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류현진 맞대결’을 메이저리그에서?
  •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2 10:00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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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른 볼과 슬라이더 외에 다른 구종 더 장착해야…‘깜짝 진출’ 시도 김재환은 찬바람

2019년 메이저리그에서 시즌을 끝까지 마감한 코리안 메이저리거는 모두 3명이다. LA 다저스의 류현진,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그리고 탐파베이 레이스의 최지만이다. 한때 7명까지 메이저리거를 보유했던 한국은 이후 냉정한 구조조정 속에 살아남은 자와 살아남지 못한 자로 명확히 구분됐다. 더불어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기도 지난 2년간 잠잠했다.

그러던 중 12월5일 야구팬들에게 놀라움을 주는 소식이 전해졌다. KBO 투타 최고의 스타인 김광현(SK)과 김재환(두산)이 나란히 메이저리그에 포스팅 공시된 것이다. 김광현은 어느 정도 예상된 바 있지만, 김재환의 갑작스러운 미국 진출 소식은 다소 충격이었다. 2013년 성공적인 미국 데뷔를 한 류현진과 2015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에 연착륙한 강정호의 성과에 힘입어 당시 국내 선수들의 러시가 이어졌다. 2016년 일본 프로야구에서 뛰던 오승환·이대호를 필두로 국내 야구 최고 스타들인 김현수·박병호가 동시에 메이저리그에 뛰어들었고 그 이듬해에는 황재균 역시 그 대열에 합류했다. 하지만 이대호와 황재균은 1년, 김현수와 박병호는 2년 만에 복귀했고, 오승환도 결국 시즌 중반 방출됐다. 전성기가 지난 늦은 진출, 구단과의 궁합, 실력 부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성공보다 실패가 많았던 이들의 사례로 한동안 KBO리그 출신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어려워 보였다.

김광현(왼쪽)이 12월17일(현지시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존 모젤리악 단장으로부터 새 유니폼과 모자를 받고 있다. ⓒ AP 연합
김광현(왼쪽)이 12월17일(현지시간)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입단 기자회견에서 존 모젤리악 단장으로부터 새 유니폼과 모자를 받고 있다. ⓒ AP 연합

김재환, 프리미어12로 포스팅 자격 채우자마자 ‘깜짝 신청’

사실 김광현·양현종·손아섭 등도 몇 해 전 포스팅을 통해 진출을 노렸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는 낮은 평가 등으로 도전의 꿈을 접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이번에 김광현은 재도전을 선택했다. 2011년부터 3년간 어깨 부상에 시달렸고 2017년 팔꿈치 인대 이식 수술을 하며 어려운 시간도 있었지만, 부상에서 회복한 김광현은 올 시즌 17승, ERA 2.51, 198개 탈삼진으로 국내 최고 투수의 명성을 되찾았다. 역동적인 투구폼에서 154km까지 나오는 빠른 볼과 140km 중반까지 나오는 슬라이더로 올 시즌 내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을 구장으로 불러 모았다.

