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날 때 윤종규·김정태·손태승 뛰었다
  • 이석 기자 (ls@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9 10:00
  • 호수 1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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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금융지주 3분기 누적 자산·실적·주가 등 분석 결과
KB와 신한금융 격차 갈수록 확대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자존심 싸움을 벌이고 있는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의 희비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올해 신한금융이 영업이익이나 순이익률은 물론이고, 주가까지 KB금융을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향후 두 금융그룹 수장의 연임 행보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사실은 시사저널이 올해 3분기까지 4대 금융지주(신한·우리·하나·KB)의 자산 증가율과 실적, 주가, 부채, ROE(자기자본이익률) 등을 자체적으로 분석한 결과 확인됐다. 4대 금융그룹의 자산과 매출이 올해 크게 증가했다는 점이 우선 눈에 띈다. 최근 경기 둔화와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금융권의 리스크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다. 주요 금융지주사의 실적 역시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결과는 반대로 나왔다. 3분기 기준 4대 금융지주의 자산은 1842조82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52%나 증가했다. 하나금융의 증가율이 10.02%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우리(8.85%), 신한(6.23%), KB(5.96%) 순이었다. 4대 금융지주사의 매출 역시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대를 돌파했다.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은 111조5547억원. KB금융이 37조9391억원으로 가장 높았다. 뒤를 이어 하나(32조2741억원), 신한(21조9326억원), 우리(19조4089억원) 순이었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 시사저널 포토·연합뉴스

KB금융지주 자존심 회복할지 주목

하지만 영업이익이나 순이익률은 매출과 정반대 흐름을 보였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이 가장 높은 곳은 매출 3위인 신한금융으로 각각 18.9%와 14.09%를 기록했다. 자산이나 매출이 4대 금융지주 중 가장 낮은 우리금융이 그 뒤를 이었다. 우리금융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률은 각각 12.4%와 9.44%를 기록했다. 반면 KB금융과 하나금융의 영업이익과 순이익률은 한 자릿수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주목되는 사실은 신한금융과 KB금융의 격차가 시간이 지날수록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두 그룹은 그동안 리딩뱅크 자리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경쟁을 벌였다. 실적 발표 때마다 두 그룹의 순위가 언론에 조명될 정도였다. 2008년 이전까지만 해도 KB금융이 리딩뱅크 자리를 유지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업계에 지각변동이 생겼다. 2008년 이후 9년간 신한금융이 1등 자리를 차지했다. 2017년 상반기부터 KB금융이 다시 1위 자리를 탈환했지만 얼마 가지 못했다. 2018년 말부터 신한금융에 리딩뱅크 자리를 내줘야 했다. 이후 두 금융그룹의 실적 격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시사저널은 금융정보업체 FN가이드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올라온 4대 금융그룹의 올해 3분기 누적 자산과 매출, 영업이익, 순이익, 부채 증가율, ROE, 영업이익률, 순이익률, 주가, EPS(주당순이익) 등 10개 항목을 비교·분석했다. 각 부문별로 순위를 정해 1~4점 가산점을 준 후 총합을 매기는 방식이었다.

전체 점수는 신한금융이 31점으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는 하나금융(26점), 3위는 KB금융(25점), 4위는 우리금융(20점)이었다. KB금융의 경우 매출과 EPS, 부채율 등 3개 분야에서만 우위를 보였다. 나머지 7개 부문은 신한금융에 크게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KB금융은 하나금융에도 2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매출과 영업이익률, 순이익률, 주가 및 부채 등은 하나금융을 앞섰지만, 자산이나 영업이익 및 순이익 증가율, EPS, ROE 등은 뒤져 3위에 그친 것이다. 그동안 리딩뱅크 자리 탈환을 위해 고군분투하던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자존심에도 큰 생채기를 입게 됐다.

