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사립대, 재학생 등지고 곳간 채우기에 급급
  • 경기취재본부 윤현민 기자 (hmyun911@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1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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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천억 적립금 비축 여전…지난해 첫 등록금 환불 판결 무색

사상 초유의 사립대 등록금 환불 판결 후 1년이 지났다. 하지만 이들의 무분별한 적립금 비축 행태는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내에선 학생은 뒷전이고 곳간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까지 만연해 있다. 이에 일각에선 솜방망이 처벌 위주인 정부의 사립대 감사에 대한 개선 요구가 나온다. 

11일 교육부와 대학별 재정공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 내 사립대학교(제1캠퍼스 소재지 기준, 전문대 제외) 18곳 중 수원대, 루터대, 칼빈대 등 3곳은 지난해 적게는 수 억원에서 많게는 수 천억원의 적립금을 쌓아두고 한 푼도 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수원대는 건축기금 1412억3900만원, 특정목적기금 1171억7200만원, 장학기금 868억6700만원, 연구기금 100억원 등 모두 3552억7900만원을 교비회계로 적립했다. 누계액 기준으로 보면 전년(3억5300만원) 대비 1000배 가량 껑충 뛰었다. 루터대도 건축기금 2억8600만원과 연구기금 516만원을 합쳐 2억9200만원을 적립했다. 이밖에 칼빈대는 장학기금 3억500만원, 퇴직기금 7989만원 등 3억8500만원을 쌓았다.

수원대학교 전경 @윤현민 기자
수원대학교 전경 ⓒ윤현민 기자

“대학 적립금 ‘눈 먼 돈’ 인식부터 바꿔야”

재학생들의 교육환경 개선은 아랑곳없이 곳간만 넘쳐나는 모양새다. 또 지난해 이런 재정운영에 첫 제동을 건 사법부 판단도 무색케 한다. 당시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수원대학교는 부적절한 회계 집행으로 교비 회계가 잠식되고 실험, 실습, 시설, 설비 예산이 전용돼 교육환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학생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시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1·2심을 그대로 확정했다. 이 판결로 소송참여 학생 50명은 재학기간에 따라 1인당 30만∼90만원의 등록금을 돌려받았다.

사정이 이렇자 학생들 사이에서도 대학의 재정운영을 질타하는 소리가 높다. 대학생 정 모(21)씨는 “강의실, 실험실, 장학금 등을 늘려달라는 학생 요구는 외면하고 건물보수 등 목적의 수 천억원대 기금만 쌓아둬 봤자 무슨 소용이냐”며 “대학은 적립기금을 눈 먼 돈 취급하는 인식부터 바꿔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대학 측은 향후 안정적 재정운영을 위한 필요성을 주장했다. 한 대학교 기획실 관계자는 “적립기금은 안정적인 학교 운영과 장기발전 계획 실천을 위한 것으로 당초 목적에 맞게 운용되고 있다”고 했다.

 

정부 솜방망이 처벌…사립대 감사 정례화 필요

이에 정부도 지난해 뒤늦게 사립학교 적립금 운용 실태조사에 나섰다. 감사결과 강남대, 오산대 포함 13곳이 교비 부정사용 등으로 적발됐다. 경징계 2명(한양사이버대)을 제외한 나머지는 경고, 시정, 주의 등 처분에 그쳤다.

그러자 시민단체에선 솜방망이 처벌을 지적하며 사립대 감사 정례화를 주문했다.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관계자는 “교육부 감사관실에서 진행한 사립대학 감사는 주로 경고와 주의 등 솜방망이 처벌로 끝나고 있다”며 “국공립대학은 3년 주기로 종합감사가 정례화되어 있지만, 사립대학은 필요에 따라 하고 있어 비리와 부정을 견제할 장치가 없다”고 했다. 이에 교육부 사립대학정책과 관계자는 “이미 입법예고한 사립학교법 개정안을 통해 교비회계 적립금 운용계획을 1년이 아닌 장기로 보고받도록 하는 등 여러 정책적 노력을 꾀하는 중”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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