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은 3000개인데 구독은 400명?…‘유튜브 덫’ 갇힌 지자체들
  • 공성윤 기자 (niceball@sisajournal.com)
  • 승인 2019.12.20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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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지자체 190곳 유튜브 현황 분석…43%가 월평균 구독자 10명도 안 돼

“표정이 왜 이렇게 안좋으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큰일났다. 영상 만들기로 한 것, 유튜브 영상으로 만들라는데….”

충남도청 뉴미디어팀 관계자가 한숨을 쉬며 말한다. 홍보영상을 재밌게 만들어야 하는데 적임자가 없다는 푸념이다. 도청 곳곳을 돌아다니며 사람을 찾아보지만 반응이 시원찮다. 이 영상은 ‘충남도청 충만 TV 개국! 공무원 유튜버 급구!’란 제목으로 지난 11월27일 충청남도 유튜브 채널에 올라왔다. ‘개국’이라지만, 이미 8년 전에 개설한 유튜브 채널이다. 전국 지자체 중 7번째로 빠르다. 구독자는 3000명대 수준이다.  

전국 지자체가 너도나도 유튜브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단순히 채널을 개설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돈을 투자해 영상을 만드는 곳도 있다. 화려한 컴퓨터그래픽(CG)이나 공직사회답지 않은 ‘B급 감성’이 돋보이는 영상도 있다. 소속 공무원은 물론 아이돌이나 유명 유튜버를 출연시킨 경우도 있다. 국민 세금을 쓴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그 효과는 어떨까. 

월 평균 구독자 5.5명. 서울 영등포구 유튜브 채널의 10월 4째주 현재 운영 실적이다. ‘개점휴업’은 아니다. 이 채널엔 12월18일 하루에만 지역 뉴스 6개가 올라왔다. 2014년 4월 개설 이후 업로드된 영상은 3000개가 넘는다. 월 평균으로 치면 46.6개다. 반면 총 구독자는 369명(12월19일 기준 401명)이다. 

유튜브의 수익창출 기준은 1000명이다. 이를 충족하는 유튜버는 플랫폼 혜택에 따라 ‘오팔(보석의 한 종류)’로 불린다. 그 이하는 ‘그래파이트(흑연)’다. 흑연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는 유튜브를 운영하는 지자체는 약 120곳으로 유튜브 채널을 보유한 총 지자체(190곳)의 절반이 넘는다. 시사저널이 전국 광역·기초자치단체 243곳을 대상으로 10월 4째주~11월 3째주 기준 유튜브 운영 실적을 정보공개 청구해 확보한 결과다. 

ⓒ 김세중 작가
ⓒ 김세중 작가

월 평균 조회수 100회 미만도 수두룩

시사저널은 각 지자체의 유튜브 개설 시기를 감안해 구독자 수, 총 조회수 등을 운영 개월 수로 나눠 살펴봤다. 개설한 지 만 1개월이 안 된 경남 합천군과 경북 김천시, 게재 영상이 ‘0’인 전남 영암군은 제외했다. 

구독자수를 개설 이후 월로 나눈 월 평균 구독자가 10명도 안 되는 지자체는 영등포구를 포함해 81곳으로 나타났다. 유튜브 보유 지자체(190곳)의 43%에 달한다. 그 밖에 강원 속초시, 부산 연제구, 전남 무안군 등 15곳 지자체는 월 평균 조회수가 100회 미만으로 나타났다. 하루 클릭 수가 3~4회 꼴이다. 

대량살포라 할 만큼 상대적으로 많은 영상을 올리는 지자체도 있다. 경기 동두천시는 2017년 1월 유튜브를 개설한 뒤로 11월 3째주까지 총 3735개의 영상을 올렸다. 월 평균 113개다. 이 중 과반수는 자체 제작된 지역 뉴스였다. 나머지는 지역 홍보 영상 등이 차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채널의 구독자 수는 400명이 채 안 된다. 

운영비용의 경우, 거의 대부분 지자체가 유튜브만을 위한 예산을 따로 편성하지는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보통 자체 인터넷 방송국 등을 통해 직접 만들거나 외주 제작한 지역 뉴스․홍보 영상을 그대로 유튜브에 공유하는 식이었다. 이들 영상은 유튜브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네이버TV 등 SNS와 관공서에도 송출되는 경우가 있었다. 

일례로 충청남도는 2011년 1월 유튜브를 시작한 뒤로 올해까지 총 19억5100만원의 예산을 썼다고 알려왔다. 여기엔 충남 인터넷 방송국 ‘CNiTV’의 운영비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밖에 ‘유튜브에 들어간 총 예산’을 공개한 지자체들을 취재한 결과, 대다수가 “인터넷 방송국 관련 예산”이라고 밝혔다. 다만 복수의 지자체 관계자는 “인터넷 방송국을 접하는 경로 중 비중이 가장 높은 건 유튜브”라고 설명했다. 인터넷 방송국과 유튜브 운영을 떼어놓고 보기 힘든 이유다. 

소수지만 유튜브에 별도 예산을 쓴 경우도 있었다. 전남의 한 기초단체는 2079만원의 예산을 공개하며 ‘유튜브 고유 영상 3개 제작비’라고 설명했다. 이 지자체가 20개월 동안 모은 구독자 수는 522명이다. 경남의 한 기초단체는 ‘유튜브 영상 자체 제작에 따른 장비 구입비’ 명목으로 6475만원을 투입했다.