윤 회장은 2014년 11월 KB금융그룹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부터 비은행권 계열사를 늘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2015년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을 인수했다. 2017년에는 현대증권을 인수해 KB투자증권과 합병했다. 계열 금융사를 통해 글로벌 사업도 강화했다. 향후 고성장이 예상되는 동남아시아 시장을 중심으로 해외 진출을 타진해 왔다. 그 결과 KB국민은행은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소매금융 전문은행인 부코핀은행 지분 22%를 취득하며 2대 주주에 올랐다. 지난 11월에는 KB국민카드가 여신 전문 금융회사인 ‘PT.파이낸시아 멀티 파이낸스’ 지분 80%를 인수하기도 했다.

하지만 비은행 부문에서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생명보험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데 실패했다. 우선 오렌지라이프라를 인수하는 데 실패했다. 덕분에 3분기 기준으로 전체 그룹에서 KB국민은행이 차지하는 순익 비중이 68.5%를 기록 중이다. 실적에 대한 우려는 주가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12월11일 종가 기준으로 KB금융의 주가는 4만8000원이다. 정확히 1년간 주가가 2.5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윤 회장은 취임 이후 다양한 주주 환원 정책을 펼쳐왔다. 자사주 매입과 배당 등으로 박스권에 갇힌 주가를 부양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지난 12월6일부터는 보유 중인 자사주 일부를 소각했지만 주가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 3년간 최고점이던 2018년 1월(장 중 6만9200원)에 비하면 30.64%나 주가가 하락했다. 불과 2년여 만에 시가총액은 10조원 가까이 증발했다. 같은 기간 신한금융의 주가가 17.64% 하락한 것과 대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금융지주 관계자는 "신한지주가 11월14일 자사주 소각 예정을 공시할 당시 KB와 신한의 주가는 모두 4만3700원이었다. 하지만 12월18일 현재 KB의 종가는 4만9400원으로 신한(4만4250원)에 비해 큰 차이를 보였다.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회장과 반대로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전체 금융그룹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얻은 만큼 연임을 위한 명분을 얻게 됐다. 2017년 3월 취임한 조 회장 역시 비은행 부문 균형 성장과 글로벌 사업 확장에 공을 들였다. 이른바 ‘2020 스마트 프로젝트’였다. 오렌지라이프와 아시아신탁 등을 잇달아 인수해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했다. 올해부터 그 성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3분기 기준 신한금융의 영업이익과 순이익 증가율은 각각 15%와 14%에 이른다. 4대 금융그룹 중에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증가한 곳은 신한금융이 유일했다. 주당 순이익 역시 2786.66원으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조 회장은 올해 3월 임기가 만료된다. 현재 신한금융의 실적을 감안할 때 채용비리 재판 변수만 제외하면 연임은 무난할 것으로 금융권은 예상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이미 조 회장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신한금융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이 최근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 중인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한 우려를 회추위 측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채용비리 1심 재판이 조 회장의 리더십을 가르는 열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채용비리 재판, 조용병 회장 연임에 변수

이번 조사 과정에서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역학 관계도 주목된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32조5259억원의 매출과 3조1522억원의 영업이익, 2조27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각각 9.69%와 7.00%로, KB금융에 근소하게 밀려 3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사실상 반 토막이 났다. 올해 1분기에는 7492억원의 영업이익과 553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4대 금융그룹 중 꼴찌를 기록했다.

하반기로 들어서며 어느 정도 실적을 회복한 상태다. 3분기 기준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7795억원과 8373억원. 6593억원의 영업이익과 534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우리금융을 제치고 3위 자리를 수성했다. 누적 영업이익이나 순이익 역시 2조5094억원과 2조670억원으로 각각 2조3697억원과 1조8601억원을 기록한 우리금융을 앞서고 있다. 최근 외환은행 본점 건물의 매각 절차를 끝내고 30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실적에 반영했기 때문으로 금융권에서는 보고 있다.

하지만 3분기까지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우리금융(12.4%, 9.44%)이 하나금융(7.78%, 6.36%)을 크게 앞서고 있다. 부채 증가율도 마이너스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말 금융지주 체제로 재출범하면서 비은행 포트폴리오 구성에 한계를 보였지만, 실적이 빠르게 안정세를 찾아가는 분위기다. 이 때문에 손태승 회장과 김정태 회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서도 금융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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