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가리고 아웅’ 文정부의 석탄화력발전 정책
  • 임성희 녹색연합 전환사회팀장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1 12:00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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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석탄발전소 폐쇄하면서 더 큰 용량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
석탄발전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미세먼지와 기후 위기 외면

지난 9월23일, 뉴욕에서 열린 유엔 기후 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행동’ 실천을 위해 국제사회와 함께 의욕적인 목표를 갖고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바,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감축했으며 2022년까지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임을 강조했다. 또한 녹색기후기금 공여액을 두 배로 늘리겠으며, 2020년 서울에서 ‘제2회 P4G 정상회의’(P4G: 녹색성장과 글로벌 목표 2030을 연대)를 개최하겠다고 선언하며 ‘세계 푸른 하늘의 날’ 지정을 제안했다. 이 연설을 두고 한국 시민사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냉소를 넘어 실체를 곡해한 자화자찬식 연설, ‘눈 가리고 아웅’이라는 비판은 당연했다.

11월20일 녹색연합 회원들이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 및 재검토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월20일 녹색연합 회원들이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중단 및 재검토를 촉구하며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석탄화력발전이 줄어들고 있다고? 

이미 4기의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감축했고, 남은 임기 내 6기를 감축하겠다는데 무엇이 문제이고 왜 실체적 진실이 아니라는 것일까? 노후 석탄발전소를 폐쇄하더라도 그보다 더 큰 용량의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7기나 짓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초기 우리나라 석탄발전 설비용량은 36.9GW였다. 그런데 2017년 정부에서 확정한 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문재인 정부 임기 말인 2022년 석탄발전 용량은 42GW로 늘어나고, 2030년 역시 39.9GW나 된다.

결국 석탄발전이 줄어들기는커녕 늘어나게 된다. 전국에 60기의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4기를 줄였고, 추가로 6기를 감축할 계획이라는 사실만 언급했을 뿐 그보다 더 큰 용량의 석탄발전소 7기를 지금 신규로 짓고 있다는 사실, 그래서 석탄발전을 감축하기는커녕 오히려 늘어난다는 사실을 국제사회에 감춘 것은 일종의 기만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자 시절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9기를 LNG로 전환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 바 있지만, 결국 2기만 LNG로 전환했을 뿐 7기의 신규 석탄발전 사업에 대해서는 속개를 결정했다. 노후는 폐기하지만, 신규는 건설하는 일관성 없는 정책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미세먼지가 심해질 때마다 석탄발전소 셧다운과 같은 의미 있는 조치를 계속 취하지 않았나?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기 업무 지시 3호를 통해 ‘노후 석탄발전소 셧다운 지시’를 내린다. 30년 이상 노후 석탄발전소를 대상으로 6월 한 달간 일시적으로 가동을 중단할 것이며, 이듬해부터는 3~6월 4개월간 가동 중단을 정례화하겠다고 밝혀, 전 국민적 고충이며 대표적인 환경문제가 되어 버린 미세먼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는 듯했다.

또한 12월11일에는 ‘겨울철 전력수급 및 석탄발전 감축 대책’에 따라 10기의 석탄발전에 대한 가동 정지와 함께 총 38기의 석탄발전에 대한 상한제약(80% 출력 제한) 시행에 돌입하기도 했다. 노후 석탄발전소 2기와 예방정비 중인 2기에 추가로 5기의 가동을 중단한 것이다. 전력 예비율은 문제가 없어 전력대란에 대해선 안심해도 된다는 점 역시 강조되었다. 의미 있는 조치다. 그러나 이 역시 매우 미온적인 조치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국가기후환경회의’(반기문 위원장)는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단기 대책으로 고농도 계절(12~4월) 동안 국내 미세먼지를 20% 감축하기 위한 제2차 국민 정책 제안을 발표했다. 주요 방안의 하나로 석탄화력발전소를 겨울철 최대 14기, 봄철 최대 27기까지 가동 중단하고 나머지는 출력을 80%까지 낮출 것을 권고했다. 석탄발전 가동 중단을 주요 방안으로 제시한 까닭은 단위사업장 중 발전소에서 기인하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석탄발전 폐쇄 로드맵 만들어야

국내 미세먼지 기여도 중 사업장 38%, 건설기계선박 16%, 다음으로 발전소가 15%로 3위를 차지한다. 사업장 수는 무수히 많지만 석탄화력발전소는 60기이며, 60기의 발전소에서 뿜어져 나오는 미세먼지 배출량이 930만 대 이상의 경유차가 내뿜는 것보다 많다. 그래서 석탄화력발전소를 시급히 퇴출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미세먼지 대책이다. 미세먼지도 잡고 온실가스 배출을 막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는 해법이 석탄화력발전 퇴출이다. 물론 이를 위해서는 에너지 전환을 서둘러 꾀해야 한다. 전력 수요를 낮추고 관리하기 위한 조치도 필요하다.

이미 글로벌 금융들은 석탄 투자를 철회하고 있다. 석탄발전이 더 이상 값싼 전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미국은 2022년, 영국의 경우 2025년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발전 단가보다 저렴해질 것으로 분석되었다. 우리나라 역시 2030년 이내에 재생에너지 발전 단가가 석탄발전보다 값싸질 전망이다. 온실가스 비용과 미세먼지를 비롯한 환경오염 비용을 생각하면, 그리고 지금까지 석탄에 대한 세금 감면과 혜택 등을 고려하면 석탄은 훨씬 비싼 발전이 될 것이다.

기후 위기에 직면한 시대, 처음으로 석탄발전을 시작한 영국은 2025년 석탄발전 퇴출을 선언했다. 영국의 석탄발전 비중은 2012년 40%에 달했지만, 현재 5% 미만에 머물고 있다. 프랑스는 2023년, 이탈리아·덴마크·캐나다·이스라엘 등은 2030년 석탄발전 퇴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가스발전 대비 석탄에 중과세를 해 왔고 세계은행은 2013년 이미 원자력발전과 석탄화력에 대한 차관 지원을 중단했다. 유럽투자은행그룹, HSBC, 독일은행, 알리안츠, ING 등 세계 유명 은행과 보험사들은 더 이상 석탄 투자를 하지 않겠다고 천명하는 등 2013년 이후 최소 한 달에 하나의 금융기관이 석탄 투자 철회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후 위기에 직면해 책임 있는 투자 방침을 정한 이유도 있겠지만, 향후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이란 발 빠른 판단이 작용한 것이다. 석탄은 이제까지 안정적인 수익을 가져다주는 매력적인 투자 대상이었지만, 이제 석탄 투자는 리스크라는 등식을 도출한 냉정한 분석에 따른 것이다. 우리나라는 이에 반해 여전히 주요 금융권들의 석탄 투자가 지속되고 있다.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 있는 행동을 위해 66개 정부, 10개 지역, 102개 도시, 93개 기업 등이 2050년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선언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에 반해 우리는 지금도 온실가스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석탄발전소를 7기나 짓고 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 사업 7기를 모두 제외해도 국내 설비 예비율은 20% 이상, 2026년 이후부터는 1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프랑스, 독일, 미국 등 선진국들이 전력 예비율을 13~15%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안정적인 수준이다. 더 늦기 전에 미세먼지를 배출하고 기후를 위기에 빠뜨리는 신규 석탄발전 사업을 중단하고 가동 중인 석탄발전의 조기 폐쇄를 위한 탈석탄 로드맵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미래를 위한 기회는 주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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