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올해의 히트 스타] 예능계, 백종원∙송가인∙유재석 빛났다
  • 하재근 문화 평론가 (sisa@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3 16:00
  • 호수 15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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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대상 후보 압도적 0순위 백종원, 트로트와 함께 다시 뜬 유재석

백종원 신드롬이 더 강해진 한 해였다. 작년에도 백종원의 인기는 대단했었다. 백종원에게 대상이 가지 않은 것이 2018 SBS 연예대상의 최대 이변이라고 할 정도였다. 그때가 정점일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열기가 올해 더 뜨거워졌다. SBS 《골목식당》이 화제의 진원지였다. 매 시즌마다 시청자의 뒷목을 잡게 하는 ‘빌런’(악역) 캐릭터들이 이어졌고, 욕하면서 보는 예능이 됐다. 백종원은 그런 빌런들에게 호통쳐 대중을 후련하게 하거나, 개과천선으로 이끌어 감동을 줬다.

이중의 의미가 있었다. 장사가 안되던 영세 업장을 살려준다는 의미, 무개념 자영업자들의 실태를 적발하고 시정한다는 의미, 이 두 차원에서 이중으로 사회적 의미가 있었고 그야말로 안티 없는 요식업 포청천, 당대의 멘토로 격상됐다.

백종원 ⓒ 연합뉴스
백종원 ⓒ 연합뉴스

연말에 백종원 마법이 또 터졌다. 이미 많은 프로그램을 했기 때문에 새 프로그램은 무리 같았다. 게다가 지방의 도로 휴게소 맞춤 메뉴를 개발해 지역 농수산물 소비를 촉진시킨다는 내용으로 《골목식당》 유사품 같았다. 12월에 시작된 SBS 《맛남의 광장》 이야기다. 식상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백종원은 강했다. 방영 3회 만에 7%대 시청률을 기록했다.

호평 일색이다. 상품성 없는 강원도 못난이 감자 30톤을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을 통해 유통시켜 칭송이 들끓었다. 어느 정도 경쟁구도가 형성되는 타 방송사들과는 달리 SBS에선 백종원이 연예대상 후보 압도적 0순위로 지목되는 이유다. 올해 백종원에게 대상이 가지 않는다면 작년보다 더한 이변일 것이다.

송가인 ⓒ 뉴스뱅크이미지
송가인 ⓒ 뉴스뱅크이미지

송가인 트로트 신드롬

송가인도 올해 신드롬의 주인공이다. TV조선 오디션 예능 《미스트롯》에서 우승하며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TV조선은 《미스트롯》의 성공으로 지상파 방송사를 위협하는 신흥강자로 자리매김했다. 《미스트롯》 이후에도 TV조선에서 송가인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대박을 치면서 TV조선 부흥의 일등 공신이 됐다.

추석 연휴 때도 송가인 신드롬이 이어졌다. TV조선 《뽕따러 가세》, KBS 《불후의 명곡》, MBC 《전지적 참견 시점》 등 출연 프로그램들이 줄줄이 동시간대 1위에 오르거나 크게 화제가 됐다. 그야말로 올 추석 명절의 주인공이었다. 트로트는 2000년대 이후 신트로트로 변하면서 댄스음악과 비슷해졌다. 이것도 흥미롭긴 하지만 구슬프고 정감 어린 전통적 트로트의 맛을 그리워하는 팬들도 있었다.

송가인이 바로 그 허전함을 메워줬다. 판소리로 단련된 발성과 창법이 오랜만에 듣는 정통 트로트의 목소리였다. 거기에 소탈, 솔직, 친근한 성품을 가진 서민의 딸이라는 인간적 캐릭터까지 더해져 어르신들의 아이돌로 자리 잡았다.

