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노조와해’ 1심서 26명 무더기 유죄…삼성2인자 이상훈 구속
  • 조문희 기자 (moonh@sisajournal.com)
  • 승인 2019.12.18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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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노사 문제로 인해 걱정과 실망 끼쳐 죄송”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설립과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그룹과 삼성전자 등 계열사 전현직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유죄를 선고받았다. 특히 ‘삼성 2인자’로 불리는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과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은 법정에서 바로 구속됐다.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전경 ⓒ 시사저널 고성준
삼성전자 서울 서초 사옥 전경 ⓒ 시사저널 고성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유영근 부장판사)는 12월17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으로 기소된 삼성 관계자 32명의 피고인 가운데 일부 협력업체 사장 등을 뺀 26명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다.

당시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에서 노사 전략을 수립하고 실행한 핵심인물 7명은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의장과 강 부사장, 박상범 전 삼성전자서비스 대표에 대해 각각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이 의장에 대해 “본인이 실제 몰랐던 부분도 있을 수 있지만 여러 증거가 너무 명백해 눈감아 줄 수 없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과 관련해서는 “노조와해 전략을 기획하고 실행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며 “다른 사건에서 이미 실형이 선고된 점도 감안했다”고 밝혔다. 강 부사장은 삼성 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에서도 징역 1년4개월을 선고받았다.

이외에도 재판부는 목장균 삼성전자 전무에게 징역 1년, 최평석 삼성전자서비스 전무에게 징역 1년2개월, 송아무개 삼성전자 자문위원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뇌물을 받고 이들을 도운 혐의를 받는 김아무개 전 경찰청 정보국 경정에게는 징역 3년 및 벌금 5000만원, 추징금 3188여만원을 선고했다. 

아울러 원기찬 삼성카드 사장은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박용기 삼성전자 부사장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정금용 삼성물산 대표는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나머지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삼성전자·삼성전자서비스·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현직 관계자들도 유죄를 선고받았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삼성전자서비스 법인에는 벌금 7,400만원이 선고됐다. 삼성전자 법인과 일부 징권, 하청업체 대표 등 6명만 무죄를 선고받았다.

이들은 2013년 자회사인 삼성전자서비스에 노조가 설립되자 일명 ‘그린화 작업’으로 불리는 노조 와해 전략을 그룹 차원에서 수립해 시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이 과정에서 협력업체 중 노조가입률이 높은 협력업체를 폐업시키고거나 각 협력업체로부터 문제인력으로 지정된 조합원들의 개인 정보를 수집해 노조 탈퇴 종용 때 활용한 혐의 등을 받았다.

재판부는 “협력업체 수리 기사들에게 삼성전자서비스가 지휘·명령을 내린 증거가 상당하다”며 “협력업체들이 사실상 하부조직처럼 운영돼 실질적인 독립성을 찾기 힘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소속 이사들은 근로자 파견 범죄에 해당할 정도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지배를 했다"며 "이 의장과 강 부사장까지 모두 노조와해의 실행과 전략을 지시하고 보고받은 증거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노사 문제로 많은 분들께 걱정과 실망을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고 밝혔다. 양사는 12월18일 발표문에서 "과거 회사 내에서 노조를 바라보는 시각과 인식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앞으로는 임직원 존중의 정신을 바탕으로 미래지향적이고 건강한 노사문화를 정립해 나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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