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보기의 책보기] 차가타이씨가 파리 크라상을 먹지 않는 이유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thebex@hanmail.net)
  • 승인 2019.12.09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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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와 크라상》ㅣ박장호 지음ㅣ도서출판 선 펴냄ㅣ232쪽ㅣ1만 5000원
ⓒ도서출판 선
ⓒ도서출판 선

1453년 5월 오스만 투르크 제국 술탄 마흐메드 2세가 유럽 서쪽 끝을 막고 서있던 동로마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공격했다. 로마군은 보스포루스 해협의 골든혼 입구 수중에 쇠사슬을 설치해 투르크 함대의 진입을 막음으로써 난공불락의 요새전을 벌였다. 마호메드 2세는 쇠사슬을 우회하기 위해 갈라타 언덕에 길을 낸 후 밤중에 함대를 골든혼 지역으로 이동시키는 기상천외한 작전으로 중세 동로마 제국을 무너뜨리고 근대 오스만 투르크 제국 시대를 열었다. 콘스탄티노풀은 이스탄불로 이름이 바뀌며 새로운 제국의 수도가 됐다. ‘배가 산으로 간’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유럽 기독교 세력과 중동 이슬람 세력의 충돌이 반복되다 1683년 15만 명의 투르크 군이 오스트리아의 빈을 포위해 전쟁을 벌였다. 치열한 격전 끝에 투르크 군이 대패했다. 이때 투르크 군이 버리고 간 물건들 중에 커피콩 자루가 있었다. 커피가 유럽에 전파되는 순간이었다. 또 당시 빈의 제빵사가 원한 맺힌 투르크에 대한 적개심을 담아 투르크 국기에 새겨진 초승달 모양을 본뜬 빵을 만들어 ‘씹어 먹도록’ 한 것이 크라상(Croissant 초승달)의 시초였다. 파리 크라상은 오스트리아 공주 마리 앙투와네트가 프랑스 왕비로 살면서 고향에서 먹었던 크라상을 파리 제빵사들에게 만들어 달라고 했던 데서 비롯됐다.

대부분 호텔에서 투숙객을 위해 간단한 조식을 제공하고 있다. 동양은 뷔페식으로 나오는 경우도 많지만 서양은 대부분 ‘콘티넨털 브렉퍼스트’라는 간단한 조식을 제공한다. 커피와 파리 크라상이 기본 메뉴다. 이 ‘대륙식 아침식사’가 실은 상당한 정치적 이유를 함의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국기에 초승달 모양이 있는 터키는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후예다. 파리 크라상의 역사를 알고 있는 터키인 차가타이 씨가 유럽 호텔에서 파리 크라상을 절대로 먹지 않는 이유다. 참고로 호텔의 원형 테이블에서 여럿이 함께 식사를 할 때는 ‘좌빵우물’을 기억해야 한다. 왼쪽에 놓인 빵과 오른쪽에 놓인 물이 내 것이다.

《커피와 크라상》을 쓴 저자 박장호 교수는 이전에 관료로서 오랫동안 해외, 주로 유럽을 경험했다. 그런 인연으로 알게 된 숨어있는 유럽의 재미난 역사, 문화를 콘티넨털 브렉퍼스트처럼 이것 저것 가볍게 터치했다. 의미심장한 역사적 교훈이나 해외여행 필수상식을 상당히 재미있게 얻을 만하다. 이스라엘이 하마터면 북만주에 세워질 뻔했다는 후구계획(Blowfish Plan)이 궁금하지 않은가?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 최보기 북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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