공직사회의 마구잡이식 유튜브 개설은 국회에서 한 차례 도마에 올랐다. 10월2일 김수민 바른미래당 의원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10개 공공기관이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쓰고도 확보한 구독자가 세 자릿수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2390만원이 들어간 국립박물관문화재단 유튜브 채널의 10월 구독자 수는 13명이었다. 지금은 아예 구독자 수를 가려놓았다. 김 의원은 “효과와 비용도 추계해보지 않고 묻지마 유튜브를 개설하는 일부 공공기관들의 관행을 강력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10월 4째주~11월 3째주 기준 전국 유튜브 보유 지자체 190곳 중 월평균 구독자 수 하위 목록(채널 게재 영상 100개 이상 기준) ⓒ 각 지자체
10월 4째주~11월 3째주 기준 전국 유튜브 보유 지자체 190곳 중 월평균 구독자 수 하위 목록(채널 게재 영상 100개 이상 기준) ⓒ 각 지자체
10월 4째주~11월 3째주 기준 전국 유튜브 보유 지자체 190곳 중 월평균 구독자 수 상위 목록 ⓒ 각 지자체
10월 4째주~11월 3째주 기준 전국 유튜브 보유 지자체 190곳 중 월평균 구독자 수 상위 목록 ⓒ 각 지자체

“‘묻지마 유튜브 개설’ 제재 필요”

반면 지자체 중 유튜브 운영 모범사례로 꼽히는 곳도 있다. 최근 이목을 끈 충북 충주시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7일 개설된 충주시 유튜브 채널은 10월 4째주에 구독자 6만5000명을 모았다. 전국 구독자 수 1위인 서울시 유튜브(7만2200명)와의 차이를 반년 만에 1만 명 이내로 따라잡았다. 서울시 유튜브는 7년 전에 개설됐다. 12월19일엔 충주시와 서울시 유튜브 구독자가 각각 7만4100명, 8만4200명으로 집계됐다. 

충주시 유튜브를 단숨에 화젯거리로 만든 건 채널 첫 영상인 ‘시장님이 시켰어요!!! 충주 공무원 VLOG’다. 영상에서 조길형 충주시장은 카메라를 향해 “너 유튜브 해, 유튜브”라고 말한다. 이어 제작자가 말하는 ‘리얼(real) 공무원 생활’이 펼쳐진다. 퇴근할 때 눈치를 본다는 등 소소한 일상에 어설픈 편집이 더해졌다. 현재 영상은 조회수 55만 건을 돌파했다. 

충주시는 이후 ‘본격 낮잠방송’ ‘국내 최초 시장실 리뷰’ 등 딱딱함을 벗어던진 영상을 올렸다. 이들 영상 32건을 만드는 데 쓴 돈은 400만원이 안 된다. 편집용 컴퓨터와 프로그램, 장비 구입에 쓴 돈이다. 유튜브의 기획 출연 제작을 도맡아 하고 있는 김선태 주무관은 시사저널에 “처음부터 돈이 들어갈 만한 요소는 배제하고 영상을 만들었다”고 했다. 비영리 기관인 충주시가 유튜브 채널에 광고를 붙일 경우, 예상 수익은 연 7000만~8000만원이란 추정이 나온다. 

충주시는 지자체 유튜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 충주시가 화제를 일으킨 뒤로 전국 지자체 20곳이 조언을 구하러 왔다고 한다. 충청남도 유튜브에도 “충주시처럼 만들란다”며 하소연하는 내용이 나온다. 

그러나 충주시 김 주무관은 “충주시의 노하우를 그대로 반영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지자체마다 결재 라인과 조직 문화, 영상 목적 등이 제각각이란 이유에서다. 또 김 주무관은 “대부분의 지자체가 홍보 목적을 갖고 영상에 자꾸 메시지를 담으려고 한다”며 “이런 접근 방식으로는 지루하고 뻔한 내용만 나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울 종로구는 지난 3월26일 홍보와 거리가 먼 영상을 유튜브에 올려 대박을 냈다. 그 제목은 “‘미쳤어 지병수 할아버지’ 2차 예심”이다. 이틀 전 KBS 전국노래자랑 종로구편에 나와 온라인을 들썩이게 한 지병수(77)씨의 예선 무대를 편집해 공개한 것. 

이 영상은 약 98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로써 채널 총 조회수는 단숨에 154만 건을 돌파했다. 2800여개의 뉴스·홍보 영상이 쌓아놓은 기록을 단 한 번에 앞지른 셈이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지씨 영상 덕분에 종로구 유튜브의 존재를 알게 됐다”는 의견이 나왔다. 세간의 이슈를 빨리 포착해 운용의 묘를 살렸다는 긍정적 견해도 뒤따랐다. 이런 사례는 지자체들이 유튜브를 어떻게 운영해야 세금 낭비가 아니라 실질적인 홍보 효과를 거둘 수 있는지를 시사한다.

11월27일 충청남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충남도청 충만 TV 개국! 공무원 유튜버 급구!' 영상 일부 ⓒ 유튜브 캡처
11월27일 충청남도 유튜브 채널에 올라온 '충남도청 충만 TV 개국! 공무원 유튜버 급구!' 영상 일부 ⓒ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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