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편싸움보다 ‘사람이 먼저다’
  •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8 18: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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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먼저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철학으로 구호가 돼 왔던 문구다. 정책 설정과 실행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가치를 최우선에 두자는 정치철학이다. 2012년 대선을 앞두고는 《사람이 먼저다》라는 당시 문재인 후보의 책이 출간되기도 했다. 사람이 먼저라는 말, 매우 매력적이다. 어느 누구도 배척하기 어려운 메시지다. 물론 사람을 중시하는 방법과 전략, 상황에 대한 인식은 차이가 있어 ‘사람이 먼저다’의 실천적 의미는 다를 수 있다. 소득주도성장이나 복지 확대 정책으로 이어진 문재인 정부의 사람 중심 정책이지만 그 정책이 실제 우리 국민들의 삶과 행복에 기여했는가를 두고는 논박도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1월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에서 '국민이 묻는다, 2019 국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말 우리의 정치세력에 대한 판단 기준에서 사람, 그 정치인, 정치세력의 사람됨이 우선적인 기준이 됐으면 한다. 요즘 한국 정치는 사람됨보다는 편싸움이 압도하고 있다. 우리 편이라면 가치도 도덕도 필요가 없다. 무조건적으로 우리 편이 이겨야 한다. 적나라한 권력싸움의 정치가 압도하고 있다. 보수진영, 진보진영 별 차이가 없다. 오히려 운동권적 전통을 가진 진보진영의 집단의식이 더 강할지 모른다. 권력 자체가 목적이 될수록 도덕성과 가치에 대한 의식은 뒤로 밀린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위기이며 그 위기의 본질은 한국 진보의 도덕적·정신적 파탄’에 있다고 한 원로 정치학자의 진단은 권력 자체가 목적이 돼 버린 한국 진보진영의 현실을 지적한 것이다. 

이제는 보수·진보라는 진영의 틀을 벗어나야 한다. 대부분의 보수·진보 구분이 시대착오적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지만, 점차 그 진영 구분이 도덕과 가치를 위한 경쟁이 아니라 권력투쟁의 도구일 뿐이기에 그렇다. 보수·진보, 구호만 다를 뿐 권력이 가지고 있는 속성을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람이 먼저’라는 말을 두고도 ‘우리 편 사람만 먼저’라고 비꼬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맹자 등이 군자의 덕목으로 말해 왔던 인의예지(仁義禮智)가 우리의 정치인 개인과 집단을 평가하는 기준이 됐으면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주변 사람, 특히 약자를 측은하게 여기는 어진 마음(仁), 잘못된 것에 대한 부끄러운 마음과 책임의식(義), 양보하며 예의를 지키는 마음(禮), 시비를 가리고 사리를 분별하는 지혜(智). 오늘날 우리의 정치인과 정당들이 반드시 가져야 할 덕목이다.

특히 주변 사람과 공감하고 약자를 측은하게 여기는 마음(仁)은 정치인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요즘 가장 요구되는 지도자의 덕목이다. 권력을 가지면 대체로 오만하고 독선적으로 되기 쉽다. 오만과 독선, 우리가 끊임없이 경계하고 감시·비판해야 할 권력의 속성이다. 또 과오에 대한 부끄러움과 책임의식(義)은 대의민주주의가 제대로 작동하게 하는 정치권력의 중요한 덕목이다. 권력자가 부끄러움과 책임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면 대의민주주의는 작동하기 어렵다.

마무리 박수를 치지도 못한 채 20대 마지막 정기국회가 끝났고 남은 패스트트랙 법안 갈등과 더불어 차기 총선 일정이 본격화되는 시점이다. 편싸움보다는 정치인과 정당의 덕목이 강조되고 유권자의 선택 기준이 됐으면 한다. 사람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편싸움보다 사람이 먼저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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