반면 김재환의 경우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깜짝 선언이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게, 11월에 벌어진 프리미어12 대회에 국가대표팀으로 참가하며 포스팅 자격 일수를 채우게 되자 곧바로 포스팅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2018년 44개의 홈런(1위)으로 정규시즌 MVP에 오르며 리그 정상급 선수로 인정받았지만, 올 시즌엔 15개 홈런으로 성적이 급락한 상황이라 더욱 의외였다. 2008년 두산이 2차 1라운드 지명을 했지만, 2011년 금지 약물 복용 사건으로 2015년까지 1군과 2군을 오르내리는 잠재력만 있는 선수였다. 하지만 한결 좋아진 선구안과 메이저리그 최고 스타 켄 그리피 주니어의 스윙폼을 차용하며 2016년 30홈런 100타점으로 드디어 KBO리그를 대표하는 강타자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계약에 성공한 김광현과 다르게 김재환은 2020년 1월6일 새벽 4시(한국 시간)까지 딱 한 달의 시간이 주어지고, 그사이에 메이저리그 진출이 결정돼야 한다. 하지만 현지의 크리스마스와 새해 휴가를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활용할 시간은 3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즉 예상치 못한 포스팅을 한 김재환의 계약 성사는 더 많은 장애 요소를 넘어야 한다. 무엇보다 메이저리그 각 팀들의 계획안에 김재환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게 큰 핸디캡이다. 각 구단들은 내년 시즌 예산과 움직이는 범위가 정해져 있는데, 갑작스러운 포스팅으로 영입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는 팀들에 주목해 달라는 당혹스러운 상황이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애초에 공감대가 형성된 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있었지만, 일단 소속사(CAA스포츠)는 강하게 부정했다. 그의 스윙에 대해서는 추신수가 메이저리그급 스윙이라며 극찬한 바 있다. 일각에선 수비와 주루가 안 좋다고 평가하지만, 일부 스카우트들은 큰 체격에 비하면 그래도 괜찮다는 평가 역시 존재한다. 하지만 아무리 공인구 교체로 전체적인 리그 장타력이 떨어졌다고 해도 2018 시즌 대비 큰 폭으로 떨어진 홈런 수치 등 전체 성적이 뚝 떨어진 상황과 갑작스러운 포스팅 신청은 준비가 안 된 미국 현지 구단들의 관심을 끌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두산의 4번타자로 활약했던 김재환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 연합뉴스
두산의 4번타자로 활약했던 김재환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 연합뉴스

김성근 “김광현은 류현진보다 두 수는 아래”

미국 진출에 성공한 김광현은 과연 국내 라이벌 류현진과 같은 또 하나의 ‘MLB 성공기’를 쓸 수 있을까. 20대 초반부터 이미 주목받던 구위의 소유자였고, 과거에 비해 한층 나아진 컨트롤, 또 과거 빠른 볼과 슬라이더에만 의존하던 패턴에서 벗어나 느린 커브와 체인지업 비중을 높이는 등 다양한 구종으로 업그레이드된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과거 SK의 김성근 감독은 ‘김광현과 류현진을 비교해 달라’는 필자의 질문에 “김광현은 성장 잠재력은 대단하지만 아직 투수가 갖추어야 할 소프트웨어상 류현진보다 두 수는 아래”라는 냉정한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의 노력으로 그런 면은 진일보한 모습이다. 그래도 김광현에 대해 메이저리그 스카우트들은 여전히 투 피치, 즉 빠른 볼과 슬라이더 투수로만 본다. 나머지 구종은 아직 메이저리그 기준으로는 평균 혹은 그 이하 정도로 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뉴욕 메츠, 시카고 컵스, 샌디에이고 파드레스 등 많은 팀들이 그에게 관심을 보였다. 선발 경쟁에 밀렸을 때 불펜 투수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기 때문이라는 게 현지 스카우트의 전언이다.

새 둥지 세인트루이스는 일단 비어 있는 선발 한 자리가 가능하다며 선발 투수를 원하는 김광현을 만족시켰고, 2년 800만 달러 보장에 인센티브를 포함하면 1100만 달러까지 계약 규모가 올라가 이 점 역시 타 경쟁팀을 압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김광현은 내년 2월 시작하는 스프링 트레이닝의 시험무대를 어떻게 통과하느냐에 따라 보직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더 많은 경기와 긴 이동거리를 버틸 수 있는 체력 보강과 함께 더 정교한 커맨드, 빠른 볼과 슬라이더를 제외한 다른 구종을 더 다듬어야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일단 진출에 성공한 김광현은 자신에게 지적되는 이런 사항들을 남은 오프 시즌 동안 업그레이드하는 노력이 필수일 것이다. 반면 불리한 상황에서 진출을 타진 중인 김재환은 더 활발한 마케팅이 요구된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시장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이고 적응도일 것이다. 자질은 이미 충분하다. 이런 기량을 받쳐줄 수 있는 현지 정보력과 노력이 함께할 때 이들의 노력은 진정한 빛을 발휘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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