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노후, 4050은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7 10: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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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덜 쓰며 저축 늘리고 ②늦게 은퇴하고 ③자산운용 수익 높여라

노후 파산이란 말이 일본에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우리나라도 노인 빈곤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다 보니 걱정들이 많다. 특히 퇴직을 10년 이상 앞두고 있는 4050 세대는 노후에 대해 강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원칙을 지키면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의 노인 빈곤율 현황을 살펴보고, 4050 세대의 노후 준비 전략을 알아본다.

노인 빈곤율은 일반적으로 상대소득빈곤율로 측정하는데, 한국은 이 값이 2017년 현재 44%에 이른다. 이는 전체 노인(65세 이상) 중 중위소득의 절반 이하를 버는 노인 숫자가 44%라는 뜻이다. OECD 평균의 3배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총인구 빈곤율(14%)과 노인 빈곤율의 차이가 너무 크다. 한국에서 노인들은 빈곤층이 30%포인트 많다는 뜻이다.

ⓒ 일러스트 오상민
ⓒ 일러스트 오상민

연금, 노후 자산관리의 기초

이유는 두 가지다. 우선, 소득빈곤율은 소득을 기준으로 측정하기에 주택과 같은 자산을 감안하지 않는다. 고가의 주택을 보유해도 소득이 없으면 소득빈곤층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소득뿐 아니라 자산까지 감안할 경우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은 30% 수준으로 떨어진다. 그럼에도 높은 수준이다. 그리고 우리는 국민연금제도가 1988년에 의무화되었기 때문에 지금 65세 이상은 혜택을 못 받거나 가입기간이 짧다. 그렇다 보니 연금소득이 적어 소득 기준으로 볼 때 빈곤층이 많아진다. 결국 지금 고령세대는 연금제도가 일찍 시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집이라는 형태의 자산으로 노후 준비를 한 것이다.

현재 고령세대의 소득빈곤율은 과다하게 측정된 면이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괜찮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4050 세대가 이를 근거로 자신의 노후의 삶을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4050 세대는 연금을 본격적으로 수령하므로 노후소득이 높아질 것이고, 준비할 시간적 여유도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잘 대비하면 된다. 특히 지금 나이가 소득이 가장 많을 시기이기 때문에 자산관리를 잘하면 된다. 네 가지를 꼭 지켰으면 한다.

무엇보다 연금과 같은 제도화된 노후 준비 시스템을 철저하게 활용해야 한다. 국민연금 준비를 충분히 해 두어야 한다. 직장을 옮기느라 공백 기간이 있었으면 추후납입을 통해 공백을 메울 수 있고, 현재 국민연금 대상이 아니면 임의가입을 통해 노후에 연금을 받을 수 있다. 그뿐 아니라 직장을 그만둔 이후 계속 쉬었더라도 임의가입을 하면서 공백 기간의 납입금을 추후 납입하면 국민연금을 온전히 살릴 수 있다. 이런 방법을 통해 국민연금 수령액을 늘리거나 부부가 연금 맞벌이를 할 수 있다.

세제 혜택이 있는 사적 연금은 어느 금융상품보다 우선 가입해야 한다. 직장을 자주 옮기면 연금의 영속성이 떨어질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납입을 중단하거나 중간에 적립금을 찾으면 안 된다. 연금은 생활비나 주택 구입에 쓰는 목적자금이 아니라 노후자금이므로 따로 떼놓아야 하는 자금이다. 부부가 국민연금 맞벌이를 하면서 1인 1연금을 갖추고, 퇴직연금이나 연금저축과 같은 사적 연금으로 보완하면 최소한의 노후 준비가 된다. 연금은 노후 자산관리의 기초다. 건물을 지을 때 기초에 가장 공을 들임을 명심하자.

둘째, 오래 일하기 위해 자신의 인적 자본에 투자해야 한다. 앞으로 정년은 계속 연장될 것이다. 1958~74년 태어난 베이비부머 1600만 명이 지금은 사회의 상층부를 차지하고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 퇴직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빈자리를 40대가 메워야 한다. 이런 기회를 충분히 활용하려면 인적 자본 투자를 통해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기술혁명과 글로벌화가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적합한 전문성을 갖춘다면 기회가 열릴 것으로 본다. 다만 변화하는 기술혁신에 대처하지 못하면 이에 익숙한 다음 세대에게 밀려날지도 모른다. 자기계발을 위해 ‘전폭 투자’해야 하는 이유다. 사자에게 쫓길 때 옆사람보다 빠르면 목숨을 건진다. 약간의 비교우위가 큰 차이를 만들 것이므로 그 비교우위를 위해 본인에게 투자해야 한다.

셋째, 축적된 노후자산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동산이 아닌 글로벌 자산을 통해 자산을 증식해야 한다. 앞세대가 부동산을 통해 자산을 증식했다면 40대는 글로벌 자산을 겨냥해야 한다. 고성장 시대에 이루어졌던 부동산 투자를 앞으로 저성장 시기를 맞아야 할 40대가 본받을 필요는 없다. 국내 부동산에 돈을 쏟아 붓는다면 부동산 버블과 붕괴를 겪으면서 피해자가 속출하게 될 것이다. 수축하는 사회에서 확장하는 부문의 자산을 가져야 한다. 기술의 시대에는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해 성장하는 글로벌 기업을 보유해야 한다. 부동산도 글로벌로 분산해야 한다. 부동산이 아닌 ‘혁신기술’과 ‘글로벌’ 자산으로 자산수익률을 높여야 한다.

넷째, 주택을 잘 활용한다. 우리나라 가계는 노후자산에서 대부분 주택 비중이 높다. 주택도 자신이 축적한 자산이다. 다만 주택은 자신이 거주하는 동안 소득이 나오지 않으므로 과다한 비중은 줄일 필요가 있고 주택연금을 통해 소득이 나오는 자산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3억원 주택을 70세에 주택연금으로 수령하면 월 9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다. 마치 월 90만원 이자를 주는 국채를 보유한 셈이 된다. 이처럼 주택연금은 주택자산을 국채자산으로 바꾸는 것과 유사하므로 노후의 자산가격 하락 위험을 막는 효과도 있다.

 

‘선(先) 은퇴계획, 후(後) 지출’ 순서 잘 지켜야

마지막으로 지출관리를 해야 한다. 4050은 소득도 많지만 지출도 많을 때다. 자녀 교육비, 자녀 결혼, 고급 내구재 수요 등이 있기 때문이다. 소득이 많을 때 덩달아 지출을 늘릴 게 아니라 관리를 잘해야 한다. 지출을 다 하고 난 뒤 노후자산 관리를 하는 순서가 아니라 노후자산 관리를 먼저 계획하고 그 조건 이내에서 지출하는 게 맞다. 바둑이나 장기는 수순이 중요하다. 지출관리에서도 ‘선(先) 은퇴계획, 후(後) 지출’ 순서를 잘 지켜야 한다.

노후소득이 부족할 때 마법처럼 단번에 해결해 주는 수단은 없다. 생애설계는 판타지의 세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윌리엄 샤프는 노후자산이 부족하면 ①덜 쓰고 저축을 늘리고 ②늦게 은퇴하고 ③자산운용 수익을 높이는 이 세 가지 방법이 전부라고 했다. 먼저 이 원칙을 잘 지키고 있는지 검토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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