인한 불안과 열악한 생활환경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지난해 9월, 남북이 맺은 군사합의는 서해의 북방한계선 주변 지역을 ‘해상 적대행위 중단 구역’으로 설정했지만, 최근 북한의 행보는 이 지역 사람들의 삶이 조금은 평화로워질 것이란 기대를 무참히 무너지게 한다.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이 해안포 사격을 지시해 9.19 군사합의를 위반했다고 논란이 된 창린도는 심지어 백령도보다 남쪽에 있다. 게다가 정부가 연평도 포격 사건 직후 했던 정주 여건 개선의 약속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는 중이다.

백령도 진촌리에 위치한 심청각. '심청전' 속 인당수로 알려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김지나
백령도 진촌리에 위치한 심청각. '심청전' 속 인당수로 알려진 바다가 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다. ⓒ김지나

사실 백령도는 우리나라가 분단되지만 않았으면 결코 ‘외딴’ 곳이 아니다. 지도를 보면 북한의 황해도와 매우 가까이 있다. 풍광이 아름답고 섬의 면적도 꽤 넓어, 남북 간에 왕래가 조금 자유로워지면 아마 제주도만큼 관광지로 주목받을 것이란 상상을 해보게 했다. 우리가 무척이나 잘 아는 심청전의 배경이 된 곳이 바로 이 백령도 앞바다인데, 심청이 부녀가 바로 황해도 사람이다. 본래 심청전 원작에는 ‘황주 땅’이라고만 돼 있었지만, 일제강점기에 애국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조선국 황해도 황주 땅’이라고 개작했다고 한다. 심청이가 공양미 삼백석에 몸을 던진 ‘인당수’는 백령도와 황해도 장산곶 사이 어디쯤이다.

날이 맑아 장산곶이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곳에는 ‘심청각’이란 이름의 전망대가 만들어져 있었다. 하지만 ‘춘향전’의 배경으로서 축제, 테마파크 등 갖가지 관광 거리를 만들어내고 있는 전북 남원을 떠올려보면, 조금 더 과감한 마케팅 전략도 필요해 보였다. ‘심청전’이 한류드라마 같은 화려함은 없더라도, 남한과 북한이 공유할 수 있는 오랜 고전소설이란 점에서 요즘 심심찮게 이야기되는 ‘평화관광’의 소재로도 제격이다.

백령도 심청각에서 보이는 황해도 장산곶 ⓒ김지나
백령도 심청각에서 보이는 황해도 장산곶 ⓒ김지나

몰려들 관광객 대비해 자연유산 관리 과제도

단지 공항 건설로 백령도를 옭아매고 있는 북방한계선과 변덕스러운 남북관계의 굴레가 단숨에 극복되지는 않을 것이다. 지난 7월 백령도는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도 했지만, 그 유려하고 희귀한 해안 경관 유산들은 관리 소홀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공항이 건설되고 관광객이 몰려오면, 준비되지 않은 백령도 지역사회는 또 다른 문제와 맞서야 할지도 모른다.

북한과의 관계개선도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중요한 숙제겠으나, 평범한 일상생활의 복지와 안전도 누리지 못하는 서해5도 지역에 대한 관심과 투자 역시 못지않게 절실하다. 백령도를 그저 최전방 낙도(落島)로 만들지, 아름다운 자연과 스토리가 버무려진 낙원(樂園)으로 만들지는 우리의 선택과 노력에 달려 있다. ‘하얀 깃털’이라는 뜻을 가진 백령(白翎)도의 이름은 섬이 흰 새가 날아오르는 형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붙여진 것이라고 한다. 가까운 미래에 백령도가 지금의 한계를 딛고 화려하게 날아오를 수 있기를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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