여름이 저물 무렵, 장성규가 떴다. JTBC 아나운서로 뉴스 진행을 하며 뭔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한 그였다. 올 4월에 JTBC를 퇴사하고 예능의 끼를 발산한 결과 불과 몇 개월 만에 확실하게 떠올랐다. 인터넷 유튜브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웹 예능 《워크맨》에서 선을 넘는 모습으로 2개월 만에 구독자 200만 명을 달성하고, 새 MC감을 찾던 방송가의 기린아로 우뚝 섰다. 현재 전현무의 뒤를 이을 ‘아나테이너’(아나운서+엔터테이너)로 지목되고 있다. 지켜야 할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든다는 의미에서 ‘선넘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데, 이렇게 기존의 규범을 넘어서는 솔직함과 과감함이 인터넷 세대에게 통하는 매력이다. 그런 매력으로 유튜브를 평정하자 그를 캐스팅하기 위해 방송사들이 줄을 선 것만 봐도 올해 방송계에서 유튜브가 어떤 위상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페미니즘 열풍과 함께 여성 예능인들의 영역이 넓어졌는데 가장 돋보인 건 박나래였다. 전현무와 한혜진이 ‘사내 연애’ 문제로 하차한 후 위기에 빠진 《나 혼자 산다》의 중심을 잡은 이가 바로 박나래다. 《구해줘 홈즈》로 부동산 예능이라는 새 장르를 살렸다. 둘 다 MBC 프로그램이어서 올 MBC 연예대상의 유력한 후보로 부상했다. KBS에선 스탠드업 코미디에 도전해, 과감하게 영역을 넓혀가는 진취적인 알파 개그우먼이라는 이미지가 생겼다.

‘스포테이너’(스포츠+엔터테이너)들이 인기를 끈 한 해이기도 했다. 강호동 등장 이후 한동안 잠잠했지만 최근 서장훈, 안정환이 예능 MC로 우뚝 선 후 운동선수 출신들이 예능가의 ‘잇 아이템’이 됐다. 양준혁, 이만기, 현주엽, 김동현 등 많은 전직 운동선수가 예능에서 활약했는데 그중에서도 허재가 뒤늦은 ‘예능 신생아’로 큰 화제를 일으켰다. 리얼리티 시대가 되면서 웃기는 능력보다 소탈한 인간적 매력이 더 중요한 예능 자산이 되었고, 잘 먹고 튼튼한 운동선수의 신체적 특징도 유리하게 작용한다. 거기다 범국민적 인지도까지 있어 운동선수들을 향한 구애는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재석 ⓒ MBC
유재석 ⓒ MBC

다시 우뚝 선 유재석

그리고 다시 유재석이다. 리얼예능의 부상으로 한동안 퇴조기에 빠진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올해 tvN 《일로 만난 사이》 《유 퀴즈 온 더 블록》, JTBC 《요즘애들》 《투유 프로젝트 - 슈가맨》, SBS 《미추리》, 넷플릭스 《범인은 바로 너》 등 종편, 케이블, 인터넷을 가리지 않고 다양한 도전에 나섰고 이 중 일부가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위상이 다시 공고해지기 시작했다.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그만의 친화력과 소통 능력으로 특히 호평받았다.

하반기에 김태호 PD와 함께 시작한 MBC 《놀면 뭐하니》 뽕포유 특집이 대박을 터뜨렸다.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데뷔한다는 캐릭터 상황극인데 송가인 신드롬에 이어 트로트 열풍에 불을 댕겼다. 일이 되려면 정말 ‘예능신’까지 돕는 것인지, 작곡가와 편곡자로 섭외된 박현우와 정경천이 전문 예능인을 능가하는 토크 웃음 폭탄을 터뜨려 유재석과 김태호 PD에게 천군만마가 되었다. 《놀면 뭐하니》의 성공으로 유재석은 현재 MBC 연예대상 구도에서 박나래와 함께 2파전을 형성하고 있다.

송가인이 중노년층 사이에 전통 트로트 새바람을 불러일으켰다면 유산슬은 예능을 주로 보는 젊거나 어린 세대가 트로트를 재발견하도록 했다. 최근엔 유산슬의 트로트에 초등학생들이 ‘떼창’하는 모습이 방영되기도 했다. 트로트도 뜨고 유재석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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