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결국 ‘선’ 넘나…北 “서해위성발사장서 중대한 시험 진행”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12.08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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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엔진시험·고체연료 시험 가능성 제기…CNN, "엔진 시험 재개 준비 작업" 분석

북한이 12월8일, 전날인 7일 동창리 서해 위성 발사장에서 전략적 지위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대한 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혀 다시 한 번 한반도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북한은 이날 "2019년 12월7일 오후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북한 국방과학원 대변인은 이날 발표한 담화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국방과학원은 중대한 의의를 가지는 이번 시험의 성공적 결과를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에 보고하였다"고 발표했다. 대변인은 이어 “이번에 진행한 중대한 시험의 결과는 머지않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전략적 지위를 또 한 번 변화시키는 데서 중요한 작용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2017년 3월18일 서해위성발사장의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이 날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는 보도했다. ⓒ 연합포토
2017년 3월18일 서해위성발사장의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 지상분출시험. 이 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험을 참관했다고 조선중앙TV는 보도했다. ⓒ 연합뉴스

비핵화 협상 시한인 연말 앞두고 새로운 활동 포착

서해위성발사장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관련된 곳으로 동창리 발사장을 뜻한다. 대변인은 시험의 내용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다. 당 중앙위원회에 보고가 됐다는 것은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고됐음을 의미한다.

북한은 지난해 9월 남북 평양공동선언을 통해 동창리 발사장을 영구 폐쇄하기로 약속했지만 이후 북·미 대화와 남북 대화가 정체된 이후 발사장 움직임이 여러 차례 포착됐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을 목전에 두고 동창리 발사장의 새로운 활동은 더 명확하게 포착됐다.

이번 시험은 인공위성의 발사체나 ICBM 엔진 개발과 관련됐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신형 무기 개발을 담당하는 국방과학원이 시험 사실을 발표했고, 북한의 ‘전략적 지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2017년 3월18일에도 서해발사장에서 ICBM용 신형 고출력 로켓엔진인 ‘대출력 발동기(고출력 엔진) 지상분출시험’을 한 적이 있다.

북한이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라고 강조한 것을 볼 때 ICBM용 고체 연료 엔진에 대해 연소 실험을 했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최근 북한은 미사일 엔진의 연료를 신속 발사가 가능한 고체 연료로 전환해왔는데 이번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엔진의 동력 확인 시험 등을 했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CNN, "미사일 시험발사의 전 단계"…美에 압박수위 높여

앞서 미국 CNN방송은 12월5일 민간 위성업체 플래닛랩스가 같은 날 촬영한 동창리 발사장의 위성사진에서 ‘새로운 활동’이 나타났다고 보도했다. CNN은 위성 발사대와 대륙간 탄도 미사일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쓰이는 엔진의 시험을 재개하려는 준비작업일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전한 바 있다.

제프리 루이스 미국 미들버리국제학연구소 동아시아 비확산 프로그램 소장은 “엔진 시험대에 전에 없던 화물 컨테이너가 보인다”면서 “위성발사대와 ICBM에 동력을 공급하는 데 쓰이는 엔진의 시험을 재개하려는 준비 작업일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엔진시험이 미사일이나 위성 발사시험과 같은 수준의 도발행위는 아니지만 활동을 재개하는 것 자체가 중대한 변화로 미사일 시험발사의 전 단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CNN은 경고성 담화가 여러 번 나온 뒤에 이 같은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점에 비춰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평가한 바 있다.

북한이 미국의 태도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압박 수위를 높이는 것으로 보인다. 김성 유엔주재 북한 대사는 시험 당일 낸 성명에서 “미국이 ‘국내 정치적 어젠다’를 위해 시간을 벌려는 속임수를 쓰고 있다”며 “우리는 지금 미국과의 긴 대화에 나설 필요가 없다. 비핵화는 협상 테이블에서 이미 내려졌다”고 말했다.

12월3일에는 리태성 외무성 미국 담당 부상이 담화를 통해 “우리가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부가 하루하루 다가오고 있다”며 “남은 것은 미국의 선택이며,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무엇으로 선정하는가는 전적으로 미국의 결심에 달려있다”며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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