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슈머 시대’ 그들은 재미와 경험, 조합을 산다
  • 조유빈 기자 (you@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9 14:00
  • 호수 157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잼비’부터 따지는 소비자들…펀슈머 니즈 캐치한 기업들도 전략 나서

“소비자를 즐겁게 하면 팔린다.” 펀놀로지(Funology·Fun+technology)의 개념이다. 재미를 주는 상품과 서비스가 소비를 발생시키는 현상을 일컫는다. 효율성과 필요, 가격과 기능성은 소비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요인이지만, 이제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제품과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얼마나 재미를 선사하느냐가 하나의 소비 이유가 되는 시대가 됐다. 기업들도 전략을 대폭 수정했다. 소비자를 겨냥한 펀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지금, 어떤 형태의 마케팅이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를 잘 짚고 있는지 살펴봤다.

ⓒ 일러스트 김세중·각 사 제공
ⓒ 일러스트 김세중·각 사 제공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형’

“팔려고 하지 마라, 경험하게 하라.”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와 CJ ENM 오쇼핑부문이 12월10일 공동으로 발표한 ‘2020 소비 트렌드’에 따르면 내년 소비 트렌드의 핵심 키워드는 ‘경험’을 뜻하는 ‘EXPERIENCE’였다. 소비자들은 이제 직접적이거나 간접적으로 체험한 사실에 반응한다. 밀레니얼 세대 이후로 그런 양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40대 이상의 전통적인 소비자들이 물건 소유에 지출의 방점을 찍는다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는 경험에 소비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다.

건국대 경영대학 마케팅분과 교수로 재직 중인 이승윤 디지털 문화심리학자는 자신의 저서 《공간은 경험이다》에서 “고객 중심으로 매장을 재정비하는 것이 최근 리테일 혁신의 추세”라며 “많은 기업이 매장에서 반드시 제품을 팔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소비자에게 가치를 주는 형태로 공간을 변화시켜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많은 기업이 ‘매장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매장에 트레드밀을 설치해 소비자들에게 신발 제품을 신고 직접 뛰어보게 하는 나이키 플래그십 스토어가 대표적이다. 최근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가 한국에 첫 매장을 오픈하면서 주력했던 것 역시 경험에 의한 소비였다. 고객들이 매장에서 자유롭게 화장품을 체험하고, 피부 상태 진단과 15분 무료 화장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게 한 것이다. 굳이 ‘소비’하지 않아도 ‘경험’할 수 있도록 매장 자체를 구성했다.

다른 브랜드들도 소비자의 경험을 위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문구 브랜드 모나미는 지난 10월 서울 인사동에 콘셉트 스토어를 냈다. 모나미 제품 350개와 필기구 연관 상품 350개 등을 진열하면서 제품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벤트’를 통해 고객에게 체험해 보게끔 했다.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하거나 자신만의 만년필 잉크를 만들어볼 수 있게 하는 등, 모나미라는 브랜드를 직접 경험해 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 것이다.

이제 특정 고객층을 타깃으로 한 공간 마케팅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시도된다. 문화 부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올겨울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겨울왕국2》의 체험형 팝업 스토어가 그 예다. 아이디어플랩이 서울 이태원 썸머하우스와 삼청동 윈터하우스에 오픈한 팝업 스토어에서는 영화를 옮겨놓은 듯한 공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또 다양한 굿즈를 전시해 놓음으로써 영화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소비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다. 아이디어플랩은 지난 6월 《토이스토리4》 개봉일에 맞춰 키덜트들이 즐길 수 있는 놀이공간인 ‘토이하우스’도 개장한 바 있다.

 

소비자 참여 유도하는 ‘이벤트형’

“아빠 힘내세요. 우리고 있잖아요-사골국물”. 올해 배달 애플리케이션 ‘배달의민족(배민)’이 총 500마리의 치킨을 걸고 실시한 배민신춘문예의 수상작이다. 매년 봄 배민이 주최하는 창작시 공모전 배민신춘문예는 2015년을 시작으로 5년째 지속됐다. “치킨은 살 안 쪄요, 살은 내가 쪄요” “박수 칠 때 떠놔라-회” 등의 명언을 남겼다. 올해 대상 수상 경쟁률은 5500대 1에 달했고, 대상 수상자에게는 1년 동안 먹을 수 있는 치킨 365마리가 부상으로 수여됐다.

