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희 “악플은 한 사람의 삶과 가정을 흔드는 행위”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4 10: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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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개월 만에 K뷰티 MC로 돌아오는 고준희

스타일리시한 고준희는 여성들의 워너비다. 시크한 단발머리, 운동화에 턱 걸쳐 입은 빅재킷은 그녀의 시그니처 아이템이 됐다. ‘연기하는’ 고준희도 매력적이다. 지난 2001년 데뷔 이후 드라마 《건빵선생과 별사탕》 《여우야 뭐하니》 《사랑에 미치다》 《종합병원2》 《내 마음이 들리니》 《야왕》 《그녀는 예뻤다》 《언터처블》 등에 출연하며 특유의 톡톡 튀는 매력으로 사랑을 받았다. 올해 초에는 OCN 드라마 《빙의》로 장르물에 도전했다.

그런 그녀가 활동을 잠시 멈췄다. 난데없이 버닝썬 관련 루머로 곤욕을 치른 것이다. 약 8개월간 휴식기를 가진 그는 최근 배우 박해진이 소속된 마운틴무브먼트와 전속계약을 맺고 복귀를 준비 중이다. 그 시작은 12월24일 시작하는 MBC뮤직의 뷰티 예능 프로그램 《핑크페스타》의 MC다. K뷰티를 알리고자 기획한 예능 프로그램으로, 한국뿐 아니라 중국 및 아시아권에서도 인지도가 높은 고준희가 MC로 낙점됐다.

ⓒ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 마운틴무브먼트 제공

드라마를 끝내고 어떻게 지냈나.

“광고 촬영 등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는 것 외에는 거의 가족과 시간을 보냈어요. 중간에 광고 촬영도 했고요. 마침 집에 자전거가 있어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이 왜 복장을 갖추고 장비를 사는지 알겠더라고요. 장시간 타다 보니 복장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어요. 저도 장비를 구매했답니다.”

 

뜻하지 않게 공백기가 생겼다.

“속이 상했어요. 계획들이 모두 무산됐으니까요.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했어요. 나까지 흔들리는 모습을 부모님께 보여드릴 수 없으니까요. 어머니는 당시 충격으로 이명 증상까지 생겼어요. 그런 시간을 보내면서 ‘더 좋은 일이 있으려고’ ‘나를 한 번 뒤돌아보게 하려고 하나님이 주신 시간’이라고 생각하며 마음을 잡았어요. 처음엔 모른 척했던 가족들도 나중에는 법적 대응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어요.”

 

그녀가 버닝썬 사태와 관련된 여배우라는 루머는 그야말로 황당하게 시작됐다. 당시 승리, 정준영 등이 속한 단체채팅방에서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한 여배우를 접대 자리에 초대하자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드라마 종영 후 화보를 촬영하기 위해 뉴욕에 체류 중이던 고준희에게 불똥이 튄 것이다.

이후 그녀는 ‘악플의 희생양’이 됐다. 그리고 지난 5월 악성 댓글 작성자들을 고소했다. 소속사 마운틴무브먼트는 고준희에 대한 근거 없는 악성 루머를 퍼뜨리거나 성희롱·욕설을 게시한 이들을 고소한 건 중 32건은 수사 마무리 단계에 있다고 설명했다. 미성년자, 사회적 취약계층 등은 조건부 기소유예 처리됐고, 나머지 피의자들은 벌금으로 기소된 상황이다. 소속사는 앞으로도 “선처는 없다”고 분명히 했다.

 

기분이 어땠나.

“나와 친하다는 이유로 주변 사람들까지 상처받는 게 힘들었어요. 나에게 물어보기보다는 주변 스태프나 친구, 가족들한테 물어보는 상황이라 저는 오히려 잘 몰랐거든요.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끝까지 선처 없이 가고 싶어요. 본인의 언행이 한 사람의 삶을 흔들 수도 있고, 한 사람과 그 가정에 얼마나 큰 상처가 되는지 악플을 쓰는 분들이 꼭 아셔야 합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대중 또한 말의 무게감을 알고 글을 쓰거나 행동을 해 줬으면 좋겠어요. 서로 존중하면 더 좋지 않을까요.”

 

최근 소속사를 이적했다(올 초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이 끝났고, 최근 박해진이 소속된 마운틴무브먼트와 손을 잡았다).

“소속사를 구하면서 고민이 많이 됐어요. 말만 듣고 파트너를 정하는 게 어려운 일이더라고요. 예전부터 마운틴무브먼트 대표님이 박해진 선배를 잘 챙겨주는 걸 보고 부럽다고 생각했어요. 오래전 광고 촬영장에서 우연히 만나 알게 됐고, 이번에 힘든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표님께서 응원도 해 주고 좋은 에너지를 전해 줘 계약을 하게 됐어요.”

 

뷰티 예능 프로그램 MC로 발탁됐다.

“제가 예능 울렁증이 있어요. 예능 트레이닝을 받은 적이 없어서 예능에 나가면 어떤 얘기를 해야 될지 모르겠더라고요. 영화나 드라마 홍보차 나가면 웃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생기면서 헛소리를 하게 되고, 그게 편집 없이 방송되면 ‘왜 저랬지’ 하고 늘 괴로웠어요. 이불 킥을 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랍니다. 사실 그동안 뷰티 프로그램 MC 제의가 끊이지 않고 들어왔는데 내 영역이 아니라는 생각에 엄두를 못 냈어요. 이젠 대중들도 배우에게 연기만 바라지 않다는 걸 알기에 하나하나 극복하려고 해요.”

 

여전히 20~30대 여성들의 ‘워너비’다.

“제가 바르는 립스틱 컬러와 헤어스타일 등에 대해 궁금해하니 기분이 너무 좋아요. 제 이름 앞에 붙는 단발머리와 관련된 수식어도 대중들이 지어주셨어요. 신기하고 감사할 뿐입니다.”

 

어느덧 12월이 됐다.

“정신없이 지났어요. 내년엔 더 많이 활동해야죠. 이제 배우한테 연기 말고도 멀티(플레이)를 바라는 시대가 됐잖아요. 그래서 다양한 분야에서 여러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많은 분들과 소통하며 지내려고 해요. 여러 생각과 고민이 있지만, 모든 일엔 순서가 있는 만큼 급하지 않게 천천히 하나씩 해 나가려고요. 저는 연기를 좋아해서 배우가 됐고, 그래서 현장에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이 일을 계속하고 싶고, 일을 통해 다른 분들에게 좋은 에너지를 드리고 싶어요.”

 

2020년 특별한 계획이 있나.

“연기해야죠. 마지막에 했던 작품이 장르물이라 이번엔 로코(로맨틱 코미디) 쪽으로 염두에 두고 있어요. 이르면 내년 상반기에 작품으로 만날 수 있을지도 몰라요.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빨리 건강해지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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