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러쉬 “음악은 내게 위로 주는 안식처”
  • 하은정 우먼센스 기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1 10:00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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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적 음원 강자 크러쉬의 귀환…싸이와 손잡고 5년 만에 정규 앨범 발매

‘음원 강자’ 크러쉬(본명 신효섭·27)가 2집 앨범을 들고 돌아왔다. 무려 5년6개월 만에 나온 정규 앨범이다. 이번 앨범은 더블 타이틀곡 《Alone(얼론)》과 《With You(위드 유)》를 포함해 12곡의 신곡으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크러쉬의 《잊어버리지 마(Feat. 태연)》 《Oasis(오아시스, Feat. ZICO)》 《어떻게 지내》 《나빠》 등 자작곡들은 물론 tvN 드라마 《도깨비》 OST인 《Beautiful(뷰티풀)》까지 모두 음원 차트 상위권을 점령하며 큰 사랑을 받았다.

그런 그에게도 아픔이 있었다. 2년 전 공황장애를 앓았다. 자신이 소모품이라는 생각, 부담감과 외로움이 그 이유였다. 그때부터 일기를 쓰기 시작했는데, 차곡차곡 써놓은 일기장에서 영감을 받은 게 이번 앨범이다. 크러쉬는 12월28일과 29일, 31일 총 3일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SK올림픽핸드볼경기장에서 단독 콘서트 ‘크러쉬 온 유: 프롬 미드나잇 투 선라이즈’를 통해 팬들을 만날 예정이다.

ⓒ 피네이션 제공
ⓒ 피네이션 제공

정규 앨범 발매가 5년6개월 만이다.

“그래서인지 긴장되기도 하고 설레기도 해요. 너무 긴장돼서 위가 다 꼬일 지경이에요. 하하. 영혼을 갈아 넣어서 앨범을 완성했답니다. 3년에 걸쳐 준비를 했는데, 그동안 많은 시도를 해 왔어요. 음악적 정체성이나 가치관이 바뀌어 가기 시작할 때쯤 2집 작업을 시작했기에 개인적으로는 도약의 시기 같아요.”

 

앨범의 영감은 어디서 얻었나.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일기를 썼어요. 수록곡 모두 일기에서 영향을 많이 받았죠. 일기장에 쓴 한 부분을 발췌한 내용도 있고요. 하루는 새벽 6시쯤 반려견과 한강으로 산책을 갔는데 아침과 밤이 공존하는 그 풍경을 잊을 수 없었어요. 동쪽엔 해가 떠 있는데, 서쪽은 아직도 깜깜한 밤이고, 그게 마치 저와 같았어요. ‘나는 지금 인생의 어디쯤 와 있는가’에 대한 물음표가 생겼어요. 이 테마로 앨범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이른 새벽부터 시간의 흐름대로 이어지는 12곡이 담긴 앨범이 완성됐어요. 반려견과 산책을 하다 보면 환기도 되고 영감을 얻기도 해요. 그때부터 노래들을 하나씩 냉동실에 보관했다가 꺼내서 작업하는 식이었어요.”

 

스트레스도 상당했을 것 같다.

“작업하며 6kg이나 빠졌어요. 곡을 작업하는 스타일이 느리지 않은데, 작업했다가 반복하기를 수십 번 했죠. 앨범이 나온 뒤 마음 편히 음식을 먹으며 지내다 보면 살이 다시 붙지 않을까 싶어요. 가장 중점을 둔 건, 전체적인 ‘톤 앤 매너’예요. 이 앨범은 확실한 주제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앨범에 실리지 못한 노래도 많아요. 요즘은 정규 앨범을 잘 안 내잖아요. 그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큰 사이즈로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어요. 누군가 알아주지 않더라도 세상에 기록이 되니까 돌이켜보면 뿌듯할 것 같았어요.”

 

음악과 관련해 요즘 관심을 두는 분야가 있나.

“3년 전부터 LP를 모으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1980~90년대 음악들, 70~80년대 소울 재즈 음악들에 영향을 받게 됐어요. 아날로그의 매력이 저를 건드리는 포인트가 되는 것 같아요. 당시 뮤지션들은 어떤 악기를 썼고, 어떤 방식으로 녹음했는지에 대해서도 공부하게 됐고요. 그래서 이번 앨범에는 오래된 악기를 구매해 녹음하는 등 실험적으로 편곡한 노래들이 많아요.”

 

그래서인지 그간은 트렌디한 사운드로 승부했던 것 같은데 이번엔 레트로다.

“학창 시절에 90년대 미국 R&B 음악들을 좋아했고 즐겨 들었어요. 신중현 선생님이 최근 한 인터뷰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요즘 젊은이들은 시대를 골라서 산다’고요. 그 말에 공감해요. 개인적으로 요즘 시대엔 음악의 유행이 없다고 생각해요. 유튜브를 통해 아날로그 감성의 음악들과 문화를 체험하고 공부할 수 있는 시대니까요. 저도 그래요. 그 세대에 살지 않았지만 그 문화에 대해 연구하고 공부하고, 단순히 흉내 낸다는 것보다는 나아가고 싶었어요. 제 음색이 레트로 사운드에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고요.”

 

2년 전에 공황장애를 겪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누구나 자신이 느끼는 외로움과 힘듦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듯 저도 그랬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한동안 무대에 서는 게 무서웠을 정도로요. 제가 소모품처럼 느껴졌던 시기였죠. 지금은 많이 극복했고 이겨낸 상태예요. 평소 일기를 자주 쓰는 편인데 이번 앨범에 수록된 10번 트랙 《클로스(Cloth)》가 힘든 시기를 겪었을 당시 쓴 일기에서 영감을 받아 쓴 곡이에요. 저를 포함한 누군가를 음악으로 위로하고 싶었어요. 공황장애를 겪은 이후 강약 조절이라는 큰 깨달음을 얻었어요. 과거에는 삶과 음악에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는데 이젠 아니에요. 제가 아플 때 위로받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가 음악이라는 걸 깨달았어요.”

 

최근 싸이가 대표로 있는 소속사와 계약을 했다.

“형(싸이)은 제가 도전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니즈를 정확히 알고 계셨어요. 대화가 잘 통해 결정적으로 같이하게 됐어요. 회사를 옮기면서, 정규 앨범을 내야겠다는 것에 대해 조금 동기부여가 됐던 것도 사실이에요. 전체적인 밸런스, 큰 그림을 볼 수 있게 조언해 주셨어요.”

 

요즘 음원 사재기 논란이 거세다.

“유감스러운 일이에요. 사재는 근절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당하게, 열심히 음악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런 일이 생겨나는 게 안타까워요. 전 정말 열심히 음악을 하고 있답니다. 제 궁극적인 목표는 건강하게 오랫동안 음악을 하는 거예요.”

 

앞으로 어떤 뮤지션이 될 것인가.

“애초에 음악을 업으로 삼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어떤 목표 설정을 어떻게 했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지금 돌이켜보면 제 20대는 여행을 가기 위해 탑승수속을 한 젊은이, 그런데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 않은 상태였어요. 단지 스물한 살 때 자이언티 형을 처음 만나고, 이후 그레이, 로꼬 형을 만나 음악 하는 게 재미라고 생각했어요. 뚜렷한 목표의식 없이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어쩌면 방황했을지도 몰라요. 근데 지금은 하고 싶은 것이 많이 생겼어요. 앞으로 제 방향성에 대해선 좀 더 생각해 봐야 할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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