우리나라 최고의 치킨 전문가를 뽑았던 ‘배민 치믈리에 자격시험’, 떡볶이 미식가 1인을 뽑는 ‘떡볶이 마스터즈’까지, 배민은 소비자들의 참여를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 배민만의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했다. B급 문화를 내건 이른바 ‘배민다움’으로 재미를 주고, 이를 통해 이용자에게 애정과 관심을 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퀴즈, 히든 프라이스 등을 통해 구매자들의 흥미를 유발하는 사례도 많다. 포인트 적립 서비스 OK캐쉬백의 ‘오퀴즈 천만원이벤트’는 퀴즈를 통해 펀슈머들의 참여를 유도했다. 한 제품과 관련된 초성 퀴즈를 출제하고,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해당 제품을 검색하면 확인할 수 있게 해 광고 효과를 높였다. 티몬이 지난해부터 선보였던 몬스터 퀴즈쇼 역시 소비자들의 재미와 구매를 연결한 사례다. 퀴즈를 모두 맞힌 우승자들에게 100만원 안팎의 상금을 나눠 티몬 적립금으로 제공하고, 받은 즉시 상금을 사용할 수 있게 했다.

이벤트에 참여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적립금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을 펼친 것이다. 소비자들은 단순히 물건을 사기 위해, 가격을 알아보기 위해 앱에 접속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하는 재미, 답을 맞히는 재미를 얻기 위해 앱에 접근했다.

한국유통학회장을 맡고 있는 김익성 동덕여대 교수는 “기업은 이벤트를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목적이 비슷한 사람들이 그 이벤트에 모여 스토리가 생기면서 성공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는 것”이라며 “지면이나 화면을 통해 광고를 보는 것보다 직접 참여하고 같이 재미를 느끼는 부분들이 효과를 발휘하면서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기억에 남게 된다”고 분석했다. 이벤트에 참여하는 것 역시 하나의 ‘경험’으로 작용한다는 설명이다.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기업의 이벤트도 다양하다.배달의 민족의 ‘배민 신춘문예’와 티몬의 퀴즈쇼
소비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기업의 이벤트도 다양하다.
배달의 민족의 ‘배민 신춘문예’와 티몬의 퀴즈쇼

콜라보를 통해 가치 끌어올리는 ‘만남형’

이종 업계 간의 협업은 특히 소비자들의 눈길을 끈다. SNS상에서 화제가 되면서 해당 브랜드들도 주목을 받는다. 한정 수량으로 판매되는 만큼 인기 끌기에 더욱 제격이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식품과 패션 분야가 만나 변신을 꾀하는 마케팅이 활발해진 이유다. 이러한 콜라보 제품들은 일명 ‘인싸템’으로 불리면서, 재미있는 소비를 원하는 1020 세대에게 매력적으로 다가간다.

밀가루 브랜드가 패션에 참여할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대한제분의 밀가루 브랜드 곰표가 남성 의류 쇼핑몰 ‘4XR’과 협업해 내놓은 ‘곰표 패딩’과 ‘곰자수 맨투맨’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술과 패션 아이템도 만났다. 무신사와 하이트진로가 만나 탄생한 ‘참이슬 백팩’은 발매 5분 만에 400개 수량이 완판됐다. 배스킨라빈스·던킨도너츠·파리바게뜨 등 SPC의 대표 브랜드가 캐주얼 브랜드 커버낫과 함께 출시한 맨투맨 역시 2주 만에 전 상품이 완판됐다.

최근 패션업계는 문화의 새바람까지 함께 탔다. 영화에 한정되던 콜라보 상품들이 유튜브, 스포츠, 책까지 그 범위를 넓힌 것이다. 휠라와 유튜브게이밍 크리에이터 5인(뜨뜨뜨뜨, 탬탬버린, 소니쇼, 아구, 김왼팔)이 함께한 협업 컬렉션 역시 뜨거운 반응을 받았고, 풀무원이 한화 이글스와 함께 내놓은 한정판 라면, ‘포기하지 마라탕면’은 한화 이글스를 상징하는 주황색을 포장지에 활용하고, 마스코트 ‘수리’가 마라탕에 빠져 땀을 흘리는 모습을 담았다. ‘9회말 2아웃까지 포기하지 마라’ 등 한화 팬들의 염원을 담은 문구도 삽입해 팬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롯데제과와 베스트셀러 《하마터면 퇴사할 뻔 했다》가 협업해 출시한 ‘하마터면 못 먹을 뻔 했다’와 ‘하마터면 퇴사할 뻔 했다’는 이색 과자 종합선물세트로 주목받는 중이다.

이렇게 기업에서 자주 시도하는 콜라보라는 마케팅은 ‘단편적’이라는 단점이 있지만 일시적으로 두 브랜드에 대한 관심을 폭발적으로 끌어올린다는 데서 효과적인 홍보 수단이 된다. 김 교수는 “스타 마케팅 역시 사람과 제품의 콜라보로 볼 수 있다. 콜라보는 기업에서 계속 시도되는 마케팅 수단”이라며 “우유와 오레오의 콜라보처럼, 상품의 조합이 맞고 서로의 재인(개인이 현재 대하고 있는 인물, 사물, 현상, 정보 등을 이전에 접했던 경험이 있음을 기억해 내는 것) 효과가 이어지는 콜라보는 제품 간의 시너지 효과를 오랫동안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 기사에 댓글쓰기펼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